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외교관 부인에 자식 잃은 英부모, 트럼프의 ‘깜짝 만남’ 주선에 분노

  • 뉴시스
  • 입력 2019년 10월 17일 15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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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와 만나는 순간 위해 사진가들 '매복'해 있어"
"유족, 가해자 영국으로 와야 한다는 생각 변함 없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5일 미 외교관 부인의 차에 치여 숨진 영국의 10대 청소년의 부모를 백악관으로 불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들과 외교관 부인 앤 사쿨러스(42)의 만남을 주선했으나 목숨을 잃은 해리 던(19)의 부모 팀 던과 샬럿 찰스는 끝내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16일(현지시간) 아버지 던과 찰스의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이 매우 잘 연출한 만남”에 “이용을 당했다”고 표현했다. 또 “유족들은 이번 만남에 매우 화가 났다”고 전했다.

CNN에 따르면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가 있는 바로 옆방에 아들을 죽인 사쿨러스가 있다는 ‘폭탄’같은 발언으로 우리를 놀라게 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백악관 사진가들이 집무실에서 던과 찰스를 기다리고 있었다며 “이들은 사쿨러스와 만나는 순간을 위해 ‘매복’해 있었다”고 묘사했다.

지난 8월27일 사쿨러스는 SUV를 몰고 영국 중부 노샘프턴셔 크러프턴 공군기지 근처를 지나던 중 모터바이크를 타고 달리던 19살 던과 충돌했다. 사쿨러스는 당시 역주행을 하던 중이었다.

던은 사고 후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사망했다.

사쿨러스는 외교관의 면책측권을 주장하며 미국으로 급하게 돌아갔다. 사건이 발생한 지 3주가 지난 시점이었다.

사쿨러스는 변호사를 통해 “비극적인 실수”였다며 사과하면서도 영국으로 돌아가 조사를 받을 의사는 없음을 밝혔다.

던의 부모는 13일 사쿨러스를 압박하기 위해 직접 미국을 찾았다. 이들은 사쿨러스를 만나 영국으로 돌아와 정의에 직면하라는 말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 와중에 갑작스럽게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남이 이뤄졌다.

던과 찰스의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들 부부와 만나 매우 따뜻하고 매력적인 모습으로 그 순간을 특별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짧은 환대의 순간이 끝나자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 이 추격전을 끝내자”며 “사쿨러스를 만나고 싶을 거다. 내가 그걸 이뤄줄 수 있다”며 충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했다.

찰스는 트럼프 대통령과 만난 뒤 “그(사쿨러스)가 옆 방에 있었다. 충격이었다”고 영국 스카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말하기도 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과 만나 이번 만남은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의 요청으로 이뤄졌다고 설명하며 “어떤 면에서는 아름다운” 만남이었으나 “던의 부모가 준비가 안돼 있었다”고 말했다.

던과 찰스의 대변인은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묘기”라며 트럼프 자신을 좋게 보이게 만들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이들의 만남은 그(트럼프 대통령)의 몫이어선 안된다. 처음부터 유족들은 사쿨러스가 영국으로 돌아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의 입장에는 어떤 변화도 없다”고 했다.

그는 “우리는 좀 멍한 상태다. 대통령이 조금 다른 각도에서 보겠다고 말한 것 외에는 실질적인 진전이 없었다”고 밝혔다.

대변인은 또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만남은 함정같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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