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페이스북, 흔들리는 ‘2인자’ 셰릴 샌드버그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9일 19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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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유출 사태·러시아 대선 개입 스캔들 ‘몸통’으로 지목
페이스북 위기 책임론 부상…저커버그와 ‘불화설’도
미셸 오바마 “일·가정 양립 X같은 말”…줄 잇는 ‘린 인’ 리더십 비판
샌드버그 영향에 ‘유리천장’ 강화될까 우려도

최근 페이스북이 개인정보 유출 등 각종 스캔들에 휘말린 가운데 한때 성공한 여성의 대표주자로 꼽히던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최고 운영 책임자(COO)가 위기에 처해 있다고 영국 BBC인터넷 판이 9일 보도했다. 이와 함께 미국에서는 샌드버그가 다른 여성들에게 성공의 비법을 전수한 책 ‘린 인’에 대한 비판도 들끓으며 샌드버그가 코너에 몰리고 있다.

페이스북 2인자인 샌드버그는 지난 수년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중 한 명이자 글로벌 베스트셀러 ‘린 인’의 저자로서 승승장구했으며,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로도 거론됐던 인물이다. 그러나 최근 2년 간 페이스북이 개인 정보 유출과 러시아 대선 개입 의혹 등 숱한 스캔들에 거듭 휘말리면서 샌드버그의 명성에도 금이 가고 있다는 해석이다. BBC는 “페이스북의 위기로 한 때 인기인이던 COO(샌드버그)는 무거운 책임을 지고 있다”며 “투자자와 고객 정치인 등은 희생양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샌드버그를 둘러싼 구설은 최근 끊이질 않고 있다. 앞서 페이스북이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에 이용됐다는 비판을 받자 홍보회사를 통해 여론몰이를 펼쳤다는 의혹을 받은 데 이어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의 최고경영자(CEO)와의 불화설도 나왔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샌드버그가 지난 1월 페이스북을 ‘사회에 위협을 주는 존재’라고 비판한 억만장자 조지 소로스의 주식 거래를 들여다보라는 지시를 했다고 보도했다.

설상가상 최근에는 샌드버그가 2013년 펴낸 자기계발서 ‘린 인’에 대한 비판도 나오는 중이다. 이달 초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부인인 미셸 오바마는 자신의 자서전 ‘비커밍’ 홍보 행사 중에 “‘모든 걸 다 가질 수 있다’는 말은 틀렸다. 동시에 다 되는 건 아니다”며 “그건 거짓말이다. 린 인으로 늘 다 되는 건 아니다. 그 X 같은 말(that shit)은 늘 통하는 방법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프리랜서 저널리스트인 캐서린 골드스타인은 최근 온라인 매체 VOX에 “나는 과거 셰릴 샌드버그의 광팬이었다. 그리고 ‘린 인’ 조언이 날 망쳤다”는 글을 쓰기도 했다. 골드스타인은 “이 책이 내포하고 있는 가장 큰 거짓말은 대다수의 회사와 상사가 여성에게 호의적이며, 열심히 일하면 보상을 받고, 능력중심사회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는 메시지”라고 비판했다. 이 책이 사회와 기업의 차별 문제가 아닌 여성 개인의 노력만을 강조한 문제를 지적한 것이다. .

일각에서는 최근 페이스북의 문제를 여성 경영자인 샌드버그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는 분위기가 여성 임원에 대한 ‘유리 천장’ 현상의 하나라는 지적도 나온다. BBC는 “수많은 연구에서 기업이 위기시 여성 임원에게 책임을 돌리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또 테크업계에서 샌드버그 사례를 계기로 여성임원에 대해 회피하는 경향이 생길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페이스북 사태에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할 저커버그보다 샌드버그 개인에 비판이 몰리는 분위기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테크업계 다양성을 지향하는 비영리단체 애니타B의 브랜다 위커슨 대표는 BBC와 인터뷰에서 “회사에 대한 비판이 타당하지 않다는 말이 아니다. 여성 리더에게는 개인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남성 리더에게는 좀 더 객관적인 방식으로의 비판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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