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기업들, 美관세 피해 “가자, 베트남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6월 5일 03시 00분


코멘트

美中 무역전쟁에 脫중국 바람… 인건비 저렴한 베트남에 눈돌려
기업 16곳 입주… 공장건설 8배로

격화되는 미중 무역전쟁 때문에 베트남이 반사이익을 보고 있다고 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이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지난해 7월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면서 시작된 무역전쟁 이후 중국 기업들의 베트남 이주가 시작됐다. 미국의 관세를 피하기 위해서다. 탄탄한 자금력을 갖춘 화웨이와 달리 무역전쟁의 장기화에 버틸 능력이 없는 중국의 중소기업들은 인건비가 저렴하고 중국 대륙과 가까운 베트남으로 눈을 돌렸다.

베트남 북동부 하이퐁 지역에 위치한 중-베트남 경제특구에 지난해 초까지 입주한 중국 기업은 5곳에 불과했다. 하지만 미중 무역전쟁이 시작된 후 전자부품 업체 등 중국 기업 16곳이 새로 입주했다. 새로 공장을 세우려고 하는 기업도 8배로 늘었다. 경제특구 측은 2020년까지 현재 1500명 수준인 고용 인력을 3만 명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국 기업 관계자들은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밀려드는 기업들로 인력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중국 기업들을 위해 지어지고 있는 베트남 내 경제특구는 30개에 이른다. 베트남 정부에 따르면 올해 5월까지 외국인 투자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9.1% 증가한 167억 달러(약 19조7527억 원)다.

자국 기업의 탈출 행렬을 보는 중국의 속내는 엇갈린다. 당장 일자리를 빼앗기는 지방 정부는 불만이 많다. 하지만 중앙정부는 내심 이를 반기기도 한다. 베트남으로의 진출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강력하게 주창하는 21세기 육해상 실크로드 건설 프로젝트 ‘일대일로(一帶一路)’에 부합한다는 이유에서다.

블룸버그통신은 3일 “미국이 화웨이와 ZTE 등 중국의 거대 통신장비 업체들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며 “전자부품 공급에 더 큰 혼란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중국 기업들의 ‘탈(脫)중국’ 현상이 상당 기간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미중 무역전쟁#베트남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