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인에 정신적 에너지 공급하는 ‘영혼의 쉼터’ 자리매김”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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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인 신년 인터뷰]〈4·끝〉원불교 독일 쾰른 교당 이원조 교무

이원조 교무가 독일 쾰른 교당 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원조 교무 제공
이원조 교무가 독일 쾰른 교당 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원조 교무 제공
원불교 쾰른교당과 일원원불교선센터는 독일의 유서 깊은 도시 쾰른에서 동양의 선(禪)과 불교를 전하는 상징적인 공간이다. 대지 3305m²(약 1000평)에 주변에 1만3223m²(약 4000평)의 자연숲이 들어서 있다. 30분 이내의 거리에 쾰른대성당과 벤스베르크성, 시청사 건물이 있다. 2007년 부임한 이명희 교무(66)가 도량 재건축과 정비를 했고, 2008년에는 자매인 이원조 교무(60)가 합류했다. 지역 교당의 교무와 원불교신문 기자로 활동하다 나이 오십에 해외 포교에 나선 이원조 교무를 e메일을 통해 만났다.

―현지 활동은 어떻게 진행되나.

“2008년 선센터 개원식을 가진 뒤 현지인 교화(敎化)를 위해 다양한 그룹을 대상으로 한 명상프로그램을 연중무휴로 진행한다. 종교연합축제, 마을축제, 여성 및 장애인 단체와 결합된 행사도 개최한다.”

―서양에서 불교는 종교라기보다는 명상으로 여겨진다.

“쾰른 교당은 독일 현지인을 교화 대상으로 삼고 있다. 현재 교당에 입교한 사람은 25명 정도다. 처음에는 명상프로그램에 대한 호기심으로 접근하다 나중에는 원불교 교도로 활동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해외 포교의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인가.

“언어 문제다. 글을 읽고 쓰고 말하는 데 불편함이 없는 것 같았는데, 독일 땅을 밟는 순간 문맹이 됐다. 교포들조차 ‘왜 그렇게 어려운 길을 택했느냐’라고 한다. 뒤집어 생각하면 ‘말이 다 통하는 한국 사람들은 다 교화가 됐느냐’고 반문할 수 있다. 진실한 마음으로 신뢰감을 얻을 수 있다면 말이 좀 서툰 것은 도움을 받으며 풀어갈 수 있는 문제다.”

―뒤늦게 시작한 해외 포교의 어려움을 알 수 있는 에피소드가 있나.

“아주 추운 날 연료로 쓰는 가스통이 비어 주문을 했더니 보름 만에 오전 6시에 배달이 됐다. 추위에 떨다 ‘이러다 얼어 죽으면 누가 와서 볼 사람은 있나’ ‘굶어죽으면 누가 올까’ 하는 생각도 해봤다.”

―해외 포교의 원칙은 무엇인가.

“우선 교법정신을 충실하게 익히고 실천하는 것, 다양한 문화에 대한 수용과 이해, 자신의 몸과 마음을 잘 관리하는 것이 기본이다.”

―쾰른 교당의 향후 계획은….

“독일 현지인들은 이곳에서 문화 역현상이 일어난다고 평가한다. 한국인이 독일문화를 익히는 게 아니라 자신들이 이곳에 와서 한국과 원불교의 문화를 받아들인다는 의미다. 이미 지역 내에서 정신의 새 에너지를 공급하는 주요 장소로 여겨지고 있다. 유럽 내에서 시대정신을 이끌어가는 원불교선센터로 발전시키고 싶다.”

―경전 중 좋아하는 구절이 있다면….

“원불교 교조 소태산(박중빈·1891∼1943)께서는 이미 100년 전에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고 하셨다. 10%의 사람이 세상 물질의 90%를 차지하고, 90%의 사람이 남은 10%의 재화를 나눠 쓴다. 그 까닭에 수많은 난민이 발생하고 기아와 질병, 전쟁의 고통이 도처에 있다. 저를 포함한 세상 사람들이 개벽정신으로 거듭날 수 있기를 염원한다.”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영혼의 쉼터#원불교#이원조 교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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