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급매 위주 거래… 집값 조정 당분간 이어질것”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6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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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기 신도시 발표이후 부동산시장 움직임은

잠실주공5단지
잠실주공5단지
“서울 집값이 다시 꿈틀대는 것 같은데, 정말 오를까요.”

최근 취재 현장에서 자주 접하는 얘기다. 서울 강남 재건축의 급매물이 소화되면서 가격이 조금 오르자 시장에서는 이를 추세로 받아들여야 할지를 두고 저마다의 해석이 분분하다.

정부는 지난해 대출 규제를 요지로 하는 ‘9·13부동산대책’을 발표했다. 이후 서울 아파트 가격은 지난해 11월 둘째 주부터 지금까지 30주 연속(한국감정원 기준) 떨어지고 있다. 하지만 통계로 드러난 숫자 외에 집값 불안 요인이 곳곳에서 드러나면서 “서울 집값이 바닥을 찍고 올라가고 있다”는 이야기가 퍼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 예단하기에는 이르다는 진단이 좀 더 우세한 편이다. 주택업계에 퍼진 ‘서울 집값 바닥론’에 대해 생각해볼 점 등을 짚어본다.

“지금 거래 안 하면 내일 이 물건은 없을지도 모릅니다.”

7일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A공인중개사사무소에 전화를 걸자 업체 대표가 한 말이다. 이 사무소는 서울 잠실의 재건축 단지인 잠실주공5단지를 주로 취급한다. 그는 “집값 오르는 분위기가 4월부터 이어지면서 강남권은 이미 ‘(집값) 바닥을 확인했다’는 심리가 강해졌다”고 주장했다.

서울 집값 바닥론이 나오는 가장 큰 이유는 주요 재건축 단지의 가격 상승 기조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6월 첫 주 서울 재건축 아파트 가격은 0.11% 오르며 8주 연속 상승했다. 일반 단지의 집값 하락과 상반된 현상이다.

특히 강남 3구(강남 서초 송파구)의 재건축 단지가 상승 추세에 있다. 잠실5단지가 속한 송파구 재건축 단지는 6월 들어 한 주에만 0.41% 올랐다. 잠실주공5단지의 호가 역시 전용면적 76m² 기준 18억7000만 원이 최저가로 지난해 최고가(19억2000만 원)에 근접한 상태다. B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작년 최고가를 곧 따라잡을 것이란 분위기가 많다”고 전했다.

강남 재건축의 ‘상징’인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전용 84m²) 역시 올 초 16억6000만 원까지 가격이 떨어졌다가 지난달 18억2000만 원에 거래된 매물이 나왔다. 부동산114 측은 “반년 새 2억, 3억 원 떨어진 재건축 단지들을 중심으로 ‘V자 반등’을 보이는 상황”이라고 해석했다.

주택시장에선 “집값을 알려면 강남을 보라”는 이야기가 있다. 가격이 오르거나 내릴 때 강남부터 시작되는 만큼 집값 동향을 알려면 강남권 매매 가격을 보라는 뜻이다.

한국감정원과 KB국민은행, 부동산114 등 국내 3대 주택 통계 기관은 6월 첫 주 서울 강남구의 아파트 값을 서울 내 최대 폭 상승(0.08%·부동산114)이나 보합(한국감정원, KB국민은행)으로 내놨다. 강남구 도곡동 도곡렉슬 전용 84m²는 4월 실거래가가 19억8000만 원으로 연초 대비 1억 원 이상 올랐다. 5월 들어선 가격 상승 추세가 좀 더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서초구 반포동의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당초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가격이 회복하던 추세였는데 최근엔 일반 신축 아파트까지 함께 상승 바람을 탔다”고 주장했다. 강남 일부 지역에서는 최근 주민들이 내놓은 아파트 매물을 서로 접수하려고 중개사무소끼리 ‘쟁탈전’을 벌인다는 소문도 있다.

최근 강남 집값의 상승 추세에는 정부의 대책이 ‘반대 방향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해석이 있다. 지난달 발표한 3기 신도시 추가 지역이 강남에서 멀리 떨어진 경기 고양시, 부천시로 정해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시장은 이를 “강남권엔 대규모 주택 공급이 없다”고 해석했다는 분석이다. 부동산 분석 기관의 고위 관계자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최근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A노선을 2023년까지 반드시 완공하겠다고 공언한 것 역시 파주 일산보다는 강남 송파 집값이 들썩거리는 요인이 됐다”고 해석했다. 강남구 삼성동에는 GTX A, C노선 환승역이 들어설 예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가 서울 집값의 추세적 상승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는 전문가는 많지 않다. 여전히 호가를 뒷받침할 만큼 거래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2017년 이후 서울 중심의 국내 50대 선도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과 서울 아파트 거래량, ‘매매가 활발하게 이뤄진다’는 부동산 공인중개사사무소의 응답률을 그래프로 그려보면 연동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례로 집값이 한 달 새 5.43% 뛰었던 지난해 9월에는 서울 아파트 거래량 역시 1만2219건에 이르면서 2017년 1월 이후 현재까지 두 번째로 많았다. “거래가 활발하다”는 중개업소 비율도 9.0%로 이때 가장 높았다. 반면 집값이 떨어진 지난해 12월 이후 올해 4월까지는 “거래가 활발하다”는 공인중개사 비율이 0%였다. 거래량 역시 1000∼2000건 수준이다. 그만큼 주택 거래가 집값에 미치는 영향이 절대적이라는 의미다.

올해 5월 서울 아파트 거래는 3240건으로 연초보다는 2배 정도로 늘었지만 지난해 5월(5455건)과 비교하면 60% 수준이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거래량이 예년의 70∼80% 선까지 올라가야 집값 바닥 여부를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택 가격 바닥론’이 강남 지역 위주로 퍼지는 것도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요소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위원은 “주택 가격이 추세적 반등을 하려면 강북을 포함한 서울 전 지역의 가격이 올라가야 한다”며 “아직 마포 성동 등지에서는 주택 매도자와 매수자 간 ‘힘겨루기’가 이뤄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2, 3주 내에 주택 가격 추세가 다시 정립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주택 당국이 예의 주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의 주택 가격 조정 기간이 오히려 더 길어질 것이란 주장도 만만찮다. 올해 1분기(1∼3월) 국내총생산이 전 분기 대비 0.4% 뒷걸음치는 등 최근 10년 새 가장 악화된 거시경제 지표 때문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한국의 주택 가격은 최근 몇 년 동안 크게 올라 당분간 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집값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거시경제가 나빠 서울 집값도 몇 년 동안 침체기를 겪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박재명 jmpark@donga.com·조윤경 기자
#서울 집값#주택 가격#3기 신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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