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 소리’ 요란한 벤츠 EQC, 전기차시대 ‘벤치 신세’될라

  • 뉴스1
  • 입력 2019년 11월 2일 07시 22분


코멘트
‘더 뉴 EQC 400 4매틱’. (벤츠 제공)
‘더 뉴 EQC 400 4매틱’. (벤츠 제공)
메르세데스-벤츠가 지난달 21일 국내 출시한 순수전기차 ‘더 뉴 EQC 400 4매틱’(이하 더 뉴 EQC)의 판매 가격(1억500만원)을 놓고 여러 말이 나온다

하이브리드 모델이 득세하는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시장에서 나온 순수전기차라는 기대감과 동시에 짧은 주행거리로 이른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나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벤츠는 내연기관 자동차 시장에서 오랫동안 프리미엄 브랜드로 자리매김했으나 전기차 시장에서는 후발주자에 가깝다. 상품성이 더욱 뛰어난 전기차를 내놓지 못한 상황에서 브랜드 지위를 이용해 고가 전략을 펼치는 게 합리적인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더 뉴 EQC에 다임러의 자회사가 생산한 최신 리튬 이온 배터리가 탑재됐다고 하더라도, 전체적인 스펙 등을 따져볼 때 타 완성차 업체의 전기차 모델과 비교해 가격 메리트가 없다고 지적했다. 내연기관과 달리 전기차 시장에서도 프리미엄 지위를 고집하면 소비자들이 외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일 SK엔카닷컴에 따르면 지난 7월 ‘전기차 구매 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를 물은 결과 응답자 4023명 중 절반에 가까운 49.5%가 배터리 완충 시 주행 거리를 꼽았다. 2위는 판매 가격이었다. 전기차 구매 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이 주행거리 및 가성비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 News1
© News1
더 뉴 EQC의 주행거리는 309㎞다. 테슬라의 고성능 SUV 전기차 ‘모델X’에 비해 120㎞가량 차이가 난다. 또 국산 브랜드인 현대차 코나EV(406㎞), 기아차 쏘울 부스터 EV(386㎞), 한국지엠 볼트EV(383㎞)에도 밀린다. 현재 시판 중인 타 브랜드 전기차와 비교해 특출난 장점을 찾아보기 어렵다.

친환경차 보급 확대 흐름에 따라 벤츠는 전기차 브랜드인 ‘EQ’ 모델 포트폴리오 확장을 위해 대대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벤츠코리아 사장은 신년 간담회에서 올해를 ‘EQ의 해’로 삼는 등 미래 모빌리티 구현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을 밝혔다. 그러나 결과물은 다소 아쉽다는 평이 많다.

더 뉴 EQC에는 다임러의 자회사인 ‘도이치 어큐모티브’(Deutsche ACCUMOTIVE)에서 생산한 최신 80kWh 용량을 갖춘 리튬 이온 배터리가 탑재됐다. (벤츠 제공)
더 뉴 EQC에는 다임러의 자회사인 ‘도이치 어큐모티브’(Deutsche ACCUMOTIVE)에서 생산한 최신 80kWh 용량을 갖춘 리튬 이온 배터리가 탑재됐다. (벤츠 제공)
더 뉴 EQC의 차체 사이즈는 중형 SUV급에 속한다. 싼타페(전장 4770㎜·전폭 1890㎜·전고 1680㎜)와 유사한 수준이다. 더 뉴 EQC에는 다임러의 자회사인 ‘도이치 어큐모티브’(Deutsche ACCUMOTIVE)에서 생산한 최신 80kWh 용량을 갖춘 리튬 이온 배터리가 탑재됐다.

물론 소형 SUV 전기차인 코나EV, 볼트EV와는 차체 크기 등이 달라 주행거리를 비롯한 성능을 직접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어렵지만, 배터리용량에 비해 주행거리가 떨어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코나EV와 볼트EV에 탑재된 배터리 용량은 각각 64kWh, 60kWh다.

벤츠 측은 더 뉴 EQC의 경우 전기 구동 모델의 특성에 맞춰 여러 가지 최적화된 기술을 탑재하고 있기 때문에 주행거리에만 초점을 맞추지 말고, 다양한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더 뉴 EQC에 완전히 새롭게 설계된 구동 시스템으로 역동적인 퍼포먼스와 효율성을 구현했다는 것이다. 특히 차량의 전력 소비를 줄이고 역동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앞차축과 뒤차축의 전기 구동장치가 각각 다른 특성을 가지도록 설계했다.

앞차축의 전기 모터는 저부하와 중간 부하 범위에서 최상의 효율을 낼 수 있도록 최적화돼 있는 반면, 뒤차축의 전기 모터는 역동성을 담당한다. 이들 모터는 최고출력 408마력, 최대토크 78.0㎏·m의 힘을 낸다. 시속 100㎞까지 5.1초 만에 도달이 가능하다.

아울러 ‘에너지 회생 모드’와 ‘디스턴스 어시스트 디스트로닉’ 기능을 탑재, 배터리 사용량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어 309㎞의 주행거리는 더욱 늘릴 수 있다는 입장이다.

에너지 회생 모드는 운전자가 스스로 에너지를 조절할 수 있는 기능이다. 스티어링 휠 뒤에 있는 패들을 이용해 에너지 회생 모드를 D+, D, D-, D-- 등 총 4단계로 설정할 수 있다.

반면 이같은 사양은 벤츠만의 신기술이 아닌 기존 판매 중인 닛산 리프, 코나EV, 쏘울 부스터 EV 등 차종에 탑재된 기능이어서 가격 차별화의 이유가 될 없다는 반론도 있다. 이를 통해 주행거리를 늘릴 수 있는 것은 분명하나, 기존 차량도 회생 모드를 통해 주행거리를 늘리는 게 가능하다.

디스턴스 어시스트 디스트로닉은 주행 시 앞차와의 간격을 유지하며, 자동 속도 조절 및 제동, 출발까지 지원하는 기술이다. 앞차와 거리에 따라 차량 급가속과 급제동을 최소화해 배터리 소모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인데, 교통량이 많은 일반 시내 주행에서는 잦은 정차 및 출발로 인해 사용하기가 불편하다.

코나EV. (현대차 제공)
코나EV. (현대차 제공)
급속 충전 시스템 차이도 크지 않다. 더 뉴 EQC는 급속 충전 시, 최대 110㎾의 출력으로 약 40분 이내에 80%까지 충전할 수 있다. 코나EV는 100㎾ 급속충전(80%) 시 54분이 소요된다.

벤츠코리아 관계자는 판매 가격 등에 대해 “내연기관차에서 완성된 벤츠의 기술력이 이번 전기차에도 반영이 됐다”며 “차량 성능과 안정적인 주행질감은 짧은 주행 거리를 상쇄시킬 수 있는 요소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1억원대가 넘는 가격에 어울리지 않는 짧은 주행거리에 대한 의문부호를 쉽게 지우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80kWh 용량의 배터리인데, 주행거리가 309㎞에 그친다면 기술 부족으로 효율화를 달성하지 못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주행거리만 놓고 보면 분명히 메리트가 없다”고 말했다.

동종 업계 다른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에 늦게 뛰어든 만큼 혁신적인 주행거리 등을 내세우지 못해 성능면에서 돋보이지 않는다”며 “소비자 입장에서도 1억원을 넘는 차량 가격은 크게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규제 강화에 따른 ‘구색 갖추기’용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유럽 시장에서 환경규제가 더 강화되고 있어 디젤차 기반인 벤츠로서는 친환경차 비중을 늘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가성비를 중시하는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이번 모델은 경쟁력이 떨어진다”며 “강화되는 환경규제에 따라 전기차를 출시했다는 구색 갖추기에 더큰 의미를 둘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첫 모델이라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 향후 모델에서는 상품성 개선 여지가 남아 있다“고 부연했다.

(서울=뉴스1)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