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청소년 도박 급증…“스마트폰 차단 보다 심리적 면역력 길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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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9월 19일 17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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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강원대학교에서 열린 ‘제11회 도박중독 추방의 날 기념 포럼’ 모습 © 뉴스1
19일 강원대학교에서 열린 ‘제11회 도박중독 추방의 날 기념 포럼’ 모습 © 뉴스1
돈을 벌고 싶었던 A군(19)은 중학교 3학년이었던 2015년 SNS를 통해 알게된 인터넷 사설 사이트에서 처음 도박을 시작했다.

A군은 도박자금을 충당하기 위해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손님이 놓고 간 휴대폰을 훔치거나, 중고거래 사이트를 통해 사기를 치는 등 여러 차례 범죄를 저질렀다. A군은 이 과정에서 1000만원이 넘는 금액을 잃고 사기죄로 소년원에 수감됐다.

19일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강원센터에 따르면 스마트폰 보급 증가로 A군처럼 사행성 도박·게임 도박에 빠지는 강원도 청소년이 늘고 있어 대책이 시급하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가 전국의 재학생 및 학교 밖 청소년을 대상으로 1차(2015년)와 2차(2018년)에 걸쳐 사행성 게임에 참여 경험을 조사한 결과, 강원도는 1차에서 5.1%, 2차에서 6.3%로 증가했다.

권선중 침례신학대학교 상담심리학과 교수는 이날 강원대학교에서 열린 ‘제11회 도박중독 추방의 날 기념 포럼’에서 “3년 사이 청소년 도박이 증가한 이유는 청소년 보호 체계 대응 등이 스마트폰 보급 증가, 친구·선후배 권유 등 ‘기회 증가 속도’를 따라 잡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조사에서 ‘불법 온라인 도박을 하는 친구나 선후배가 있냐’는 응답에 재학 중인 청소년 21.5%, 학교 밖 청소년 38.6%가 ‘있다’라고 대답했다”며 “청소년들이 심리적으로 도박에 대한 접근성이나 수용성을 높이는 유해환경이 확산돼 있다”고 밝혔다.

이어 “청소년 도박의 경우 성인 못지않은 금액의 규모로 벌어지고 있지만, 청소년은 성인에 비해 경제적 기반이 약해, 불법행위를 통해 처리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청소년들에게 스마트 기기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더 큰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며 “이 같은 청소년 도박중독을 만성병적인 관점이 아닌 감염병적 관점으로 보고 청소년들의 심리적 면역력을 길러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심리적 면역력은 개인의 욕구 충족과 정서적 강도에 의해 결정된다”며 “청소년들이 스스로의 욕구를 파악해 충족하고, 정서를 처리하는 기술을 습득하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원도교육청 김준기 교육국장은 “현재 우리 사회는 청소년 도박문제에 대해 접근하고 있는 걸음마 단계다. 강원도 교육청은 지난 7월 제정된 ‘청소년 도박 예방교육에 대한 조례’에 따라 학생도박 예방교육에 대한 기본계획을 3년마다 수립해 시행해야 한다. 청소년 도박문제는 학교만의 문제는 아니라며 지역사회와 유관 기관이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효강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강원센터 센터장은 “청소년들이 공적 상담서비스로 위센터(Wee-Ceter), 각 학교의 위 클래스(Wee-Class)를 이용할 수 있으나 도박중독 상담의 특성 이해 및 불법도박으로 인한 법적 문제로 상담진행의 어려움이 있다”며 “도박문제로 인한 어려움을 겪는 청소년을 위해 다각적인 프로그램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춘천=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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