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홍콩 표현자유 존중돼야” 中에 경고… 정상회담 의제로 급부상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6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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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갈등]트럼프 “시위 이해” 처음 언급… 사실상 反中시위 지지 메시지
백악관 “시진핑에 문제제기할 것”… 中 “적군에 기쁨” 폭동으로 규정

홍콩 反中시위 부상자 속출… 관공서 폐쇄 12일(현지 시간) 밤 홍콩에서 ‘범죄인 인도 법안’ 반대 
시위대가 도로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입법회 건물을 둘러싸고 있다. 바리케이드 앞에는 시위대가 던진 가솔린 폭탄이 불타고 있다. 이날
 당국이 최루탄과 고무탄 등으로 시위대를 진압해 약 70명이 다치고 2명은 중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13일부터 주말까지 홍콩
 주요 관공서가 문을 닫는 가운데 수백 명의 시위대가 입법회 건물 인근에 남아 언제 강행될지 모를 법안 표결을 저지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홍콩=AP 뉴시스
홍콩 反中시위 부상자 속출… 관공서 폐쇄 12일(현지 시간) 밤 홍콩에서 ‘범죄인 인도 법안’ 반대 시위대가 도로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입법회 건물을 둘러싸고 있다. 바리케이드 앞에는 시위대가 던진 가솔린 폭탄이 불타고 있다. 이날 당국이 최루탄과 고무탄 등으로 시위대를 진압해 약 70명이 다치고 2명은 중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13일부터 주말까지 홍콩 주요 관공서가 문을 닫는 가운데 수백 명의 시위대가 입법회 건물 인근에 남아 언제 강행될지 모를 법안 표결을 저지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홍콩=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홍콩의 반중(反中) 시위에 대해 처음으로 “이해한다”고 언급했다. 반면 중국은 “시위는 폭동이며 내정 간섭을 중단하라”며 반발했다. 홍콩을 상징하는 ‘일국양제(一國兩制)’ 문제가 이달 말 열릴 것으로 알려진 미중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로 떠오를 전망이다. 일국양제는 중국이 홍콩과 하나의 국가를 형성하지만 체제는 다르다는 뜻이다. 무역 관세, 화웨이, 대만에 이어 홍콩까지 양국 갈등이 심화되며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이 흐를 것으로 보인다.

○ 트럼프·메이 시위 지지

트럼프 대통령은 12일(현지 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9일 시위는) 100만 명이 참가한 시위였다. 내가 여태껏 본 시위 가운데 규모가 가장 컸다. 시위를 한 이유를 이해한다”며 사실상 반중 시위를 지지했다. 그는 “그들(홍콩 시위대)이 중국과 잘 해결하기를 희망한다. (문제가) 잘 해결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홍콩 경찰이 처음으로 최루탄과 물대포를 발사해 약 80명의 부상자(2명 중상)가 발생한 직후에 나왔다. 중국에 홍콩인을 송환하는 길을 열 수 있는 ‘범죄인 인도 법’의 개정안에 반대하는 시위에 홍콩 젊은이들이 대거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중국과 홍콩 정부에 사태 악화와 무력 진압을 하지 말도록 제동을 건 것으로 풀이된다.

켈리앤 콘웨이 백악관 선임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아마 시 주석에게 이(홍콩) 문제를 제기할 것이다. 이 문제는 확실히 백악관의 주의를 끌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말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시 주석을 만난다.

미 국무부는 “홍콩 정부가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고, 사람들이 평화롭게 집회할 권리를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압박했다.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 등 18명 이상의 의원은 홍콩 시위 지지에 가세하면서 더 강한 톤으로 중국과 홍콩 정부를 비판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도 이날 중국 정부에 “홍콩 시민의 권리와 자유를 존중하는 게 중요하다”고 촉구했고 유럽연합(EU)은 반중 시위 지지 성명을 냈다.

○ 중국, 무력진압 명분 만드나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3일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외국의 내정 간섭을 결연히 반대한다”고 정면으로 반박했다. 특히 ‘홍콩 경찰이 최루탄 등 무기로 시위대를 해산한 것을 지지하는가’라는 질문에 시위를 ‘폭동’으로 규정한 뒤 “중국 정부는 폭동 행위를 강하게 규탄하고 홍콩 정부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는 “홍콩의 번영과 안정을 해치는 행위는 모두 홍콩의 주류 민의에 맞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홍콩 정부에 무력 진압의 명분을 주려는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 자매지 환추(環球)시보는 사설에서 “(홍콩 시위가) 아군에게 고통을, 적에게 기쁨을 줬다”고 규정했다.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13일 “법안이 통과되면 (홍콩에서) 미국의 부적절한 영향력이 약화되고 정부와 시민 사이에서 마찰과 충돌을 일으키는 외부 세력의 대리인(시위대)이 더 효과적으로 처벌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이 미국의 영향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범죄인 인도 법 개정을 지지했음을 드러낸 것이다.

○ 홍콩 경찰 “폭동은 사람 죽일 것”

홍콩 정부는 12일 연기된 입법회(의회)의 인도 법안 2차 심의를 언제 재개할지 밝히지 않았다. ‘친중파’가 다수인 입법회는 20일 예정된 법안 표결을 강행할 태세다. 행정수반인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폭동에 참가한 젊은이들이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경찰도 유혈 사태 가능성을 시사했다.

시위대는 입법회를 포위해 법안 통과를 저지할 방침으로 13일 입법회 주변에는 수천 명이 모였고 일부가 경찰과 충돌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014년 민주화 시위 ‘우산 혁명’과 달리 20대 초반 젊은이들이 뚜렷한 지도자 없이도 자율적이고 평등하게 조직화됐다”고 전했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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