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의 연극은 ‘우습고 하찮을 것’?…편견 뒤집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5월 1일 17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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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콘 간판스타’ 정태호

전영한기자 scoopjyh@donga.com
전영한기자 scoopjyh@donga.com
“3년 간 공백이라고요? 연극 무대에서 제가 하고 싶은 코미디를 펼쳤던 가장 행복한 시간이죠.”

지상파 코미디 프로그램이 개그 트렌드를 이끌던 시절, ‘정 여사’ 캐릭터로 인기를 끌며 ‘개콘 간판스타’로 불린 정태호(41)는 어느 순간 TV에서 자취를 감췄다. 누군가는 그의 인기가 떨어져 잠시 휴식을 갖는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그 사이 꿈을 위해 연극인으로 변신했다. 최근 만난 그는 서울 홍대 인근 번화가 한복판에서 자신의 이름을 딴 ‘정태호 소극장’을 운영하고 있었다. 정태호는 “개그 콘서트에 출연할 때도 늘 머릿속에서는 나만의 무대와 작품을 꿈꾸며 대본을 썼다”며 “누가 뭐라고 하든 지난 3년은 나에게 가장 행복하고 생산적인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정태호는 “관객 표정과 웃음소리를 실시간으로 살피며 바로 피드백을 받는 게 소극장의 매력”이라며 “관객들에게 ‘얘네 장난 아니구나, 생각 좀 했구나’라는 말을 꼭 듣고 싶다”고 했다. 전영한기자 scoopjyh@donga.com
정태호는 “관객 표정과 웃음소리를 실시간으로 살피며 바로 피드백을 받는 게 소극장의 매력”이라며 “관객들에게 ‘얘네 장난 아니구나, 생각 좀 했구나’라는 말을 꼭 듣고 싶다”고 했다. 전영한기자 scoopjyh@donga.com

그가 구상한 작품은 끊임없는 변신과 도전 끝에 여장 남자의 하숙집 생활 이야기를 발랄하게 풀어낸 연극 ‘그놈은 예뻤다’로 탄생했다. 지난해 3월 막을 올린 후 계속 공연(오픈 런)하고 있다. 관객은 TV 속 모습과는 사뭇 다른 그의 진지한 연기와 유머에 빠져 유쾌한 에너지를 얻고 있다. 연극인으로 변신하기로 결정했을 때 두려움은 없었을까.

“과분한 관심과 사랑을 받았기에 이를 모두 잃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컸던 게 사실이에요. 수많은 아이디어를 떠올려도 2~3분 내외의 짧은 코너에서 소모적으로 소비되는 점이 안타까워 도전을 밀어붙였죠.”

그토록 원하는 무대를 갖게 됐지만 꾸려나가기는 만만치 않다. 연기는 물론 무대 디자인, 조명까지 모든 것을 손수 챙겨야한다. 임대료를 포함한 소극장 운영비를 마련하는 것도 쉽지 않다.

전영한기자 scoopjyh@donga.com
전영한기자 scoopjyh@donga.com

“관람료 수익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방송 출연 당시 모아두었던 돈과 종종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가 받는 출연료도 소극장에 쓰고 있어요. 무대를 직접 준비해보니 모든 게 준비된 상태에서 개그 연기만 하면 됐던 방송이 고맙기도 하더라고요.”

동료들은 그의 도전을 걱정하면서도 힘을 보탰다. 개그 코너를 함께 짜던 송병철, 김대성 등은 ‘웃기면서 좋은’ 무대를 만든다는 취지에 공감해 함께 작품에 출연한다. 정태호는 “개그맨들 중에는 자신의 개그를 선보일 무대만 있다면 어디든 갈 준비가 된 사람이 많다”며 “개그맨이 하는 연극은 ‘우습고 하찮을 것’이라는 편견을 뒤집고 누군가에게 울림을 줄 수 있는 ‘웰메이드 코미디’를 100회 공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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