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법원 “후쿠시마 원전사고 도쿄전력 경영진 무죄…대비 어려워”

  • 뉴시스
  • 입력 2019년 9월 19일 14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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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법원이 2011년 발생한 후쿠시마(福島) 제1원자력발전소 사고와 관련해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의 옛 경영진 3명 전원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이들은 2016년 2월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강제기소됐다.

마이니치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도쿄지방재판소(지방법원)은 19일 가쓰마타 쓰네히사(勝?恒久·79) 전 회장과 다케쿠로 이치로 (武黑一?·73) 전 부사장, 그리고 무토 사카에(武藤?·69) 전 부사장 등 옛 도쿄전력 경영진 3명에 대한 선고 공판에서 피고 전원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렸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지난 2011년 3월11일 동일본대지진으로 최대 높이 15.5m의 쓰나미가 후쿠시마 제1원전을 덮치면서 발생했다. 이로 인해 후쿠시마 제 1원전의 1·2·3호기에서는 원자로의 노심이 녹아내리는 ‘멜트다운’이, 그리고 1·3·4호기에서는 수소폭발이 발생했다.

기소장에 따르면 이들 피고 3명은 원전 부지(해발 10m)보다 높은 쓰나미가 몰려올 수 있다는 것을 예견할 수 있었지만, 원전 운영을 지속함으로써 피난을 가지 못한 원전 인근 노인 요양원 및 병원 등의 입원환자 44명을 탈수와 영양실조 등으로 숨지게 한 책임이 있다.

이번 공판에서는 이들 3명이 쓰나미 발생을 예견해 방조제 설치 등 유효한 대책을 마련할 수 있었는지가 최대 쟁점이 됐다.

재판부는 이날 공판에서 이들 3명이 쓰나미 발생 가능성에 대한 보고를 받은 2008~2009년 이후 대책을 마련했다고 하더라도 “사고 발생 전에 모든 조치를 완료할 수 있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라며 이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또 “사고를 피하기 위해서는 원전 운전을 멈출 수 밖에 없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원전 사고가 생명, 신체에 중대한 위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것은 명백하지만, 운전 정지는 지역사회에도 영향을 준다”며 “사고를 회피할 의무를 검토할 때는 ‘원전 정지에 대한 부담과 어려움 등도 고려해야 한다’”라고 했다. 피고 3명이 쓰나미를 예견해 원전 운전 중단 결정을 내리기 힘들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검사에 해당하는 검찰역 변호사는 이날 공판에서 도쿄전력은 2008년 3월 정부 평가에 기반해 “최대 15.7m의 쓰나미가 원전을 덮칠 가능성이 있다”라는 장기평가 보고를 자회사로부터 받았다며, 이들이 쓰나미 발생을 예견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무토 전 부사장은 2008년 6월 담당자로부터 이 같은 내용의 보고를 받았으며, 피고 3명 전원이 참석한 2009년 2월 회의에서도 담당 간부가 “14m정도의 쓰나미가 올 가능성”을 언급했다는 설명이다. 검찰역 변호사는 그럼에도 이들 3명이 방조제를 높이거나 원전 운전을 멈추는 등의 대책을 취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반면 변호인 측은 공판에서 “거대 쓰나미는 예측할 수 없었다”라며 무죄를 주장했다. 변호인 측은 “쓰나미 발생에 대한 정부기관의 장기평가의 신뢰성은 낮고 정책의 근거로서 불충분했다”라고 반론했다. 원전을 운영하는 다른 운영사들도 장기평가에 근거한 쓰나미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장기평가는 원전 운전을 정지하는 근거로서는 불충분하며, 사고는 예견할 수 없었고 회피도 할수 없었다는 주장도 폈다. 피고 3명은 지금까지의 공판에서도 피해자나 유족들에게는 사과하면서도 과실 책임은 전적으로 부인했다.

앞서 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 후쿠시마 현의 피난자들은 2012년 6월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이들 3명을 고소했다. 이에 대해 도쿄지검은 2013년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 등을 들어 2차례 불기소 처분을 내렸지만, 이에 반발한 시민들에 의해 강제기소라는 제도를 통해 2016년 2월 기소됐다.

강제기소는 검찰이 불기소 처분한 사건에 대해 시민 등으로 구성된 검찰심사회가 2회에 걸쳐 기소를 의결하면 기소가 결정되는 제도를 말한다. 검사 역할은 재판소가 지정한 검찰역 지정 변호사가 맡는다. 이들에 대한 공판은 2017년 6월 시작된 이후 지금까지 37회 열렸다.

한편 이날 도쿄지방재판소 앞에는 도쿄전력 경영진을 고발한 시민 등이 몰려와 판결 결과를 비판했다. 이들은 “왜 무죄인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 “이런 결과가 나올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며 재판 결과에 대해 분노했다.

재판장에서도 피고에 대한 무죄가 선고되자 방청석에서는 “거짓말” 등이라는 야유의 목소리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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