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 “네가 뮬러 특검의 ‘이상한 절친’이라는 트럼프의 말은 언어도단”

  • 뉴시스
  • 입력 2018년 12월 9일 21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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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제임스 코미 전 FBI 국장이 자신과 로버트 뮬러 3세 특별검사가 ‘포옹하고 키스하는 사이’라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말도 안 되는 억지소리라고 반박했다.

코미 전 국장은 7일 하원 법사위 및 행정부감독위의 비공개 청문회에 나가 7시간 동안 선서증언했다. 내년 1월3일 부로 116대 하원 소수당 신세가 되는 공화당이 소환장 발부 권한의 다수당 지위를 마지막으로 누리는 자리라고 할 수 있었다.

증언 하루 뒤인 8일 코미 국장이 출석 조건으로 요구했던 대로 235쪽의 증언록이 선별 없이 낱낱이 공개됐다. 이 증언록 60쪽부터 민주당의 제리 네이들러 의원(뉴욕)이 코미에게 “귀하는 로버트 뮬러와 베스트 프렌드 사이인가?”하고 묻는 장면이 나온다.

네이들러 의원은 현재 법사위 민주당 간사로 새 의회에서 하원 법사위원장 직을 맡는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절차를 발동시킬 수 있는 이 차기 하원 법사위원장은 “지난 9월5일 트럼프 대통령이 데일리 콜러 지와의 인터뷰에서 ‘뮬러 특검은 코미의 베프다, 나는 여러분에게 그와 코미가 서로 껴안고 키스하고 있는 사진 수백 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면서 이 질문을 던졌다.

코미 전 국장은 이에 “아니다. 그를 아주 존경하기는 하지만, 그의 전화번호도 모르고, 그의 집에 가본 적이 한번도 없다, 그의 아이들 이름도 모른다”며 베프가 아니더라도 ‘친구’ 사이를 증명할 수 있는 여러 조건에서 해당되지 않음을 밝혔다.

코미는 이어 “레스토랑에서 단둘이서 식사한 적은 한번인가 있는 것 같고, 나는 그를 좋아한다. 나는 (친구, 베프는) 아니다 …나는 그를 굉장히 존경하는 직업적 동료이다. 우리는 어떤 사회적 기준이나 상식에서도(베프는커녕) 친구라고 할 수 없다”고 부연했다.

이에 질문자 네이들러 의원은 “귀하가 그를 껴안고 키스했는지 사실 여부를 질문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질문할 필요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코미는 “의원님의 말씀에 내 아내가 안도하는 것을 여기서도 느낄 수 있다”고 답했다. 트럼프가 인터뷰에서 코미를 공격하면서 묘한 “사진 수백 장이 있다”면서 한 말은 뮬러 특검과 코미 국장이 친한 사이라는 것을 넘어 ‘성적으로 이상한 사이’라는 뉘앙스를 풍겼다. 코미도 그렇게 받아들였다는 것이 이 답변에서 드러났다.

네이들러가 코미에게 부러 이와 관련된 질문을 한 것은 코미에게 해명의 기회를 주고 트럼프의 주장이 중상모략 성 억지소리임을 밝히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뮬러 특검과 코미 전 국장을 한 묶음으로 꿰어서 타도해야 할 두 명의 적으로 여기는 트윗을 숱하게 날려왔다. 두 사람을 트윗 한 문장에 엮어대면서 공격하다 보니 끝내는 ‘이상한 베프’로까지 자가 진화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뮬러와 코미는 서로 연결되는 점이 많다.

뮬러는 부유한 독일계 가문 출신으로 현재 74세인 반면 코미는 별로 여유롭지 못한 아일랜드계에서 출세한 58세로 나이 차가 많이 난다. 다같이 연방 법무부의 차관보급인 연방 지역검사장을 지냈다. 다소 늦은 54세의 나이로 연방 캘리포니아주 북부지검장에 올랐던 뮬러는 부시(子) 대통령 취임 직후 인준 기간 잠시 법무부 부장관 대행을 지냈다. 그리고 즉시 2001년 9월부터 2013년 9월까지 12년 동안 FBI 국장을 맡았다.

2009년 1월 취임한 민주당의 오바마 대통령이 계속 신임한 점이 눈에 띈다. 이 점은 코미도 마찬가지다. 42세에 94개 연방 지역검찰 중 ‘황태자’ 지검으로 불리는 뉴욕남부 지검장에 올랐던 코미는 곧장 2002월 12월부터 2005년 8월까지 연방 법무부 부장관으로 발탁된다. 부장관은 직제상 FBI를 직접 통제하는 자리로 코미가 뮬러의 직속 상관이라 할 수 있었다. 당시 두 사람은 여러 번 부시 정권의 법무부 주요사안으로 같이 뉴스에 오르내렸다. 이때 같이 찍힌 사진이 많다.

두 사람 모두 투표권 확득을 위해서 꼭 해야는 자발적 유권자 등록 때의 기재사항인 정당 관련 란에다 ‘공화당원’으로 적고 있다. 그래서 미국의 모든 언론은 이들이 공화당원이라는 사실을 명기하면서 관련 뉴스를 전한다. 공화당원인 코미가 민주당 오바마 대통령에 의해 2013년 9월 뮬러의 후임인 제7대 FBI 국장으로 등용된다. 그런 코미가 같은 공화당의 트럼프에게 대통령 취임 4개월 뒤인 2017년 5월9일 그야말로 전격 해임된 것이다.

그리고 열흘도 못 된 5월17일 뮬러가 러시아 대선개입 의혹 및 트럼프의 관련 사법방해 혐의를 수사하는 특별검사로 역시 ‘공화당원’으로 밝히고 있는 로드 로젠스타인 법무부 부장관에 의해 임명됐다. 트럼프는 이때부터 뮬러와 코미 두 사람, 또 로젠스타인이 속으로는 힐러리 클린턴 지지의 멀쩡한 민주당 인사라고 줄기차게 말하고 있는 것이다.

코미 전 국장은 7일 의회 증언에서 뮬러 특검이 정도를 걷고 있으며 “트럼프가 뮬러를 해임한다해도 법무부와 FBI 전 직원들을 없애지 않는 한 러시아 수사는 막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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