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왜란 진짜 교훈은 빈틈없는 대비… 북핵, 이상주의 버리고 냉엄하게 봐야”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8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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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길 목사, 설교에서 정부 비판

“이순신 장군은 전쟁 중에도 백성의 생업을 챙기셨습니다. ‘갑질’을 하는 우방이라도 배려를 아끼지 않으며 승리를 위해 힘을 결집했습니다. 지금 정치지도자들은 장군의 말은 본받자고 얘기하면서 정작 뭘 보고 배운 걸까요?”

홍정길 남서울은혜교회 원로목사(77·사진)의 목소리에는 힘이 실려 있었다. 서울 강남구 밀알학교 그레이스홀에서 11일 열린 주일예배에서 작심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8·15 광복절 74주년을 앞두고 ‘역사를 기억하지 않으면 반복이란 재앙이 온다’는 심정에서 이번 설교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최근 정치권에서 동학혁명과 임진왜란을 자주 언급합니다. 두 역사에서 우리가 진짜 배워야 할 점은 철저하게 전투를 준비하고 적을 명확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현재 한반도 정세에서 가장 심각한 위협은 ‘북한의 핵 위협’입니다. 냉엄한 현실을 객관적으로 분석해 대처해야 합니다.”

홍 목사의 이번 설교는 상당히 이례적이다. 그는 지구촌교회 원로인 이동원 목사, 작고한 옥한흠 하용조 목사와 함께 ‘복음주의의 네 수레바퀴’로 불리는 개신교 원로다. 게다가 1993년 북한을 돕기 위해 최초로 설립한 민간단체인 남북나눔 이사장으로 활동해왔다. 1500억여 원 상당의 분유 및 의약품 등을 지원했고 방북 횟수만 60회가 넘는다. 때문에 ‘종북 좌파’란 오해까지 받기도 했다.

“6·25전쟁을 겪었고 군사독재도 겪었지만 지금 상황 역시 매우 심각합니다. 정치권도 사회도 원로의 지혜는 사라지고 이상주의만 넘쳐나요. 특히 현 정부는 전문가는 보이지 않고 ‘전공자’만 목소리를 높입니다. 전공자는 현실을 모르고 실험할 뿐이에요. 진짜 책임을 지는 전문가가 필요합니다.”

홍 목사는 이번 설교를 준비하며 두 달 가까이 고민했다고 한다. 관련 서적을 찾아보며 공부도 새로이 했다. 그는 “가장 큰 문제는 대한민국을 ‘불행의 역사’만 점철됐다고 보는 편협한 시각”이라며 “광복 뒤 70여 년 만에 이만큼 나라를 다진 ‘기적의 역사’를 부정한다면 우리의 미래는 암울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정치의 요체는 ‘국태민안(國泰民安)’입니다. 위정자라면 국민이 평안하게 사는 걸 목표로 해야 합니다. 상처를 봉합하지 않고 자꾸만 드러내는 정치는 아무리 의도가 좋아도 성공할 수 없습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홍정길 목사#임진왜란#북핵#설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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