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시장 빨간불” 美-유럽-호주로 눈돌리는 K뷰티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8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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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보복에 中소비자 이탈 이어 태국-日-中 화장품 치고 올라와
아모레퍼시픽-LG생활건강 위기감… 프리미엄제품 앞세워 시장 다변화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등 국내 화장품 대기업들이 글로벌 영토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온라인, 해외 직구 등 소비 패턴이 변화하고 주력으로 삼았던 중국 내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생존전략을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은 미국 화장품 전문기업 뉴에이본을 이달 인수했다. 4월 뉴에이본의 지분 100%를 1450억 원에 인수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한 LG생활건강은 14일 모든 인수 절차를 마무리 지었다. 뉴에이본은 현재 미국, 캐나다 등에서 연간 7000억 원 수준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LG생활건강은 뉴에이본을 발판 삼아 북미, 남미, 유럽 시장에 차례로 진출할 계획이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지난해 6월 호주 멜버른에 이니스프리 매장을 오픈했다. 편집숍이 아닌 정식 매장을 연 것은 처음이다. 아모레퍼시픽이 호주를 주목한 것은 화장품 수요에 비해 아직 활성화되지 않은 시장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아모레퍼시픽그룹 관계자는 “최근 스킨케어 위주로 호주 화장품 시장이 커지고 있다”며 “다른 브랜드도 앞다퉈 호주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국내 대형 화장품 브랜드들이 미국, 호주, 동남아 등 새로운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나선 것은 중국 화장품 시장의 변화가 큰 영향을 끼쳤다. 2016년 사드 보복 조치로 중국 소비자가 상당수 이탈한 데다 일본, 태국 등 다양한 글로벌 브랜드들이 중국 시장 경쟁에 열을 올리면서 상황이 악화됐다. 여기에 중국 자체 브랜드가 잇달아 생기면서 기초 화장품 중심의 한국 브랜드에 타격이 됐다.

실제로 27일 중국 최대 온라인쇼핑몰 타오바오의 화장품(스킨) 카테고리 월간 판매 순위에는 한국 브랜드가 한 곳도 없었다. 태국 브랜드가 선두였고 2, 3, 4, 6위는 모두 일본 브랜드가 차지했다. 5, 7위는 중국 국내 브랜드였다.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기초 화장품은 일본, 중국 등에 이미 밀린 상태”라면서 “중국 화장품 시장 판도가 급격히 변하면서 한국 브랜드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시장 환경도 녹록지 않다. 올리브영, 롭스 등 헬스앤드뷰티(H&B) 스토어와 온라인 등에서 기초 화장품을 구매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로드숍 위주의 대형 브랜드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LG생활건강의 더페이스샵 지난해 매출은 4873억 원으로 2016년 대비 20% 이상 감소했다. 이니스프리나 네이처리퍼블릭 등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반면 올리브영은 매년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매출의 60%가량은 모두 화장품 관련 수익이다. 대형 브랜드의 부진은 실적 악화로 나타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의 2분기(4∼6월) 영업이익은 1104억 원으로 전년(1703억 원)보다 30% 이상 감소했다

대기업 브랜드들은 ‘시장 다변화’와 함께 프리미엄 라인도 강화하고 있다. 중국의 기초 화장품 시장 경쟁은 치열해졌지만 프리미엄 제품 시장은 여전히 우위에 있는 만큼 고급화 전략으로 맞설 계획이다. 프리미엄 브랜드 ‘후’와 ‘숨’을 앞세워 중국 시장을 공략한 LG생활건강의 중국 시장 매출액은 2015년 2934억 원에서 지난해 7633억 원으로 크게 뛰었다. 올해 상반기(1∼6월)에만 4274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아모레퍼시픽도 프리미엄 라인을 확대하는 한편 중국 현지 마케팅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최근 중화권 모델을 최초로 기용한 것도 이 같은 현지 전략 중 하나다.

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 / 베이징=권오혁 특파원
#화장품#아모레퍼시픽#중국#k뷰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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