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보험사기… 작년 상반기만 3732억 적발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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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로 공모자 모집하고 브로커가 허위 청구 유도하기도
의료진 결탁 실손 사기도 늘어… 연루되면 10년이하 징역 등 처벌
제의 받거나 의심사례땐 신고를

지난해 여름 A 씨 가족은 전국을 돌며 맛집으로 소문난 식당을 찾아다녔다. 공교롭게도 찾아간 식당마다 음식을 먹고 배탈이 나거나 식중독에 걸렸다. 음식에서 이물질이 나와 치아가 손상되기도 했다. A 씨는 보건소에 고발하거나 언론에 알리겠다고 항의하며 치료비와 정신적 피해보상을 요구했다. 이렇게 수령한 보험금만 6700만 원에 이른다. 알고 보니 모두 거짓이었다. 식당 점주들이 배상책임보험에 가입한 점을 악용한 것이다. 반복적인 보험금 청구를 수상히 여긴 보험사의 추가 조사로 이들의 행각은 얼마 못 가 들통났다.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하던 B 씨는 ‘돈 필요한 사람 연락주세요’라는 한 배달업체의 광고를 발견했다. 배달원을 모집하는 줄 알고 연락했다가 “고의로 고통사고를 내면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현혹돼 사기에 가담했다. 이들은 가해자, 피해자, 동승자 등으로 역할을 나눠 가짜 사고를 냈다. 사기 행각에 참여한 인원만 200여 명. 이들은 150여 건의 고의 접촉사고를 내고 보험금 30억 원을 챙겼다.

보험사기가 갈수록 지능화, 조직화되면서 보험사기 적발액도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공모자를 모집하거나 브로커가 보험금 허위 청구를 유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1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1∼6월)에 적발된 보험사기 피해 액수는 3732억 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10억 원(3.0%) 증가했다.

브로커와 의료진, 가입자가 결탁한 실손보험 사기도 늘고 있다. C 씨는 실손보험 보장 대상이 아닌 비만 치료제를 처방받았다. 하지만 보험금을 청구할 때는 감기 치료 등을 받은 것처럼 허위 진단서와 진료비 영수증을 제출했다. ‘부담 없이 고가의 진료를 받을 수 있다’는 브로커와 병원의 유혹에 넘어간 것이다. 금융 당국과 수사기관 등은 이 같은 수법으로 보험금 5억여 원을 가로챈 환자와 브로커, 의료진 등 200여 명을 적발했다.

일상생활 혹은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불가피한 사고를 배상해주는 배상책임보험을 악용한 사례도 있다. 배상책임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상태에서 빌라나 아파트에서 누수가 발생하자 새로 보험에 가입한 뒤 사고일자를 조작하는 등의 방법으로 9000만 원의 보험금을 타냈다가 적발된 것이다.

금감원은 보험사기에 연루돼 보험금을 부정 수령하게 되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 등에 처해질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실손보험금으로 의료비용을 해결해 주겠다는 제안 등에 주의해야 한다”며 “아무리 소액이라도 사고 내용을 조작해 보험금을 청구하면 보험사기에 해당되기 때문에 무조건 거절해야 한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보험사기를 제안받거나 사기 의심 사례를 알게 되면 전화나 금감원 산하 보험사기방지센터 등으로 제보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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