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절과 도덕 녹아있는 판소리, 초등학교에서 가르쳤으면”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1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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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정태 한국판소리보존회 이사장

서울 강남구 봉은사로의 사무실에서 8일 만난 남정태 한국판소리보존회 이사장은 “여전히 학생처럼 출퇴근시간 1시간여씩 여기서 소리 연습을 한다”고 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서울 강남구 봉은사로의 사무실에서 8일 만난 남정태 한국판소리보존회 이사장은 “여전히 학생처럼 출퇴근시간 1시간여씩 여기서 소리 연습을 한다”고 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흥부가, 심청가에는 삶에 필요한 예절과 도덕이 녹아 있습니다. 교사직이 생기면 수많은 국가무형문화재 이수자들에게 일자리 창출도 되고요.”

8일 오후 남정태 한국판소리보존회 이사장(63)은 “판소리가 초등학교 정규 교과 과정에 들어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올해 4월 16대 이사장으로 취임해 임기 반년을 넘긴 그를 서울 강남구 봉은사로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한국판소리보존회는 1973년 사단법인으로 설립됐다. 무형문화재 예능 보유자들을 중심으로 1971년 친목 단체로 만든 판소리 보존연구회가 전신이다. 남 이사장은 “1902년 조직한 조선시대의 성악단체인 협률사, 1933년 조선성악 연구회의 맥을 계승해 사실상 118년의 역사를 자랑한다”고 설명했다.

1971년 시작한 판소리 유파 발표회(현재의 판소리 유파 대제전)는 내년 50회를 앞뒀다. 미산제 흥부가, 정정렬제 춘향가 등 여러 마당과 유파의 특성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장이기도 하다.

“인연과 배경을 떠나 실력만으로 수상할 수 있는 드문 대회라 자부합니다. 수년 전부터 상위 수상자는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과 국회의장상을 받는데, 원래는 최고상이 대통령상이었어요. 내년 50회를 맞아 대통령상을 부활시키는 게 이사장으로서 제일 과제입니다.”

남 이사장은 독특한 이력을 지녔다. 초중고교를 안 다녔다. 8세부터 20세까지 전북 부안군 변산면의 서당에서 수학했다.

“소리가 좋아 뒤늦게 명창이 돼 보겠다며 21세부터 전북 군산에 가 배웠습니다.”

24세에 상경했다. 명창의 길이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닫자 살길부터 찾자는 생각이 앞섰다. 평생을 땋아 기른 총각머리부터 잘랐다. 양곡 보관 창고의 노역 일부터 세탁소 일까지 갖은 노동을 했다. 귓가에 울리는 판소리를 지울 수 없었다. 낮에는 세탁소를 운영하고 밤에는 검정고시 공부를 했다. 초중고교 과정을 1년에 하나씩 넘었다. 31세에 서울대 국악과에 들어갔다.

“저 또한 숱한 경연에 나가본 만년 도전자입니다. 그 마음, 그 과정을 알기에 판소리 유파 대제전만큼은 가장 깨끗한 대회로 유지하고 싶은 거죠.”

보존회는 지난달 영국 런던에서 열린 케이뮤직페스티벌에 참가했다. 남 이사장은 “10여 명의 소리꾼이 판소리의 눈대목(하이라이트)들을 공연했다. 줄거리를 통역하며 들려줬더니 90분간의 공연이 끝나자 현지 관객의 기립박수가 쏟아져 감동했다”고 했다.

“내년부터 동남아시아, 오세아니아 등 더 많은 곳에 판소리를 전파하고 싶습니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2003년 등재)인 판소리가 가진 보편적 매력을 알리는 것은 미룰 수 없는 중요한 일입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판소리#예절#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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