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차 사면 수리 못받나…닛산 철수 땐 기존 고객 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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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9월 9일 07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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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량 급감과 일본산 불매운동 여파로 일본 닛산자동차의 한국 시장 철수설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실제 철수로 이어질 경우 그 피해는 기존 차량 구매 고객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될 것이란 지적이다.

기존 고객들의 차량 사후관리(A/S)는 물론 최근 3년 내 차량을 구매한 고객들의 무상수리 보증 기간을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아서다. 이 때문에 닛산은 물론이고 닛산의 프리미엄 브랜드인 인피니티 차량 고객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9일 수입차업계에 따르면 지난 7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의 닛산의 국내 시장 철수 관련 보도 이후 국내 자동차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기존 닛산 고객들의 문의 관련 글이 잇따르고 있다.

FT는 회사의 고위 소식통을 인용, 닛산자동차가 지난 8월 한국에서 매출이 크게 떨어져 철수를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철수설과 관련해 닛산과 닛산의 고급 브랜드 인피니티의 국내 판매를 총괄하는 닛산코리아는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추측성 보도에는 내부방침상 어떠한 답변도 드릴 수 없다’는 게 회사 공식 입장이다. 고객센터 역시 동일한 취지의 답변을 하도록 지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고객 불안감은 높아져만 가고 있다.

실제 한일 경제전쟁이 해소될 기미를 보이고 있지 않아 철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만약 철수 후 적절한 고객 서비스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집단 소송 등의 파장도 예상된다. 향후 피해 예방을 위해 신차 구입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오고 있다.

닛산자동차는 지난 2004년 3월 한국법인을 세웠다. 인증 절차 등을 거쳐 2005년부터 인피니티 브랜드 프리미엄 스포츠유틸리티차(SUV) FX35, FX45 등을 판매했다. 2008년 닛산 브랜드마저 들여오며 현재까지 연평균 4800여대의 차량을 판매해왔다.

하지만 2016년 하지만 배출가스 시험성적서 조작 등으로 홍역을 치른 후 디젤차 판매가 중단되며, 판매 모델이 줄었다. 또한 SUV가 인기를 끄는 가운데 주력 제품군이 알티마, 맥시마와 같은 세단에 치우쳐있다는 점도 문제였다.

닛산코리아는 이를 타개하기 위해 하이브리드 SUV 무라노, 순수전기차 신형 리프 등 친환경 정책으로 국내 시장 판매 전략을 세웠으나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 여기에 한·일 경제전쟁으로 인한 불매 운동마저 확산하면서 손님들 발길이 뚝 끊겼다.

닛산은 올해 1~8월에 한국에서 인피니티 브랜드를 포함해 3581대의 차량을 판매했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6.7% 줄어든 것이다. 브랜드별로 살펴보면 닛산은 2253대, 인피니티는 1328대를 각각 판매했는데, 판매 감소율은 닛산이 더 심각하다. 닛산과 인피니티의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4.6%, 7.8% 감소했다.

닛산뿐 아니라 8월 일본 자동차의 전체 한국 판매량도 1398대로 지난해 대비 56.9% 급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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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분위기로 닛산코리아의 차량을 구매한 고객들의 불안감은 급증하고 있다. 닛산은 신차 구매 고객에게 3년 또만 10만km의 일반 부품 무상 보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나, 닛산코리아가 철수하게 되면 고객들은 사후관리(A/S) 등에서 큰 불편을 겪게 될 전망이다.

국내 법인 철수를 결정하더라도 닛산코리아가 A/S 등을 위해 일부 직영 서비스센터의 영업을 이어갈 수 있다. 하지만 해당 지역에서 멀리 떨어져 사는 고객들이 원활한 서비스를 받기는 쉽지 않은 실정이다.

닛산코리아는 현재 서울과 인천, 부산, 대구, 대전, 광주, 창원, 전주, 원주 등 전국 17개 지역에서 서비스센터를 운영 중인데, 거점 지역을 제외한 곳의 서비스센터가 문을 닫으면 단순 부품 교체 등을 위해서 2~3시간 떨어진 센터를 찾아가야 한다.

닛산코리아가 사설 서비스센터 등과 계약을 맺고 남은 보증기간을 처리해주는 방법도 있으나 서비스 질을 담보하기도 쉽지 않다.

실제 닛산차를 보유한 고객들이 모인 한 인터넷 카페에서는 철수 시 보증기간 내 A/S 방법 등을 문의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일본차 판매가 급감하는 상황에서 불매운동 여파가 장기화할 경우 본사 입장에서는 판매 모델 축소는 물론 철수 등을 검토하게 될 것”이라며 “철수 후 부실한 차량 A/S 등을 피하기 위해서는 차량 구매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닛산코리아 측은 실제 벌어지지 않은 일을 전제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닛산코리아가 그동안 고객 서비스에 최선을 다해왔던 것처럼 향후에도 고객 불편 해소를 위해 노력한다는 방침이다. 서둘러 공식 입장을 밝혀, 고객 혼란을 막겠다는 의미다. 회사 관계자는 “철수설과 관련해서는 어떠한 말도 할 게 없다”며 “내부 논의를 거쳐 공식입장을 밝히게 될 것”이라고 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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