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리의 듀얼인터뷰] ‘82년생 김지영’의 출발 두 제작자 “나의, 우리의 이야기”

  • 스포츠동아
  • 입력 2019년 11월 1일 06시 57분


편견 가득한 논란을 딛고 관객의 공감을 얻고 있는 ‘82년생 김지영’의 제작자인 봄바람영화사 곽희진·박지영 대표(왼쪽부터)는 “결국 함께 이해하고 공존하자는 것”이라고 영화를 소개했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편견 가득한 논란을 딛고 관객의 공감을 얻고 있는 ‘82년생 김지영’의 제작자인 봄바람영화사 곽희진·박지영 대표(왼쪽부터)는 “결국 함께 이해하고 공존하자는 것”이라고 영화를 소개했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 영화 ‘82년생 김지영’ 두 제작자 곽희진 & 박지영

곽희진 대표
“내 이야기이고 내 친구 이야기
김도영 감독님 단편 보고 확신
차기작은 따뜻한 코미디 준비”

박지영 대표
“지영이라는 흔한 이름 더 공감
한 줄로 정리하면 응원과 위로
함께 공감하는 이야기 만들 것”

‘82년생 김지영’의 영화화의 출발은 원작소설 출간 직후인 2016년 말이다. 소설이 페미니즘 이슈와 맞물려 공론화하기 이전은 물론 100만부 판매고를 기록하기 훨씬 전이다. 소설이 나오자마자 단숨에 읽고 “내 이야기 같다” “친구와 가족이 떠오른다”는 마음에 한달음에 출판사를 찾아간 두 사람이 있다. 정유미·공유 주연 영화 ‘82년생 김지영’을 만든 제작사 봄바람영화사의 박지영(40)·곽희진(35) 대표다.

영화제작사 싸이더스에서 각각 마케팅과 판권 업무를 맡아 4년간 함께 일한 두 사람은 2016년 말 사표를 냈다. 영화를 제작하기 위한 건 아니었다. 여러 사정으로 진로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서 두 사람은 막연히 생각해왔던 기획 일에 직접 뛰어들기로 했다. 그리고 ‘82년생 김지영’의 영화화를 시작했다.

물론 쉽지 않았다. 기획단계에서부터 ‘반대’ 여론에 직면했고, 10월23일 개봉 전에는 온라인상에서 ‘평점 테러’와 악성 댓글 공격도 받았다. 하지만 개봉 이후 많은 관객의 공감을 빠르게 얻고 있다. 두 사람을 인터뷰한 10월30일 손익분기점(160만 명)도 넘어섰다.

- ‘(박)지영이가 (김)지영을 만든 셈이네요.

박지영(이하 박) “하하하! 그만큼 ‘지영이’라는 이름이 흔하니까요. 스크립터와 포스터 디자이너 이름도 ‘지영이’에요. 학교 다닐 때 한 반에 박지영이 두 명이라 ‘A’·‘B’로 불리기도 했어요. ‘82년생 김지영’은 이름만큼이나, 주변에서 겪고 많이 보는 이야기였어요. 자연스러웠습니다.”

- 원작이 화제작이라 판권 계약이 쉽지 않았을 텐데요.

곽희진(이하 곽) “2016년 말 영화사를 차리고 ‘할 만한 이야기’를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원작을 읽었죠. 그해 10월 출간된 소설을 11월에 읽었어요. 흥미로웠죠. 나와 내 친구의 이야기였어요.”

“원작을 영화로 만든다면, 누군가를 위로하고 격려하는 작품이길 바랐어요. 우리의 바람과 방향성에 원작자인 조남주 작가도 동의하고 공감했습니다. 지향이 맞아 출발할 수 있었어요.”

영화는 아내이자 엄마이면서 잠시 사회 경력이 중단된 30대 초반의 주인공 김지영(정유미)의 삶은 물론 어머니와 할머니가 겪어낸 과거의 시간까지 아우른다. 영화 제작 과정도 ‘여성 영화인의 연대’에서 출발했다. 두 제작자의 섬세한 손길에서 시작된 기획은 영화 ‘7번방의 선물’, ‘형’ 등의 각본을 쓴 유영아 작가의 손을 거친 시나리오로 이어져 아이의 엄마로 연기해온 김도영 감독의 시선을 통해 단단한 스토리가 됐다. 정유미의 출연도 결정적이었다. 두 제작자는 “억겁의 시간을 버틴 느낌”이라며 “모든 게 서툴렀기 때문에 배운다는 마음으로 헤쳐 나갔다”며 웃었다.

- 배우 출신 감독에게 연출을 맡긴 이유가 있나요.

“시나리오가 나온 뒤 몇몇 감독과 이야기를 나눴어요. 그러다 지난해 미쟝센단편영화제에서 김도영 감독의 ‘자유연기’에 확 꽂혔죠. 연출자로서도, 사람으로서도, 단단하고 깊은 성품을 지녔어요. 가장 잘 해낼 거라는 사실을 의심하지 않았어요.”

영화 ‘82년생 김지영’ 스틸컷.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82년생 김지영’ 스틸컷.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 영화의 결말은 소설과 달리 희망적인데요.

“원작의 결말은 현실을 비추지만 영화 속 지영이는 조금 더 나은 삶을 살기를 바랐어요. 지영의 엄마와 딸까지도요. 그러려면 김지영이 한 발 더 나아가야 했어요.”

- ‘82년생 김지영’은 왜 이토록 뜨거운 이슈일까요.

“사람들마다 각자 처한 상황 속에서 위로와 응원, 치유가 필요해서가 아닐까요. 작품을 한 줄로 정리한다면 ‘응원과 위로’입니다. 영화를 본 사람들이 ‘누군가를 위로하고 싶다’ ‘내가 응원을 받았다’고 말해줘요. 다시 느끼죠. 사람들에게 지금 그런 게 필요하구나. 원작의 광고 카피가 ‘세상 절반의 이야기, 세상 모두를 위한 이야기’예요. 여성은 세상의 절반이지만, 결국 모두가 함께 이해하고 공존하자고 말하는 작품이에요.”

- (미혼인 두 사람은 영화를 통해 ‘엄마’를 떠올렸다고도 했다) ‘엄마’의 평가는 어땠나요.

“어린 김지영이 ‘엄마는 꿈이 뭐야’ 묻는 장면에서 울컥했는데 엄마도 엄청 울었다고 하더라고요. ‘엄마와 연대’를 느꼈다고 할까.”

“문득, 아! 나는 왜 한번도 ‘엄마의 꿈’을 물어보지 않았을까 싶더라고요. 늘 내 꿈만 이야기했지, 엄마의 꿈에 대해서는 얘기 나눈 적이 없구나. 엄마는 처음부터 엄마가 아니었을 텐데 말이죠.”

박지영 대표는 방송 제작 일을 하다 2006년 이후 CJ E&M과 싸이더스에서 마케팅 업무를 해왔다. 곽희진 대표는 제작사 삼화네트웍스 등에서 판권 관리와 지적재산권 등을 담당했다. 영화 기획과 제작은 처음이지만 콘텐츠 탄생의 현장에서 경험을 다졌고, 서로 다른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았기에 시너지를 낼 수 있었다.

영화 ‘82년생 김지영‘ 제작자 박지영(왼쪽)과 곽희진.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영화 ‘82년생 김지영‘ 제작자 박지영(왼쪽)과 곽희진.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 영화 제작을 해보니 어떤가요.

“둘이서 판권을 사 이야기를 꾸리고, 작가와 시나리오를 완성하고, 배우 정유미와 공유가 오고, 현장에 100명의 스태프가 함께하고…. 모든 과정이 신기했어요. 앞으로도 모든 순간이 어렵고 고민될 것 같아요. 배운다는 처음의 마음으로 해야죠.”

“영화의 재미를 다시 느낀다고 할까요. 어떤 일이든 신입일 때, 대리 즈음 됐을 때 가장 재밌잖아요. 우리는 대표이면서 대리이고 실무자입니다. 처음엔 스태프 연락처 수소문하기도 어려워 영화진흥위원회 홈페이지에서 이메일 주소 찾아가면서 연락했지요. 하하!

- 앞으로 어떤 영화를 하고 싶나요.

“코미디 영화를 준비하고 있어요. 가족이 보는 영화를 지향해요. 영화사 이름인 ‘봄바람’처럼, 따뜻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 대화를 하다보니 두 분이 ‘새롭게 시작하는 김지영’ 같네요.

“저희가요? 부족해요. 하하! 새롭게 출발하는 김지영은 조남주 작가죠. 김도영 감독이 ‘나의 이야기를 하는 감독이 되고 싶다’고 말했는데, 저희도 비슷해요. 우리의 이야기, 함께 공감하는 이야기를 꾸준히 만들고 싶어요.”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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