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방북 주시하는 미국, 中 향해 ‘FFVD’ 강조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6월 18일 16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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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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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격 발표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첫 평양 방문과 5번째 북중 정상회담에 대해 미국이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를 위한 중국의 협력 필요성을 강조했다. 북한과 밀착하는 중국을 견제하는 동시에 북한의 비핵화 압박에 동참하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중국 향해 ‘FFVD’ 강조하며 견제

미 국무부는 17일(현지시간) 이달 말 오사카에서의 주요20개국(G20)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뤄지는 시 주석의 평양행을 어떻게 보느냐는 동아일보의 질의에 “미국은 파트너 및 동맹국가, 그리고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들과 함께 북한의 FFVD라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무부는 이어 “미국과 국제사회는 FFVD를 위해 무엇이 수반돼야 하는지에 대해, 그리고 그 목표의 달성을 위한 ‘의미 있는 진전’이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고 답했다.

미국이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을 향해 ‘국제사회가 공조해온 대북제재 이행 노력에서 이탈하지 말고,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의 책임을 다하라’고 우회적으로 촉구한 것. 또 미국과 북한의 ‘비핵화’ 정의와 범위가 다른 상황에서 중국을 향해 “북한의 비핵화 개념과 협상 조건 등의 주장에 동조하지 말라”는 경고로 볼 수 있다. 국무부는 이와 함께 “우리는 동맹국과 파트너 국가들, 그리고 중국을 포함하는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들과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첫 평양 방문을 앞두고 이뤄지는 북중 양국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북한이 미국 측의 비핵화 실무협상 요청에 응하지 않는 상태에서 중국과의 정상회담에 먼저 나서는 것은 미국으로서는 달갑지 않은 상황.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이달 말 방한을 앞두고 수차례 실무협상을 제안했음에도 북한은 아직 그의 새로운 협상 파트너가 누구인지조차 알려주지 않고 있다. 그런 시점에 북중이 밀착하면서 북-미 비핵화 협상을 더 꼬이게 만들 가능성을 미국은 경계하고 있다.

협상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앞서 이뤄진 시 주석과 김정은의 4차례 정상회담에서 중국이 비핵화 협상에 건설적인 역할을 해준 게 별로 없다”며 “북-미 협상 구도를 약화시켜 결과적으로 부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게 협상 실무자들의 평가”라고 전했다.

더구나 시 주석의 방북은 미중 간 무역분쟁이 환율, 정보통신기술(ICT) 등 분야로 확대되며 갈등 국면이 복잡하게 꼬여있는 상황에 이뤄지는 것. 중국으로서는 이달 말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 시 주석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간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을 협상 레버리지로 틀어쥐려는 욕구가 강해질 수밖에 없는 시점이다.

반면 18일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의 재선 출정식을 시작으로 재선 캠페인을 본격화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외교 현안에 집중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국면에서 중국 변수까지 다시 끼어들게 되면 한층 복잡해진 외교적 난제의 교착 상태가 되레 장기화될 수도 있다.

●중국 가세한 ‘3차원 체스판’ 협상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평양행에 대해 기대와 우려가 섞인 반응을 내놨다. 중국이 북한을 미중 간 무역 분쟁에 맞설 협상 카드로 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북-미 비핵화 협상의 교착상태를 뚫을 중재 가능성을 언급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FDD) 선임연구원은 17일(현지시간) 제5차 북중 정상회담에 대한 동아일보의 질의에 “(비핵화 협상)의 플레이어가 많아지면서 복잡한 ‘3차원의 체스판’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의 향후 역할에 대해 “중국이 러시아와 함께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새로운 비핵화 협상 제안은 한미 양국의 양보를 많이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며 “받아들여질 수 있는 실질적인 제안이 아닐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 평화연구소(USIP)의 프랭크 엄 선임연구원은 “중국은 비핵화 협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북한은 한국 미국 외에 다른 전략적 선택지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그는 “중국의 역할은 북한에 추가 도발을 하지 말라는 경고와 함께 협상 재개 촉구를 통해 현재 상황을 관리하는 정도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마크 리퍼트 전 주한미국대사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의 결렬 후 중국의 역할이 중요해진 시점”이라며 “한국과 미국은 중국이 가진 대북 영향력을 이용해서 북한을 다시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데니스 와일더 전 백악관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은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시 주석의 방북이 교착 상태인 미북 비핵화 대화 재개에 긍정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워싱턴=이정은특파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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