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수출규제 기업 한국서 매년 수백억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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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7월 21일 09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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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대한(對韓)’ 수출규제 품목으로 지정한 ‘포토레지스트’를 생산하는 일본 기업들의 한국 자회사가 배당금 또는 기술도입료 명목으로 일본 본사에 매년 수백억원을 지급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포토레지스트는 반도체 웨이퍼 표면에 회로 패턴을 그리는 감광재로 일본 기업들이 세계 시장의 90%를 차지하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반도체·디스플레이용 포토레지스트(PR)를 생산하는 일본의 JSR(Japan Synthetic Rubber)이 한국에 설립한 자회사 ‘제이에스알마이크로코리아’는 지난 6월 도쿄 본사에 2018 회계연도 배당금 명목으로 210억9520만원을 지급했다.

JSR마이크로코리아는 JSR이 2003년 1월 자본금 20억원으로 설립한 지분 100%(40만주) 보유 자회사로 충북 청주에 자리잡고 있다. 일본 본사에서 수입한 반도체·디스플레이용 재료를 재가공하거나 직접 화학제품을 제조·가공하는 방식으로 수출입과 판매를 담당하는 곳이다. 1957년 도쿄에서 합성고무 전문기업으로 출발한 JSR은 화학소재 분야로 빠르게 진출해 현재는 반도체 포토레지스트 시장 점유율 20% 중후반대의 선두 기업으로 자리잡았다.

JSR은 2000년대 초반 한국에 법인을 설립한 이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과의 거래 확대를 통해 덩치를 키웠다. 한국 법인 설립 초기였던 2005년 1000억원 수준이었던 연매출은 지난해 약 2120억원으로 2배 이상 늘었다. 2014년만 하더라도 연매출이 3500억원에 달했지만 판매대리점 업무를 전담하는 법인을 분할, ‘JSR일렉트로닉머티리얼즈’를 설립해 실적이 다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JSR마이크로코리아는 판매 법인 분할 직후인 2015년부터 일본 본사에 배당을 한차례도 빼먹지 않고 실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회사 측이 공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에 지급한 배당금은 450억원이다. 2015년 배당성향(당기순이익 중 배당금 총액의 비율)은 140.1%로 당시 당기순이익 321억원보다 120억원 이상 많은 규모다.

이후에도 2016년과 2017년에도 각각 123억원(배당성향 50.1%), 121억5200만원(배당성향 50%)을 본사에 보냈다. 지난해에는 50%대로 떨어졌던 배당성향이 다시 100%로 상승해 81억6760만원이 지급됐다. 2015년부터 올해까지 JSR마이크로코리아가 일본 본사에 보낸 배당금 총액만 987억1480만원에 달한다.

JSR 측은 한국에서의 사업을 통해 5년간 1000억원에 육박하는 배당금을 챙겨갔지만 국내 지역사회에 대한 기부금 액수는 500만원에도 못 미쳤다. JSR의 2개 자회사가 기부금을 낸 것은 JSR마이크로코리아가 2014년과 2015년에 각각 100만원과 200만원씩을 낸 300만원에다가 JSR일렉트로닉머티리얼즈가 2017년에 납부한 100만원을 합친 총 400만원이 전부다.

JSR에 이어 반도체 포토레지스트 시장 점유율 2위 기업으로 알려진 도쿄오카공업(TOK)도 2012년 국내 시장에 진출해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TOK는 삼성과 합작법인 형태로 인천에 ‘티오케이첨단재료’라는 회사를 설립했는데 TOK 측이 지분 90%, 삼성물산이 10%를 갖고 있다. 티오케이첨단재료는 외국인투자촉진법에 의거해 법인세 감면 혜택도 받는다.

특히 TOK 본사는 ‘기술도입료’ 명목으로 수백억원을 챙긴 것으로 확인됐다. 티오케이첨단재료에 따르면 일본의 TOK 본사 측과 2012년 10월 22일자로 ‘포토레지스트 기술도입’ 계약을 체결했는데 이 계약 조건에 따라 10년간 순매출액의 10%를 기술도입료로 지급하기로 한 것이다.

티오케이첨단재료의 감사보고서를 살펴보면 2015년에 처음으로 기술도입료 56억3900여만원이 지급됐으며 이후에도 Δ2016년 59억8257만원 Δ2017년 80억2505만원 Δ2018년 60억37만원 등이 각각 본사에 전달됐다. 4년간 TOK 본사가 챙긴 기술도입료 총액만 256억4700여만원에 달한다.

TOK는 삼성전자로부터 최우수 협력사로 수차례 선정될 만큼 두터운 협력 관계를 구축한 것으로도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TOK는 2013년 처음으로 삼성전자로부터 ‘베스트 파트너 어워드’를 받은 이후 2014년, 2015년, 2016년까지 4년 연속 수상하고 지난해에도 상을 거머쥐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아베 정부의 수출규제 조치로 인해 일본 기업들도 피해를 입을 가능성은 분명 있다”면서도 “관련 업체들이 국내에 법인을 두고 수년간 사업하며 배당금을 챙겨간 것을 생각하니 더욱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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