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메르켈 후임에 세 아이 엄마 ‘미니 메르켈’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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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 기민당 대표 크람프카렌바워
보수 남성들 지지한 메르츠 꺾어… 메르켈 이후도 女총리 가능성 커져
NYT “獨, 남성 포퓰리스트 선택 안해”

7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기민당 전당대회에서 메르켈 총리(오른쪽)의 후임 당 대표로 선출된 아네그레트 크람프카렌바워 후보가 손을 흔들며 당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함부르크=AP 뉴시스
7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기민당 전당대회에서 메르켈 총리(오른쪽)의 후임 당 대표로 선출된 아네그레트 크람프카렌바워 후보가 손을 흔들며 당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함부르크=AP 뉴시스
7일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기독민주당(CDU) 전당대회장.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64)의 퇴장을 아쉬워하는 많은 당원은 피켓에 “고마워요. 여성대표님(Thank you Ms. Chairwoman)”이란 글을 들고 흔들어 댔다.

2005년부터 국가 수장을 맡아 온 메르켈 총리가 올해 10월 “당 대표를 그만두고 총리를 현 임기인 2021년까지만 하겠다”고 발표하자 소셜미디어에서는 “이제 남자도 총리가 될 수 있나요”란 독일 남자 청소년들의 질문이 화제였다. 메르켈 총리 장기 집권의 한 단면인 셈이다.

메르켈 총리는 물러나지만 독일에서 남성 총리를 볼 가능성은 여전히 작다. 7일 전당대회에서 메르켈 총리의 후임으로 ‘워킹맘’ 아네그레트 크람프카렌바워 기민당 사무총장(56)이 선출됐기 때문이다. 보수적인 남성 세력이 총결집해 프리드리히 메르츠 전 원내대표(63)를 밀었지만 메르켈 총리의 지원을 받은 크람프카렌바워 후보를 앞서지 못했다. 크람프카렌바워 후보는 517표를 얻어 메르츠 후보를 35표 차로 따돌렸다.

뉴욕타임스는 “유럽과 세계 다른 국가 리더들이 급격한 변화나 복잡한 글로벌 문제에 쉬운 답을 제시하는 남성 포퓰리스트로 바뀌는 추세인데 독일은 반대 방향을 택했다”며 “독일 최대 정당 리더가 연속성과 안정성을 앞세운 또 다른 여성으로 이어졌다”고 평가했다.

크람프카렌바워 신임 기민당 대표는 메르켈 총리가 2000년부터 당 대표를 지내는 동안 지역에서 꾸준히 정치 경험을 쌓았다. 프랑스와 룩셈부르크 국경에 있는 작은 지역 자를란트주의 내무부 장관, 교육부 장관, 노동부 장관을 거쳐 2011년부터 주지사를 지냈고, 올 2월 메르켈 총리의 지명에 따라 당 사무총장으로 임명됐다. 동독 출신인 메르켈 총리와 달리 서독 출신이며 아이가 없는 메르켈 총리와 달리, 22세 때 채굴 엔지니어 남편과 결혼한 세 아이의 엄마다. 온건하고 실용적인 노선으로 ‘미니 메르켈’이라고 불려왔다.

하지만 크람프카렌바워 신임 대표는 당선 연설에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많은 글을 읽었다. ‘미니(메르켈)’ ‘복사’ ‘더 이상 같을 수 없는’ 이런 수식어가 있는 걸 알지만 나는 여러분 앞에 나 자신으로 서 있고, 내 삶으로 서 있다. 그게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와의 차별화를 예고한 대목이다. 대표 선출 이후 첫 행보로는 당내 보수적인 성향의 청년조직 수장인 파울 치미아크(33)를 사무총장으로 선출하며 당내 통합을 꾀했다.

크람프카렌바워 신임 대표는 메르켈 총리와 비교해 유럽 통합에 대해서는 더 신중하고, 러시아에 대해서는 더 적대적이며, 이민에 대해서는 더 엄격한 성향을 보인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 메르켈 총리보다 여성의 사회 진출에는 더 적극적이나 동성애 결혼에는 더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크람프카렌바워 신임 대표가 언제든 ‘새로운 총리’가 될 수 있는 위치에 오른 만큼 메르켈 총리의 레임덕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독일 메르켈 후임#집권 기민당 대표 크람프카렌바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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