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취 신고까지 해도”…공공주택 불법거주 눈감은 SH

  • 뉴시스
  • 입력 2019년 10월 27일 11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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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 신고 들어와도 조치 미루고 방관
내부 관계자 "불법거주 비일비재하다"
"SH, 처벌조항 있어도 안 해…형식적"
SH 불법거주 적발, 5년간 40건 불과

#. 최근 SH(서울주택도시공사)는 양천구의 한 공공임대주택에서 계약자가 아닌 타인이 살고 있다는 신고를 접수했다. 계약자인 윤모(35)씨가 자신의 여동생을 대신 살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주택은 ‘협동조합형’ 청년공공주택으로, 정기총회를 갖는 등 서로 알고 지내기 때문에 입주자들은 이같은 사실을 알고 신고했다.

#. 하지만 SH는 윤씨의 불법거주와 관련해 서류상 문제가 없고 방문조사 시 만날 수가 없었다는 답변만 내놨다. 이후 입주자들은 ‘녹취 같은 명확한 증거가 있으면 좋다’는 SH 측 언급에 따라 윤씨 여동생이 “한 달 넘게 살고 있다”고 직접 증언한 녹취 등을 확보해 재차 윤씨를 불법전대 행위자로 신고했다. 하지만 이처럼 확실한 증거가 있음에도 불구, SH 측은 행정상의 이유 등을 들며 퇴거 조치를 차일피일 미루는 등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 온 것으로 전해졌다. 윤씨 여동생은 입주자들의 항의도 아랑곳 않고 여전히 해당 주택에 거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공임대주택 불법거주 문제가 계속되고 있지만 단속에 나서야 할 SH 측은 사실상 이를 방관하고 것으로 파악됐다.

전국 곳곳의 공공임대주택에선 윤씨 사례와 같은 불법거주가 다수 발생하고 있는데, 구체적인 신고가 들어오더라도 SH 측이 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거나 미뤄 계약이 끝날 때까지 방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점 때문에 불법거주자들은 자신들의 불법행위 사실을 알면서도 당당한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공공주택특별법상 청년공공주택 등 1인가구 형태의 공공임대주택에는 계약자 이외의 타인이 거주할 수 없다. 이를 어길 시 SH 측은 계약을 해지해야 하고, 계약자는 불법거주에 의한 배상금도 물어야 한다. 이같은 내용은 공공임대주택 계약서마다 명시가 돼 있다.

하지만 이같은 법·규정에도 불구, SH는 불법거주 문제를 인지해도 단속에 손을 놓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SH에서 공공주택 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내부 관계자는 “(양천구 청년공공주택 사례와 같은 불법거주자가) 굉장히 많다. 다른 곳도 들어보면 불법 거주하는 사람이 비일비재하다”면서 “그렇지만 SH에선 조치를 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계약서 상에 불법전대 처벌 조항이) 있는데, 안 행하는 거 같다”면서 “(신고가 들어와도) 시간을 끌다보면 자연히 계약이 끝나서 재계약이 안 가는 (것으로 마무리 된다.) (계약서 상 내용은) 형식적이라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SH가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는 공공주택 불법거주자 문제를 방관하는 사이, 최근엔 또 다른 청년공공주택에서도 불법거주자와 입주자들 간 폭력까지 발생했다.

서울 시내의 한 도전숙(청년창업가를 위한 공공임대주택)에서 한 남성 입주자가 다른 호수의 여성 입주자와 사귀면서 여성의 방에서 동거를 시작했는데, 주택에 대한 여성의 불만을 이 남성이 입주자 대표 측에 제기하면서 갈등이 번진 것이다. 동거 자체로 불법행위인데, 이 남성이 목소리를 내면서 폭력 사태로 이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SH 측은 불법전대 신고와 정기조사 등을 통해 불법거주자를 적발해 내고 있다는 입장이다. 불법거주자에 대해서는 계약해지 이후 자진 퇴거 하도록 하고, 일정 기간 내에 퇴거하지 않을 경우 명도소송을 진행한다고도 설명했다.

SH 측이 지난 25일 공개한 집계에 따르면 SH는 최근 5년간 총 40건의 공공임대주택 불법거주자를 적발했다. 지금까지 SH가 공급한 공공임대주택은 수백, 수천 가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많은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했음에도 불구, 지난 5년 동안 적발한 불법거주자 건수는 50건도 채 되지 않는 것이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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