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개봉 ‘비스트’… 살인마를 잡으려다 괴물이 돼가는 두 형사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6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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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황하게 꼬이는 서사 몰입 방해

영화 ‘비스트’에서 라이벌 관계의 형사로 열연한 배우 이성민(오른쪽)과 유재명. NEW 제공
영화 ‘비스트’에서 라이벌 관계의 형사로 열연한 배우 이성민(오른쪽)과 유재명. NEW 제공
“누구나 마음속에 짐승 한 마리씩 키우고 있다고 하잖아.”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의 정연(안시하)의 대사처럼 영화 ‘비스트’의 메시지는 명쾌하다. 그런데 서사는 꼬이고 꼬인 실타래처럼 쉽사리 풀리지 않는다. 결국 라이벌 관계인 두 형사가 폭주하며 짐승이 돼 가는 줄거리인데 말이다.

인천에서 여고생 시신이 발견되고, 강력1팀장 한수(이성민)는 정보원 춘배(전혜진)로부터 살인마를 잡을 결정적 단서를 얻기 위해 또 다른 살인을 은폐하고 만다. 수사 경쟁에서 뒤처진 강력2팀장 민태(유재명)는 한수의 수상한 행적을 알고 그를 압박한다. 한수는 민태의 압박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치지만 사건은 더욱 꼬여만 간다. 굳이 비교하자면, ‘끝까지 간다’(2013년)의 우울하고 음산한 버전인 셈.

경쟁적으로 사건을 파헤쳐가는 두 형사의 모습은 범인을 잡는다는 사명감보단 승진을 향한 권력욕에 치우쳐 있다. 선악이 뒤섞인 형사들의 고뇌를 다루느라 연쇄 살인마를 쫓는 서사는 다분히 부차적인 요소가 됐다. “인물들의 얽히고설킨 관계와 입장들, 선택의 무게와 책임을 다루고 싶었다”는 이정호 감독의 말에 수긍이 가는 부분이다.

다만 연결고리가 헐거운 여러 사건들은 혼란스럽고, 살인마에 대한 장황한 설명은 지나치게 친절하다. 끝까지 질주하는 두 형사의 행동을 충분히 납득할 만한, 동기나 배경에 대한 묘사는 헐겁기에 이들의 갈등이 절정으로 치달아도 ‘그까짓 형사과장 자리가 뭐라고 이렇게까지…’라는 생각이 머리를 맴돈다.

두 형사의 존재감에 기대는 영화다 보니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이는 건 당연지사. 흔들리는 눈동자와 입가의 미세한 떨림은 “내가 뭘 잘못했느냐”며 자신도 모르는 새 괴물이 돼 가는 이성민의 디테일이다. ‘공작’(2018년)에서 리명운의 절제된 연기를 떠올리면, 극 후반부 실제 실핏줄이 터질 정도로 처절하게 울부짖는 그의 표정에 놀랄 수밖에 없다. 유재명도 그에 못잖은 강단 있는 연기로 무게중심을 맞춘다. 2004년 프랑스 영화 ‘오르페브르 36번가’가 원작이다. 26일 개봉. 15세 관람 가.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비스트#이성민#유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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