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짜3’ 감독 “연출 부담? 실패해도 도전해야 다음 있다”

  • 뉴스1
  • 입력 2019년 9월 15일 08시 18분


코멘트
롯데 엔터테인먼트 © 뉴스1
롯데 엔터테인먼트 © 뉴스1
롯데 엔터테인먼트 © 뉴스1
롯데 엔터테인먼트 © 뉴스1
“‘지금 우리가 성공하든 실패하든 도전해야 그 다음이 있는 것’이라고 설득했어요.”

권오광 감독은 영화 ‘타짜’의 세번째 시리즈인 ‘타짜: 원아이드잭’(이하 ‘타짜3)의 연출을 맡은 후 출연을 고민하던 배우 박정민과 이광수에게 이 같이 설득했다고 말했다.

지난 2006년 개봉한 ’타짜‘(감독 최동훈)와 지난 2014년 개봉한 ’타짜-신의 손‘(감독 강형철)에 이어 올해 추석 극장가에서 개봉하게 된 ’타짜3‘의 연출을 맡게 되며 부담감이 상당했지만, 권오광 감독은 “지금 못한다면 10년 후에도 할 수 없을 것 같다”고 털어놨다.

권오광 감독이 연출한 ’타짜3‘는 인생을 바꿀 기회의 카드 ’원 아이드 잭‘을 받고 모인 타짜들이 목숨을 건 한판에 올인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주인공 도일출(박정민 분)을 비롯해 애꾸(류승범 분)와 까치(이광수 분), 영미(임지연 분), 권원장(권해효 분)으로 구성된 팀 플레이의 매력을 강화했고, 화투에서 포커로 종목을 전환해 선보이면서 재미를 더했다. 또 마돈나(최유화 분), 물영감(우현 분) 그리고 이상무(윤제문 분)까지 개성 강한 캐릭터들의 플레이로 ’타짜‘ 세계관만의 재미를 이어갔다.

특히 ’타짜3‘는 주연배우 박정민의 달라진 비주얼로 화제를 모았다. “박정민이라는 배우를 통해서 제가 하고 싶었던 것 중 하나였다”고 말한 권오광 감독은 배우의 새로운 얼굴을 발견하는 데 탁월한 연출력을 보여줬다. SBS ’런닝맨‘의 이광수가 예능 이미지가 아닌 ’타짜3‘의 까치로 각인되는 데 성공했다는 점에도 주목할 만하다. ’타짜3‘의 연출을 맡은 후 느꼈던 부담감과 고민의 연속이었던 촬영 과정들, 그리고 배우들을 캐스팅 비화까지 권오광 감독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오랜만에 신작을 선보이는 소감은.

▶굉장히 떨리고 설렌다. 저희 배우들, 스태프들과 그런 얘기 많이 하는데 관객들이 어떻게 봐주실지 정말 궁금하다. 잠을 못 자고 있다.(웃음)

-’타짜‘ 연출은 어떻게 맡게 됐나.

▶’돌연변이‘ 촬영을 마칠 때 쯤 제안을 받았다. 제게 제안이 오기 이전에 많은 감독들이 제안을 받았다가 거절했다고 하더라. 그만큼 부담감이 많았다. ’타짜‘를 하고 싶다고 했을 때 주위 친구들이 많이 말렸다. 아무리 잘 만들어도 비교가 될텐데 어떻게 이걸 할 거냐고 하더라. 그럼에도 하고 싶었다. 어릴 때부터 팬이었고, 최동훈 감독님의 영화로 공부했다. 또 내가 ’타짜‘ 시리즈를 만든다면 어떤 영화가 나올지 궁금했다.

-배우들도 감독 만큼이나 부담감이 컸을텐데 어떻게 출연을 설득했나.

▶박정민 이광수 모두 부담감이 컸다. 저도 고등학교 때부터 영화감독을 꿈꿨고, 나름 10년 넘게 공부를 해왔는데 이런 시리즈를 연출할 기회가 왔을 때 ’나는 아직 준비가 안 돼 있어‘라고 해서 하지 못 한다면 10년 후에도 못할 것 같더라. 그래서 배우들에게도 ’지금 못하는데 10년 후엔 할 수 있을 거 같냐, 내가 보기엔 그 때도 어려울 거다, 지금 우리가 성공하든 실패하든 도전해야 그 다음이 있는 거지‘라고 말했다. 이런 부담감 때문에 못한다면 우리는 결국 못하는 배우고 못하는 감독이 된다고 그런 식으로 설득했다. 다행히도 너무나 같이 하고 싶었던 배우들과 함께 하게 됐다.

-류승범은 해외 거주 중이라 접촉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 어떻게 함께 하게 됐나.

▶처음에 시나리오 쓸때부터 류승범이 하면 좋겠다 생각했다. 그래서 류승범의 이미지를 떠올리면서 시나리오를 썼다. 시나리오를 메일로 전달 드렸고, 안 하실 거라 생각했는데 메일 드리고 다음 날인가 연락이 왔다. 메일을 통해 서로 애꾸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를 좁혀가다가 만나게 됐다. 그때 당시 류승범씨가 인도네시아에 있었는데 제가 직접 찾아가게 됐다. 당시 박정민이 캐스팅돼 있었는데 박정민의 팬 레터를 들고 갔다. 갔더니 한 한국 남성 분이 맨발로 서서 웃고 계시더라. ’진짜 올줄 몰랐다‘고 하면서 ’오토바이 탈 줄 아냐‘고 묻더라.(웃음) 제작사 PD를 뒤에 태우고 바닷가에 앉아서 영화 얘길 했다. ’이런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고 그림을 설명하니까 다음날 바로 하겠다고 답을 줬다.

-류승범과 애꾸를 어떤 방향으로 만들어가려 했나.

▶류승범도 매력을 느꼈다고 했던 지점이 바람처럼 나왔다가 바람처럼 사라지는, 사연이 많지만 그걸 다 드러내지 않는 캐릭터라는 점이었다. 그런 지점이 본인도 좋았고, 본인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한국을 떠나 있기 때문에 아주 리얼한 캐릭터를 부담스러워 했던 것 같더라. 어디선가 나타나서 어디론가 사라지는 스모키한 인물, 바람 같은 사람을 그리면서 캐릭터를 잡아갔다.

-기존 1편과 2편과 달리 3편에 내세운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인가.

▶저도 팬으로서 ’타짜‘를 떠올리면 캐릭터가 너무 재미있다. 우선 전작과 마찬가지로 캐릭터들의 매력을 그대로 이어가고 싶었다. 그 생각이 제일 컸다. 또 ’타짜‘에는 도박하는 세계의 비장함이 있지 않나. ’타짜‘라는 세계가 갖고 있는 정서를 계속 갖고 가고 싶었다. 또 주인공이 여성을 통해 성장하는 서사 구조도 갖고 가고 싶었다. 다만 차별점 두고 있는 지점이라면 1~2편은 이전 세대 이야기였다. 3편은 동 시대로 끌어오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화투에서 카드로 바뀌면서 가장 큰 차이는 팀 플레이와 심리전이 강화됐다는 점이다. 화투는 작아서 숨기기가 쉽고 기술을 쓰기 용이해서 상대를 속이기 쉬운데 카드는 크고 장수도 많아서 어렵다더라. 상대의 세계를 속여야 하는 거니까 팀으로 움직여서 작업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더라. 상대방이 믿음을 갖게끔 하는 거다. 그걸 영화로 보여주면 좋겠다 생각했다. 포커의 세계는 실제 플레이어들을 만나면서 취재 과정을 거쳐 영화에 담았다.

-동 시대성을 강조한 이유는.

▶세대를 조금 더 당겨오면서 바뀐 게 많다. 원작은 오렌지족이 있던 시절이다. 원작에선 일출 캐릭터가 대학생이고 정서가 올드하다. 지금에도 통용될 수 있나 하는 부분이 많아서 원작의 부분들을 과감하게 버려도 될 거라고 생각을 했다. ’타짜‘라는 영화가 세 번째까지 나오면서 세계관이 많이 확장된 것 같았다. 또 다른 창작을 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봤다.

-여성 캐릭터도 이전 시리즈보다 많이 변화됐다.

▶원작에서 바꾼 것 중에 가장 큰 부분은 여성 캐릭터였다. 과거 원작에선 여성이 훨씬 대상화 돼 있고, 노름판에서 이런 모습들이 지금 시대에서도 통용될 수 있는가 질문하게 됐다. 그래서 여성 캐릭터에도 사연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원작의 마돈나는 대상화돼 있는데, 그런 부분들을 버리고 슬픈 악당처럼 만들고 싶었다. 원작의 이야기를 바꾸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였다.

-도일출은 흙수저 출신이 강조됐다.

▶콤플렉스를 그렸다고 생각한다. 일출이라는 인물이 갖고 있는 가치관이 있다. 패배주의, 염세주의와 닿아있다고 생각했다. 세상이 불공평하다고 이죽거리는 염세주의 같은 게 저희 세대에도 있지 않나 했다. 그걸 그리고 싶었다. 일출이처럼 저런 곳은 어떻게 해도 못 가고, 가는 놈들만 간다고 생각하는 친구들에게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다. 당신 옆에 있는 사람들과 자신이 살고 있는 하루하루의 의미와 가치를 찾아야 진짜 타짜라고 말하고 싶었다.

(서울=뉴스1)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