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드라마, 정교함은 기본…뒤통수 치는 ‘지독한 각색’도 인기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0월 31일 17시 01분


코멘트
tvN 드라마 ‘쌉니다 천리마마트’ 홈페이지.
tvN 드라마 ‘쌉니다 천리마마트’ 홈페이지.
“야야야야~ 빠야카라뚜(빠야카트)”

인도풍 선율에 맞춰 머리에 뿔을 단 원주민들이 ‘칼군무’를 펼친다. tvN 드라마 ‘쌉니다 천리마마트’에서 단돈 100원에 물건을 옮겨주는 ‘인간 카트’ 빠야족의 공연. 2010년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이 드라마 곳곳엔 이런 B급 감성으로 가득하다. 이 노래는 중독성 강한 멜로디 때문에 ‘수능 금지곡’으로 불릴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제작진은 원작에 없던 빠야족의 노래와 언어까지 창조했다. 은밀한 부위(?)에 달린 원작의 뿔도 머리 위로 옮기면서 방송용으로 순화시켰다. 온라인에선 “웹툰 드라마의 좋은 예”로 원작과 드라마 장면을 비교하는 글들이 많다.

tvN ‘미생’(2014년)의 성공 이후, 웹툰 드라마는 안방극장의 주류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물론, 만화적 상상력을 조악한 컴퓨터그래픽(CG)으로 망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원작과의 ‘싱크로율’을 높이면서도 서사를 변주한 요즘 웹툰 드라마의 정교한 연출은 깐깐한 원작 팬들에게도 회자될 수준에 이르렀다.

웹툰의 명장면이나 주요 캐릭터 설정은 원작 팬들이 가장 눈여겨보는 부분. 그래서 천리마마트 사장 정복동(김병철)은 우스꽝스런 해바라기 탈을 썼고, 점장 문석구 역을 맡은 이동휘는 머리로 물구나무를 서는 ‘그랜절’ 동작을 위해 필라테스와 요가 수업까지 들었다. “환불해주옵소서”라며 손님이 곤룡포를 입은 고객센터 직원에게 무릎을 꿇는 장면도 웹툰 그대로다. 8월 종영한 OCN ‘타인은 지옥이다’는 원작 팬들의 ‘가상 캐스팅’ 물망에 오른 배우 임시완, 이정은을 그대로 캐스팅했다.

CG의 정교함도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만화 캐릭터가 세상에 나와 사랑을 하는 MBC ‘어쩌다 발견한 하루’는 극 중 현실이 2D 만화로 수시로 전환되지만 이질감이 없다는 평이 많다. 김상협 PD는 “분리된 세계를 자유롭게 넘나들기 위해 색 전환을 포함해 CG에 대해 특히 더 신경 썼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드라마 ‘좋아하면 울리는’ 제작진은 웹툰의 풋풋한 감성을 살리기 위해 편집 과정에서 청량한 색감을 입혔다.

원작 팬들의 뒤통수를 ‘탁’ 치는 서사 변주도 과감해졌다. ‘타인은 지옥이다’ 원작에서 존재감을 내뿜는 악당 유기혁(이현욱)은 드라마 초반 서문조(이동욱)에게 살해되고, 고시원에 사는 변득수 변득종(박종환)이 쌍둥이라는 전혀 다른 설정은 극 후반까지 긴장감을 유지한 원동력이 됐다. KBS ‘조선로코: 녹두전’에선 여장을 한 녹두(장동윤)의 옷이 벗겨지며 동주(김소현)에게 남자라는 사실을 들키는 장면은 은밀한 부위를 우연히 만지게 되는 것으로 각색해 “웹툰보다 지독한 장면”이라는 반응을 끌어냈다.

원작을 보지 않은 시청자들의 이질감을 줄이기 위해서도 고민했다. 당초 ‘쌉니다…’에서 DM그룹의 전무 권영구(박호산)를 대머리로, 정복동의 정수리에 달린 요상한 꽁지머리까지 웹툰을 그대로 재현했다. 하지만 “거부감을 줄 수 있다”는 배우 이순재의 요청으로 대머리, 꽁지머리 분장을 하지 않고 다시 촬영했다. 안상휘 CP는 “웹툰과 너무 유사하면 개연성이 떨어질 수 있어 과장된 대사 톤이나 설정을 덜어냈다”고 말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