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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환법 폐기’에도 싸늘한 반응…홍콩 청년들 “한국도 23주 연속 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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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환법 폐기’에도 싸늘한 반응…홍콩 청년들 “한국도 23주 연속 집회”

김예윤기자 입력 2019-07-09 14:47수정 2019-07-09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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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현지시간)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홍콩의 대규모 시위를 촉발시킨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에 대한 포기를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이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외신은 람 장관이 기자회견을 열어 “법안은 사망(소멸)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장차) 법안은 만료되거나 폐지될 것”이라고 한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간 것이다. 그러나 시위의 불씨는 쉽사리 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부터 시위에 총 4번 참여한 건축설계사 앨런 씨(32)는 “시민들은 정부가 정식으로 ‘철회(witdrawn)’라는 단어를 쓰지 않는 것부터 오만한 태도라고 생각한다”며 “(시민들이) 섣불리 시위를 멈추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원생인 존 목 씨(28) 역시 “그는 여전히 시위대를 검찰에 고소하지 않고 경찰의 물리적 제압을 조사하겠다는 약속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기자는 텔레그램 메신저 등을 통해 4명의 홍콩 젊은이들의 생각을 직접 들어봤다. 시위를 이끈 홍콩 2030 젊은이들은 최근 사태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 “송환법, 정치는 물론 경제에도 위협”

이번 대규모 시위는 ‘범죄인 인도법안’ 개정안, 일명 ‘송환법’에 반대하면서 일어났다. 현재 홍콩은 미국, 캐나다, 영국 등과 범죄인 인도 조약을 맺고 있다. 이번 개정안은 그동안 홍콩과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나 지역에도 범죄인의 신병을 넘겨줄 수 있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3월 말 여기에 중국이 포함돼있다는 내용이 알려지며 논란이 됐다. 중국 본토에 비판적인 반체제 인사나 인권 운동가 등이 중국에 송환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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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생 웡 씨(27)는 “이 법안은 홍콩 시민들을 보호하는 법적 방화벽을 무너뜨리는 법안”이라며 “법안이 통과되면 중국 정부의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을 어떤 이유를 대서라도 송환해갈 수 있는 도구가 될 것”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송환법이 정치는 물론 홍콩의 경제도 위협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외국계 은행에서 일하는 아이반 칸 씨(27)는 “송환법이 통과되면 많은 외국 기업이 홍콩을 빠져나가 ‘아시아 최대 금융 중심지’라는 위치를 잃을 것”이라며 “홍콩이 중국 같은 폐쇄적 국가로 취급되면 해외에서 홍콩과 맺은 관세 우대 정책 등을 폐지할지 모른다. 벌써 미국이 ‘미-홍콩 정책법(US-Hongkong Policy Act)’ 취소를 경고했다”고 말했다.

‘미-홍콩 정책법’은 1992년 미국 달러와 홍콩 달러의 자유로운 교환 등 미국이 홍콩에 중국과 차별화된 경제 특권을 부여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명확한 일국양제 유지를 전제 조건으로 걸고 있으며, “홍콩이 충분히 자치적이지 못하다고 판단되면 대통령은 특권의 일부 또는 전부를 폐지하도록 명령할 수 있다”고 돼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CNBC 등에 따르면 지난달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은 “송환법이 통과되면 더 이상 홍콩이 미국의 무역 우대 자격에 해당하는 ‘충분한 자치’를 누린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홍콩 경제의 근간이 되는 협약이 흔들리는 것이다.

● 홍콩 젊은이들, 입법회 점거 사태 지지 “폭력엔 반대” 딜레마도

청년들은 1일 밤 시위대의 입법회(의회) 점거에 대해 대체로 지지하는 입장을 보였다. BBC 등 외신 등은 이날 발생한 의회 점거 사태를 응원하는 시민들과 반대하는 시민들로 갈등 조짐을 보인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들 젊은이 4명은 공통적으로 “정부의 오만하고 불성실한 대처 때문”이라며 입법회 점거 시위를 지지했다.

앨런 씨는 “의회 점거는 200 만 명의 시민들과 대화를 거부해온 정부를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다른 방법이 없었다”며 “캐리 람 행정부의 오만함을 깨고 시민들의 목소리를 듣게 하기 위해선 불가피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대학원생인 존 목 씨(28)은 “정부와 친중국 인사들은 ‘극도의 폭력’이라고 비난하지만 시위대가 창문 등을 깨긴 했어도 시민 개인을 다치게 하지 않았다”며 “민주적인 의견 채널을 막은 이들이 가한 것이 ‘제도적 폭력’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웡 씨는 “정부가 시민들을 무시해왔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 무조건 비난할 순 없지만 정부의 시위대 제압 등 폭력에 반대해온 만큼 딜레마에 빠졌다”고 말하기도 했다.


● ‘백색 테러’ 공포…보안 뛰어난 텔레그램앱 고수

기자가 인터뷰를 진행한 4명의 젊은이 중 2명은 보안을 이유로 텔레그램 비밀 채팅을 통해 이야기하기를 원했다. 텔레그램 인터뷰를 요청한 앨런 씨는 “반체제 관련 서적을 다룬 서점 주인이 중국에서 실종되는 등의 선례가 있었다”며 “사람들은 중국 정부가 인터넷을 감시하거나 언론에 신원이 노출될 경우 신변에 위협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홍콩 내에서는 ‘백색 테러(white terror·정치적 목적을 위해 우익 세력이 저지르는 테러)’를 걱정하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는 전언이다.


앨런 씨가 언급한 사건은 홍콩의 ‘퉁뤄안(銅灣) 서점 실종 사건’이다. 중국 본토에서 출판할 수 없거나 판매할 수 없는 책을 파는 곳으로 유명한 퉁뤄안 서점의 주주와 직원 5명이 2015년 10월과 12월 사이 각각 실종됐다. 이중 서점 점장인 린룽지(林榮基) 씨는 그해 10월 중국에서 붙잡혔다가 이듬해 6월 홍콩으로 돌아와 이를 폭로하는 기자회견을 연 바 있다. 특히 마지막에 실종된 리보 씨는 홍콩에서 실종된 것으로 알려져 홍콩 시민들 사이에서 논란이 됐다.


역시 텔레그램으로 이야기를 나눈 웡 씨 역시 “이럴 때일수록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고 주변에도 한국 기자와 인터뷰를 권했는데 익명임에도 쉽사리 나서지 않는다. 속상하지만 두려움을 이해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두려움이 사람들을 시위에 나가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칸 씨는 “한국도 대통령이 바뀌기까지 23주 연속 집회를 하지 않았나. 우리도 정부로부터 진정성 있는 사과와 대응을 얻어낼 때까지 장기 집회를 각오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예윤기자 yea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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