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엔 댄스곡이 대세? 이별 발라드가 판치는 2019 가요차트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8월 20일 17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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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어보려 한 잔/지워보려 한 잔~”(장혜진 윤민수 ‘술이 문제야’) “질질 끌지 말고 헤어지자~”(벤 ‘헤어져줘서 고마워’) “우리 둘은 이제 남이 됐고~”(송하예 ‘니 소식’)

7월 가요차트(가온차트 월간 디지털차트) 1~3위를 점한 곡이다. 한여름에 이별 발라드가 판친다. ‘와! 여름이다!’(1997년 ‘해변의 여인’)가 대표하는 쿨, DJ DOC의 시절은 20년이 돼간다 해도, 대세 댄스곡의 실종은 올 여름에 두드러진다. 기현상이다. 발라드가 점한 가요계는 낮 기온이 30도를 웃도는 최근까지 이어진다.

태연의 ‘그대라는 시’, 거미의 ‘기억해줘요 내 모든 날과 그때를’이 드라마 ‘호텔 델루나’에 실려 힘을 받은 가운데 마크툽, 황인욱 등의 발라드가 10위권에 늘어섰다. 댄스곡은 가요 차트 최상위권에서 아예 축출된 모양새다.

2010년부터 10년간 7월 가온 디지털차트를 분석한 결과, 2019년은 확실히 이상한 해다. 2010년대 여름은 여성 댄스그룹의 텃밭이었다. 씨스타, 2NE1, 현아, 미쓰에이, 티아라, 에이핑크, 걸스데이, 원더걸스가 시장을 이끌었다. 빅뱅의 노래나 MBC ‘무한도전 가요제’와 엠넷 ‘쇼미더머니’에 실린 힙합, 댄스곡도 있었다. 지난해만 해도 블랙핑크 트와이스 에이핑크가, 2017년엔 레드벨벳의 ‘빨간 맛’과 엑소의 ‘Ko Ko Bop’이 최상위권을 지켰다.

세계 기후변화처럼 가요시장에도 변혁기가 도래한 것일까.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먼저 아이돌 음원이 주춤했다. 한 음원서비스업체 관계자는 “이른바 ‘봄 캐럴’의 흥행 뒤 초여름부터 댄스곡이 올라오는 것이 보통의 연간 패턴”이라면서 “올해는 남자 아이돌에 대한 선호가 방탄소년단으로 집약돼 다른 그룹들이 ‘팬덤 빨’을 받지 못한 데다, 특이한 안무나 예능 프로그램의 화제도 없었다”고 했다. 방탄소년단, 트와이스를 포함한 인기 아이돌들은 국내 신곡 발표보다 해외 일정에 치중했다.

신흥 여름 강자로 기대를 모은 레드벨벳은 6월 댄스곡 ‘짐살라빔’을 내놨지만 기대에 못 미쳤다. 8월 들어 ‘호텔 델루나’에 미디엄 템포 곡을 실은 뒤 여름의 끝자락인 20일에야 댄스 곡 ‘음파음파’로 컴백했다.

김진우 가온차트 수석연구원은 “2017년과 지난해, 닐로와 임재현 같은 신흥 발라드 가수가 강력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마케팅으로 재미를 본 뒤 비슷한 패턴의 곡들이 일제히 올라왔다”면서 “발라드 위주로 재편된 차트를 음원 서비스 이용자들의 ‘따라가기’식 소비가 받치면서 발라드 대세 체제가 굳어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임희윤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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