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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 옆 사진관] ‘오토바이 천국’ 베트남 하노이…“삶 자체이자 부의 상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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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 옆 사진관] ‘오토바이 천국’ 베트남 하노이…“삶 자체이자 부의 상징”

송은석 기자 입력 2019-07-08 15:46수정 2019-07-08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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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하노이를 방문하자 마주친 건 오토바이였다.
지난 주 한국기자협회 연수 차 베트남 하노이를 다녀왔습니다. 베트남은 초행이었고 다른 관광객들이 그러하듯 저도 역시 ‘오토바이 문화’에 강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연수 일정이 워낙 빡빡해 아침 일찍 일어나 일정 시작 전 하노이 시내를 돌아다녔습니다.
출근 시간이 되자 구시가지임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오토바이들이 도로를 차지하고 달리고 있었다.
출근 시간이 되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늘어난 오토바이와 자동차로 도로는 혼돈 그 자체였다습니다. 마치 경주를 하듯 한 무더기의 오토바이들이 쌩쌩 지나가 횡단보도를 건널 엄두가 나질 않았습니다.
횡단보도가 옆에 있었음에도 정말 무자비하게 달리는 오토바이들.
패션용이긴 하지만 대부분 그래도 헬멧을 착용하고 있었다.
‘멘붕’에 당황한 모습을 본 한 현지 중년여성 따라오라는 듯 내게 손짓했습니다. 그분은 서두르지도 않고, 뛰지도 않고, 머무르지도 않고 오토바이 무리 안으로 천천히 걸어갔고 뒤이어 저도 따라갔습니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위험해 보였던 오토바이들도 알아서 속도를 줄이면서 우리들을 피해갔다. 마치 혼돈(카오스) 속에서 질서나 규칙을 찾아내는 기분이었습니다. 베트남은 참 재미있는 사회라고 느껴졌습니다.
옛 건축 양식이 유지된 집들을 배경으로 마치 독수리 오형제같이 오토바이 한 무리가 도로를 달리고 있다.
하노이 시민들에게 오토바이는 생활필수품이고 국민증명서입니다. ‘하차감’이라는 용어가 있을 정도로 우리나라 사람들이 고급 수입차를 선호하는 것처럼 베트남에는 어떤 오토바이를 타느냐가 부의 상징을 표현한다고 하네요.
성요셉 성당 앞에서 미사가 끝나자 마치 정모를 하듯 젊은 청년들이 베트남 오토바이를 타고 담소를 나누고 있다.
열악한 도로 사정으로 인한 정부의 고관세 정책으로 고위 상류층을 제외하고는 자동차 구매가 쉽지 않습니다. 경차 한 대가 무려 3천만 원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가끔 이렇게 인도를 점유한 오토바이를 보며 헛웃음이 날 때도 있었다.
그러나 오토바이는 몇십만원부터 구매가 가능할 뿐더러 휘발유도 적게 먹죠. 자동차와는 달리 부피가 작아 시내 어디든 주차가 가능하고 한달을 출퇴근하더라도 기름값이 2만원이 채 되지 않으니 베트남 시민들에겐 요즘 말로 ‘개이득’인 셈입니다.
두세명이서 오토바이를 타는 건 기본이다.
오토바이를 뒤덮는 짐을 싣고도 태연하게 달려간다.
‘혼란’에 적응이 되고나니 오토바이를 타는 사람들 한 명 한 명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뒷좌석에 두세명을 태우고 이동하는 것은 기본이고 엄청난 양의 짐을 싣고도 아무렇지 않은 듯 씽씽 달려가네요. 마치 서커스 곡예를 하듯 시속 30~40km를 달리면서도 한 손으로는 태연히 스마트폰을 만지작.
도로선도 없이 호암끼엠 호수 앞에서는 자동차와 오토바이가 눈치싸움을 하며 달리고 있다.
고가도로, 차선도 문제 없다. 무질서 속에 규칙이 보일 지경이다.
그런데 베트남 오토바이 문화에 제동이 걸릴 예정이라고 합니다. 세계 대기오염 조사 분석 업체 ‘에어비주얼’ 발표에 따르면 하노이는 인도네시아 다음으로 초미세먼지가 두 번째로 높은 도시였다. 스모그도 엄청납니다. 하노이와 호찌민 시가 2030년까지 오토바이 운행을 금지하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하네요. 신형 오토바이 면허도 더 이상 발급하지 않고 도심으로 진입하는 차량에 대한 요금 징수 방안도 연구하고 있다.
오토바이는 때로는 의자가 되기도 하고 침대가 되기도 한다. 의자에 앉아서 한 노인이 낚시를 하고 있다.
사회주의 국가 특성상 정부의 지침에 크게 반대하는 움직임은 아직까지는 없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제는 베트남 국민들에겐 삶이나 다름없는 오토바이가 과연 쉽게 사라질지… 궁금해집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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