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에 ‘부동산’ 떴다… 공모형 리츠 전성시대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1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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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공모형 리츠(REITs)가 일반 투자자들의 부동산 소액투자 수단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리츠는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아 부동산에 투자한 뒤 여기에서 나온 임대료, 매각 수익 등 대부분을 투자자에게 배당하는 상품이다.

리츠에 대한 관심은 국내 기준금리가 역대 최저 수준으로 낮아지고 증시가 긴 박스권에 갇히면서 대안 투자처로서 가치가 부각된 데 따른 것이다. 은행의 정기적금이나 정기예금이 2%가 채 안 되는 수익률을 보이고 있는 반면 리츠는 이보다 2∼3배 높은 4∼6%대 배당수익률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른바 ‘커피 한 잔 값(약 5000원)’으로 소액 투자가 가능하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대규모 리츠 상장 줄이어

지난달 말 자산규모 1조5000억 원에 달하는 롯데리츠가 성공적으로 유가증권시장에 상장을 마쳤다. 상장 전부터 리츠 시장에서 ‘최대어’로 꼽히며 시장의 주목을 받았던 롯데리츠는 일반 투자자 대상 청약에서도 63.3 대 1이라는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당시 일반 투자자 물량으로 전체 공모액의 35% 수준인 3009만 주(약 1504억 원)가량이 풀렸는데, 여기에 4조7600억 원이 몰린 것이다. 증시 상장일에는 주가가 가격제한폭까지 치솟기도 했다.

롯데백화점 강남점을 비롯한 롯데쇼핑의 백화점 4곳, 마트 4곳, 아웃렛 2곳 등 총 10곳의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임대 소득을 바탕으로 연간 6.3∼6.6% 내외의 배당 수익을 전망한 것이 투자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롯데쇼핑과 장기 계약(9∼11년)을 맺은 데다 관리 비용 리스크가 없어 안정적인 배당 수익을 받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크다.

롯데리츠에 이어 다음 달 상장을 앞둔 NH프라임리츠도 연 5%대 배당수익률과 탄탄한 자산을 바탕으로 투자자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재간접리츠인 NH프라임리츠는 삼성 서초사옥, 삼성 SDS타워, 서울스퀘어, 강남N타워 등 프라임 오피스를 자산으로 편입한다. 프라임오피스는 서울 핵심 권역에 위치한 연면적 9000평 이상의 빌딩을 말한다.

이외에도 다양한 공모 리츠들이 줄줄이 상장을 앞두고 있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서울 태평로빌딩과 신세계제주호텔에 간접 투자하는 공모 리츠(이지스밸류플러스리츠)와 임대주택 공모 리츠(이지스레지던스리츠)를 준비하고 있다. 코람코자산신탁은 SK네트웍스의 직영 주유소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공모 리츠를 계획하고 있다.


초저금리 시대 투자 대안 눈길… 정부도 지원

국내 리츠 시장은 2015년 18조 원에서 올해 9월 기준 46조8000억 원으로 빠르게 규모를 키워가는 추세다. 하지만 그간 대부분의 리츠가 사모로 운영되거나 자산유동화 성격의 신탁형인 경우가 많아 일반 투자자는 소수에 그쳤다.

증권업계에서는 공모 리츠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당분간 뜨거울 것이라 보고 있다. 공모 리츠가 제시하는 수익률이 확정적인 것은 아니지만 초저금리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충분히 투자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이미 상장된 리츠의 수익률도 좋은 편이다. 대표적인 리츠인 ‘이리츠코크렙’과 ‘신한알파리츠’의 주가는 올 들어 18일까지 각각 45.07%, 47.50%씩 올랐다.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 7.49%에 비해 훨씬 높다.

정부도 세제 혜택 등을 제공하며 공모 리츠 활성화에 힘을 실어주는 모습이다. 올해 9월 11일 정부는 ‘공모형부동산 간접투자 활성화 방안’을 통해 수익성이 좋은 공공사업에 공모 리츠의 참여 기회를 늘렸다. 리츠 투자로 얻은 배당 소득도 일반 이자소득세율인 14%보다 낮은 9%로 분리 과세하기로 했다.

다만 리츠가 보유한 부동산 자산의 성격에 따라 수익률의 편차가 커질 수 있고,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투자자들이 신중하게 따져야 하는 부분이다. 상장 리츠 가운데 ‘케이탑리츠’와 ‘모두투어리츠’는 주가가 연초에 비해 각각 21.61%, 1.59% 떨어졌다.

최석원 SK증권 리서치 센터장은 “공모 리츠는 금리가 낮은 상황에서 일정 비율의 배당수익을 비교적 안정적으로 보장한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에게 매력도가 높다”며 “장기적으로 리츠시장의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money&life#금융#재테크#공모 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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