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황제’ 대신 ‘월가 여왕’ 탄생?…백인남성 일색이던 월가에 부는 女風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18일 17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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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황제’ 대신 ‘월가 여왕’이 탄생할까.

미국 최대 금융사 JP모건 체이스가 소비자 대출 사업부 최고경영자(CEO)와 최고재무책임자(CFO) 등 주요 고위직에 여성을 임명했다고 17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이번 인사로 현 제이미 다이먼 CEO 겸 이사회 의장 후임으로 여성수장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며 백인 남성 일색의 월가에서 전례 없는 여풍(女風)이 불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JP모건은 2012년부터 CFO를 맡아온 마리안 레이크를 다음달부터 소비자 대출 사업부 대표로 이동시키고, 레이크의 후임으로 신용카드 사업부를 맡았던 제니퍼 피엡스작을 임명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5월 1일부터 업무를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레이크가 새로 책임을 맡을 소비자 대출 사업부는 자동차 대출, 모기지, 신용카드 사업부를 총괄하는 JP모건의 주요 사업부서다. WSJ는 1999년부터 JP모건에 합류한 레이크가 오랫동안 다이먼의 유력 후계자로 지목돼 왔지만 애널리스트들로부터 주요 사업부 경험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고 전했다. 따라서 이번 인사는 레이크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25년간 JP모건에 근무해 온 피엡스잡 역시 CFO로 이동하면서 유력한 차기 대표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WSJ에 따르면 올해 63세인 다이먼 CEO는 2월 투자 콘퍼런스에서 은퇴 계획을 묻는 말에 “5년. 아마도 지금부터 4년”이라고 답변했다. 2014년 인후암에 걸렸다 회복했으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재무장관 후보로도 거론됐다.

레이크와 비슷한 또래로 알려진 피프작은 향후 후계 구도에서 경쟁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NYT)는 다이먼 CEO의 측근을 인용해 레이크와 피프작이 유력한 후계자라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두 명의 여성을 경쟁시키는 것이 지난해 12년 만에 수장을 바꾼 골드만삭스의 사례를 연상시킨다고도 평한다. 골드만삭스도 14개월간 데이비드 솔로몬 현 CEO와 하비 슈워츠 전 최고운영책임자(COO)를 경쟁시킨 끝에 솔로몬으로 낙점한 바 있다.

월가에서는 JP모건의 이번 고위직 여성 인사를 혁신적으로 평가한다. 블룸버그통신은 “JP모건을 포함해 미국의 6대 은행에서 여성 CEO는 전무하다”며 “JP모건이 차기 리더를 선정하기까지 여전히 몇 년이 걸릴 수 있겠지만 이번 인사가 다른 경쟁 업체보다 앞서간 것”이라고 평했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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