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업계 “미군 주둔지역엔 화웨이 장비 없어”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6월 8일 03시 00분


코멘트

정보유출 가능성 없다고 보지만 美 압력에 5G장비 도입 혼란
“기업에만 맡겨 불확실성 커져”

국내에서 화웨이의 통신장비가 군사 안보의 쟁점으로 떠오른 것은 처음이 아니다. 2013년 10월 LG유플러스가 롱텀에볼루션(LTE) 망 구축에 화웨이 장비 도입 계획을 밝히자 당시 미국 상원 정보위원장과 외교위원장은 “한미 동맹에 잠재적 위협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화웨이 장비를 통해 한국과 미국 사이 교신 내용이 감청당할 우려를 제기한 것이다.

LG유플러스는 결국 당시에도 주한미군이 주둔한 지역에 화웨이 대신 유럽 업체인 에릭슨 장비를 설치했다. LTE에 이어 5세대(5G) 이동통신에도 기존 장비와의 호환성 때문에 화웨이 장비를 도입한 LG유플러스는 5G도 미군 주둔 지역에는 화웨이 장비를 쓰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내 이동통신사들은 5G 기지국 등의 무선 장비와 상용 기간망은 군에서 쓰는 군사안보 통신망과 분리해 운영하고 있다. 민감한 정보가 오가는 군사 핵심 통신망은 내부 폐쇄망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정보 유출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는 것이 이동통신업계의 설명이다.

7일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화웨이의 5G 네트워크 장비의 국내 도입에 대해 “한미 군사안보 분야에 미치는 영향이 전혀 없다”고 선을 그은 것도 상용망과 군용 통신망이 분리돼 있는 국내 상황을 고려한 발언으로 보인다. 최근 국방부가 자체적으로 실시한 전군 보안 실태 조사에서도 보안 인증이 필요한 핵심 통신망에는 화웨이 장비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이통사들은 현재 내부적으로 신규 기간망 구축 때 화웨이 장비를 쓰지 않는 것을 검토하지만 공식적으로는 “화웨이 배제 원칙을 세운 바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불확실성은 여전히 크다는 것이 국내 업계의 반응이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5일 국내 이통사의 반화웨이 동참을 요구한 상황에서 정부는 여전히 “장비 도입은 개별 기업이 판단할 문제”라는 원론적 수준의 이야기만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미중이 만들어낸 폭풍의 바다 속에 5G를 이끄는 함대(한국) 방향을 통통배(이통사)에 떠맡긴 격”이라며 “5G 장비 도입에 연간 수조 원의 비용이 드는데 외부적 요인으로 자칫 특정 장비를 못 쓸 수 있는 상황이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5G 장비 수출에서 화웨이와 경쟁 중인 국내 업계가 미국의 화웨이 봉쇄작전의 반사이익을 볼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동통신장비 시장분석업체 델오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10∼12월)와 올해 1분기 합계 5G 통신장비 매출 점유율 37%를 기록해 1위를 차지했다. 이어 화웨이(28%), 에릭슨(27%), 노키아(8%) 순이었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점유율은 5, 6% 정도였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화웨이 5g 장비#한미 동맹#주한미군#미중 무역전쟁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