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교회 김하나 목사 청빙가능…예장통합 부자세습 물꼬 트이나

  • 뉴시스
  • 입력 2019년 9월 26일 11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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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교단이 금지된 부자 목회세습의 물꼬를 트려고 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26일 경북 포항 기쁨의교회에서 열린 교단 총회에서 전권수습위원회가 명성교회 부자세습을 사실상 인정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명성교회 위임목사의 청빙이 2021년 1월1일 이후에 가능하다고 명기했는데, 김 목사를 위임목사로 청빙할 경우 명성교회가 속한 서울동남노회는 2017년 11월12일 위임식으로 모든 절차를 갈음한다고 결정했다. 명성교회가 김하나 목사를 위임목사로 청빙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이다.

지난 8월5일 예장 통합 교단 재판국은 김삼환 원로목사의 아들인 김하나 위임 목사에 대한 명성교회의 청빙 결의가 무효라고 판단했다.

이날 위원회의 결정에 따르면 명성교회와 명성교회가 속한 서울동남노회는 총회 재판국의 재심판결을 수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김하나 목사 청빙이 가능해진 만큼, 당장의 소나기를 피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013년 예장통합 교단은 정기총회에서 예장총회 헌법에 목회지를 대물림하는 것을 금지하는 ‘세습금지법’을 제정했다. ‘해당 교회에서 사임(사직) 또는 은퇴하는 위임(담임) 목사의 배우자 및 직계비속과 그 직계비속의 배우자, 해당교회의 시무장로의 배우자 및 직계비속과 그 직계비속의 배우자는 위임목사 또는 담임목사가 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이를 무력화하려는 움직임이 일었다. 예장 헌법위원회가 세습금지법 개정안을 청원한 것이다.

담임목사가 사임한 날로부터 5년 이내에는 아들을 청빙할 수 없는데 다만 사임 1년 이후 공동의회에서 무기명 비밀투표로 4분의3 이상의 찬성이 있을 경우 적용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작년에 이 청원은 통과되지 못했지만 올해 다시 비슷한 내용의 시행령 제정안이 나왔다. 담임목사가 사임한 이후 5년이 초과하면 자녀가 담임목사로 청빙될 수 있다는 것으로, 이번 명성교회 부자세습에 대해 위원회가 내린 결정과 비슷하다.

김삼환 명성교회 원로목사는 2015년 12월 정년퇴임으로 명성교회 담임목사직에서 떠났다. 이후 2017년 예장 통합 총회 재판국이 김하나 목사의 명성교회 담임목사직 청빙이 유효하다고 판단하면서 명성교회 부자세습 건은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개신교 시민단체들은 명성교회 부자세습이 개신교 전체의 공공성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여왔다. 세습으로 일부 세력이 부와 권력의 대물림을 통해 교회를 독점하고 있다는 비판도 해왔다. 예장 통합 교단 소속 장로회신학대학교 신학생들도 명성교회 세습을 문제 삼고, 공동행동을 해왔다.

김 원로목사가 1980년 세운 명성교회는 등록 교인만 10만명에 달하는 초대형 교회다. 1년 예산만 370억원에 이르고, 일각에서는 명성교회가 전국에 보유한 부동산 필지의 공시지가는 1600억원에 이른다는 보도도 나왔다. 김 원로목사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장 등을 지낸 개신교의 얼굴로 통한다. 명성교회는 교회 부와 권력의 집결지인 셈이다.

이날 명성교회 수습방안은 출석 총대(총회대의원) 1204명 가운데 920명이 거수로 찬성함으로써, 수습안을 통과시켰다. 명성교회 힘을 확인한 셈이다.

명성교회수습전권위는 “수습안은 법을 잠재하고 결정한 것이므로 누구든 교회법이나 사회법으로 고소고발의 소제기 등 이의제기를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서울동남노회는 11월3일께 명성교회에 임시당회장을 파송할 계획이다.

명성교회 세습에 반대해온 서울동남노회비상대책위원회 김수원 목사는 10월 가을노회에서 서울동남노회 노회장에 추대될 예정이다. 명성교회에 대한 불이익은 금지된 것으로 알려졌다.

몇몇 개신교 시민단체는 이날 위원회의 결정에 반발, 반대 의견을 정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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