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한중일+X 협력 합의”… 강경화는 언급 안해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8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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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일대일로 제3국 진출 협력방안… 韓, 美반대 의식 공식표명 피한 듯
日 “환영” 언급… 공동성명 채택 못해

왕이(王毅)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21일 베이징 북부 관광지 구베이수이전(古北水鎭)에서 열린 한중일 외교장관회의 직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지난해 일본 도쿄에서 열린 한중일 정상회의에서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가 제안한 ‘한중일+X’ 협력 문건을 이번 회의에서 합의, 통과시켰다”고 밝혀 주목된다. 이는 중국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과 주변 국가들을 연결하는 인프라 프로젝트)의 제3국 진출에 협력하는 방식으로 한국과 일본이 참여하려는 것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상은 회견에서 “한중일+X 협력 문건에 일치한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도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고노 외상이 “한중일+X 협력을 적극 발전시키겠다”고 회의에서 말했다고 했다. 강 장관은 회견에서 이를 언급하지 않았다. 일본은 동남아시아에서 중국과 제3국 협력을 구체화하고 있지만 한국은 아직 구상 단계다. 이런 상황에서 ‘한중일 합의’를 통해 한국이 중국의 일대일로에 사실상 참여하는 것처럼 비치면 미국이 거세게 반발할 가능성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 당국자는 “한중일이 3국 인프라 건설 등에 협력해 공동으로 사업을 하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왕 위원은 20일 한중 회담에서도 “한국이 일대일로 건설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를 희망한다”며 압박했다.

중국이 한중일 외교장관회의를 통해 한일 갈등 해결을 적극 강조한 것이 미국의 중국 견제를 뚫기 위한 우회적 접근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왕 위원은 회견에서 “낡은 것들이 다시 출현하듯 나온 문명충돌론에 직면해 한중일이 동방의 지혜를 더욱 드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명충돌론은 미국이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기 위해 최근 사용하는 용어다. 중국은 강 장관과 고노 외상에게 “미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하려는 것을 결연히 반대한다”고 압박했다. 강 장관과 고노 외상은 한중일 회의에서 각각 왕 위원에게 홍콩 사태와 관련해 홍콩 내 자국 기업과 교민 안전에 우려를 표시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회의에서 한중일 공동발표문이 채택되지 못하고 올해 말로 예정된 한중일 정상회의 일정도 구체적으로 확정하지 못한 것은 여전히 한중일 간 이견이 적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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