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집-회사 아닌 ‘제3의 장소’가 있나요?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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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의 장소/레이 올든버그 지음·김보영 옮김/464쪽·2만6000원·풀빛

도시인이라면 일상을 어디서들 보내시는지? 집과 일터, 주말에는 대형마트나 고작해야 키즈카페? 사정은 미국도 마찬가지다. “부유한 미국인이 사적 영역에서 향유하는 편의시설이나 여가시설과 비교하면, 공공시설의 여건은… 훨씬 더 나빠졌다.”

미국의 도시사회학자가 동네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만나 교류하는, 가정도 일터도 아닌 ‘제3의 장소’의 중요성을 강조한 책이다.

직원이나 배우자, 부모로서만 살아가는 건 사실 좀 안쓰러운 일이다. 새로운 사회적 지지와 유대감을 원한다면 다른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공간이 있어야 한다. 과거에는 커피하우스, 펍, 카페, 이발소, 미용실 등이 ‘제3의 장소’가 됐지만 근대 도시화 과정에서 의미가 퇴색했다. 그런 사정은 우리도 다름없다.

‘제3의 장소’는 풀뿌리 민주주의에도 중요하다. 기자도 주차장 대신 공원을 만들자는 운동을 벌여 성공시킨 경기 부천시의 한 ‘작은 도서관’ 동화 읽기 모임을 만난 적이 있다. 1989년 초판이 나왔고, 1999년 개정판을 번역했으니 벌써 20, 30년이 된 책이지만 오히려 우리 사회에는 오늘날 주목할 만한 주제다. 동네에 ‘작은 도서관’ 같은 제3의 장소가 있다면 시간을 내 문을 두드려 보자. 마음을 열 준비가 된 이웃들이 기다리고 있을 수 있으니.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제3의 장소#레이 올든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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