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담 스님 “北 호텔 로비서 SNS·통화 가능…개방·변화에 대한 의지 느껴져”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17일 15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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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평양입니다. 지금 도착했습니다.”

“아, 스님 평양 실황이군요.”

경기 부천시 석왕사에서 15일 만난 영담 스님은 평양 보통강여관에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지인들과 주고받은 대화와 사진을 보여줬다. 스님은 불교계의 대표적인 북한 전문가다. 2003년 이후 남북교류 협의를 위해 30여 차례나 방북했고 지난해 11월에도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상임공동대표 자격으로 북한을 찾았다. 국제구호단체 하얀코끼리 이사장인 스님은 1월 미얀마 현지에서 봉사활동을 펼쳤고, 태국에서는 아쇼카 재단이 주최한 시상식에서 해외 봉사상을 받았다.

―방북 결과를 소개해 달라.

“윤이상평화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던 2014년 윤이상음악연구소 창립 30주년 기념음악회에 초대된 것이 마지막이었다. 그 후 교류길이 막혀 4년 만에 방북했다. 지난해 3박 4일 일정으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두 차례 찾았다는 정성제약, 평양의 교원대 등을 둘러봤다.”

―북측과의 협의 내용은 무엇인가?

“북측 민족화해협의회에서 아이들을 위한 심장병원과 축산, 문화교류를 중심으로 일을 같이 하자고 해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지만 속도감 있게 진행되고 있지는 않다. 북미 회담 같은 큰 물줄기가 불확실해서인지 그쪽도 내부적으로 정리가 안 된 분위기였다. 하지만 개방과 변화에 대한 의지는 피부로 느껴졌다. 이전에는 공항에 내리면 휴대전화 이용이 불가능했는데 이번에는 호텔 로비에서 SNS 메신저와 통화가 됐다.”

―베트남 하노이 회담 이후 북미 관계를 예측하기 어렵다.

“답답한 상황이다. 하지만 미국과 북한 모두 이 판을 깨기는 어렵지 않을까 싶다. 평화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 지혜롭게 대처하길 바란다.”

―남북 교류를 위한 조언을 듣고 싶다.

“정치적 색채가 없는 민간 교류를 강화해야 한다. 북측이 싫어하는 말이 ‘인도적 지원’이다. 용어부터 ‘협력’으로 바뀌어야 한다. 문화재 복원 등을 중심으로 한 문화 교류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 개인적으로 부천 석왕사의 유래가 되는 금강산 부근의 석왕사 복원을 돕고 싶다.”

영담 스님은 1995년 이주노동자 돕기를 시작으로 다문화 가정 지원, 동남아 지역 어린이 돕기, 대북 지원 등 20여 년 간 자비를 실천해 왔다. 석왕사는 매년 부처님오신날 무렵 대규모 다문화 축제를 열어 지역 내 이주노동자와 다문화가정을 위한 센터로 자리 잡았다.

―2005년 이후 매년 미얀마에서 봉사 활동을 하고 있다.

“올해에는 이사장을 맡고 있는 영남학원 관계자들과 5박 6일 일정으로 양곤과 바고 지역의 고아원과 학교를 찾았다. 기본적인 지원은 계속하겠지만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 아이들의 생활 방식을 바꿀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단체 이름을 하얀코끼리라고 한 이유는 무엇인가?

“코끼리는 불교에서는 신성한 동물이다. 하얀색은 투명성, 긴 코는 문제 해결을 위한 장기적인 전문성, 큰 귀는 지구촌 곳곳의 소리를 듣는 것, 네 다리는 뚜벅뚜벅 듬직하게 찾아가 믿음을 주고 싶다는 의미를 담았다.”

―경전 중 좋아하는 구절이 궁금하다.

“신라시대 부설 거사의 열반송이 마음에 와 닿는다. ‘목무소견무분별(目無所見無分別) 이청무성절시비(耳聽無聲絶是非) 분별시비도방하(分別是非都放下) 단간심불자귀의(但看心佛自歸依)’라고 했다. 본 것은 본 자리에서 잊고 들은 것은 들은 자리에서 잊으면, 모든 시비가 끊어지니 단지 마음속의 부처를 보고 스스로 귀의하라는 의미다.”

부천=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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