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바이러스’라더니…“아시아계 미국인 잘못 아냐” 물러선 트럼프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24일 16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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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줄곧 ‘중국 바이러스’로 불러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 “바이러스 확대는 아시아계 미국인들의 잘못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날 트위터에 “미국과 전 세계에서 아시아계 미국인 공동체를 보호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그들은 놀라운 사람들이며 바이러스 확산은 어떤 식으로든 그들의 잘못이 아니다”고 썼다.

공영 NPR방송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주말까지도 줄곧 ‘중국 바이러스’라는 단어를 고수했다. 하지만 그는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코로나19 기자회견에서는 코로나19를 ‘어디에선가 온 바이러스’ 라고 언급하며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약간 불쾌한 말이 있는 것 같다. 나는 이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수위를 확 낮췄다.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바이러스’ 표현은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차별을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뉴욕타임스(NYT)는 5년 전 미국에 이민 온 26세 중국계 여성이 최근 한 남성으로부터 욕설과 침 세례를 받은 사연 등을 전하며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 바이러스’ 낙인이 아시아계에 대한 혐오 범죄를 확대시키고 있다고 우려했다.

마스크 등 필수 방역장비가 부족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세계 최대 마스크 생산국인 중국과 관계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현 사태가 연말까지 이어지면 미국에서만 약 35억 개의 마스크가 필요할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은 일일 1억1600만 개의 마스크를 생산할 능력을 갖췄다. 최근 미국에서는 마스크 등 의료용 물품 부족으로 인한 사재기와 가격 폭리가 횡행해 법무부까지 수사에 나섰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의료물품 사재기를 엄단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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