홍콩시위 이후 中 애국주의 더 고조…세계적 브랜드 전전긍긍

  • 뉴스1
  • 입력 2019년 9월 3일 15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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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들의 광적인 애국주의로 세계적 브랜드가 잇따라 고통을 겪고 있다고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3일 보도했다.

특히 홍콩 민주화 시위 이후 중국인의 애국심이 더욱 고조되고 있어 세계적 브랜드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홍콩의 시위대가 중국의 상징인 오성홍기를 물에 빠트리거나 불에 태우는 등 국가 상징을 훼손하자 중국의 유명 인사들이 이를 비판하고 나서는 등 애국주의가 급속히 번지고 있다.

중화권의 유명 배우인 유역비는 최근 “홍콩 시위대들이 수치스럽다”며 “홍콩 경찰을 지지한다”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달 14일 자신의 웨이보(중국의 트위터)에 인민일보의 기사를 연결한 뒤 “나는 홍콩 경찰을 지지한다. 나를 비난해도 된다. 홍콩은 수치스러운 줄 알라”고 적힌 게시물을 올렸다.

유역비 웨이보 갈무리
유역비 웨이보 갈무리

유역비는 또 “#我支持香港警察(나는 홍콩 경찰을 지지한다)”라는 태그를 직접 달았다. 유역비는 영화 뮬란의 주연으로 발탁됐으며, 뮬란은 2020년 3월 개봉 예정이다.

중국 출신들의 선택은 편하다. 베이징 정부를 지지하면 된다. 그러나 홍콩과 대만 출신들은 선택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의 누리꾼들은 이들에게 선택을 강요하기도 한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세계적 브랜드들이 사소한 실수로 크게 어려움을 겪고 있다. 베르사체, 코치, 지방시 등의 서구 명품 기업들이 홍콩과 대만, 마카오 등을 마치 중국 영토가 아닌 것처럼 표기한 티셔츠를 판매해 중국인들의 엄청난 반발을 사고 있는 것.

지난달 11일 베르사체의 티셔츠 사진에서 중국인들의 분노가 시작됐다. 베르사체가 도시와 속한 국가를 짝지은 문구가 쓰인 티셔츠에서 ‘홍콩-차이나’(Hong kong – China)라고 표기하지 않고, ‘홍콩–홍콩(Hong kong – Hong kong)’이라고 표기했기 때문이다. 홍콩뿐만 아니라 마카오도 ‘마카오-마카오(Macao-Macao)’라고 표기했다.

홍콩을 중국이 아니라 홍콩이라고 표기한 베르사체 후드티 - 웨이보 갈무리
홍콩을 중국이 아니라 홍콩이라고 표기한 베르사체 후드티 - 웨이보 갈무리

이를 본 중국 소비자들은 마치 이들이 중국이 아닌 독립된 영토인 것 같다면서 ‘하나의 중국’ 원칙을 어겼다고 비난했다.

베르사체의 중국 홍보대사인 배우 양미도 이와 관련, “베르사체와 관계를 끊겠다”고 밝혔다. 이는 디자이너인 도나텔라 베르사체의 사과로까지 이어졌다.

만 하루도 지나지 않아 미국의 패션 브랜드 코치와 프랑스의 지방시까지 같은 실수로 중국 소비자들의 반발을 샀다.

12일 홍콩과 대만이 중국의 한 도시가 아닌 국가인 것으로 쓴 두 브랜드의 티셔츠 사진이 온라인에 유포되면서 불매운동의 목소리가 나왔다.

코치의 브랜드 홍보 대사인 중국 슈퍼모델 류원은 “중국 국민들의 감정을 심각하게 상하게 했다”면서 홍보대사를 그만두겠다고 밝혔다.

중국 소비자들의 반발이 이어지자 코치는 12일 웨이보 공식 계정에 “티셔츠는 실수가 확인되어 판매대로부터 치워졌다”고 밝혔다. 또 코치는 “소비자에게 끼친 정서적 위해를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베르사체와 코치, 지방시의 실수에 앞서서 돌체앤가바나도 중국인의 자존심을 건드려 불매운동이 일었다.

문제의 광고 - 유튜브 화면 갈무리
문제의 광고 - 유튜브 화면 갈무리

지난해 11월 이탈리아 유명 패션브랜드인 돌체앤가바나는 붉은 드레스를 입은 한 중국 여성이 긴 젓가락으로 피자 등 이탈리아 음식을 먹으려 애쓰다가 결국 손으로 피자를 집어 먹는 광고를 내놓았다가 불매운동의 된서리를 맞았다.

중국인들의 과도한 애국주의가 세계적 브랜드들을 노심초사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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