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복 빈다는 말조차 마음 아파”…동료 문인들 故 황병승 시인 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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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7월 24일 20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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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병승 시인.(문학과지성사 제공)© 뉴스1
황병승 시인.(문학과지성사 제공)© 뉴스1
황병승(49) 시인이 24일 경기 고양시 원당동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는 소식에 동료 문인들이 애도의 뜻을 전하고 있다.

조동범 시인은 이날 페이스북에 “마음이 너무 아프다”며 “아무도 그의 죽음에 대해 섣부른 판단을 해서는 안 된다, 조롱과 멸시의 언사는 더더욱 안 된다”고 밝혔다.

조 시인은 “어떻게 이런 일이…명복을 빈다는 말조차 마음이 너무 아프구나…”라며 “눈물이 자꾸 나온다, 병승아 잘 가렴. 부디… 부디…”라고 애도했다.

김이듬 시인은 과거 고인과의 추억을 회상하며 “나는 많이 침울하고 슬프며 괴롭다”며 “인생 망친 알코올중독자혈연을 방치한 듯한 고통이 이런 건지 많은 문제들을 예방하게끔 조언하고 실질적인 도움 한번 주지 못한 나는 선배도 누나도 동료도 아닌 나는”이라고 슬퍼했다.

정병근 시인은 “아, 이렇게 간다는 말인가, 가면 된다는 말인가”라며 “이 사람아, 황병승 시인, 이 사람아. 너무 가슴이 아프네”라고 했다.

이어 “비통하다는 말조차 하는 것인가, 명복을 빌기엔 내 말이 가볍네”라며 “그만 쓸모없는 별이 되었네 병승아, 이 사람아”라고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신승철 소설가는 “내게는 공손하고 수줍어하던 예대 문창과 후배였는데 그는 비참하게 세상을 떠났다”라며 “울컥울컥해지는 게…왠지 서럽다”고 글을 남겼다.

박진성 시인은 “불과 몇달 전에도 연락을 했었는데…문단이라는 이상한 집단이 죽인 ‘사회적 타살’”이라며 지난 2016년 11월 고인에게 제기된 성폭력 의혹 사건을 언급했다.

당시 서울예대 캠퍼스에는 고인이 제자들에게 성폭력을 행사했다는 대자보가 게재됐고, 그는 이후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사과한 바 있다.

박 시인은 “황병승 형은 전업 시인으로 살던 사람으로 성폭력 의혹 제기 이후 모든 시 청탁 및 시 창작 강좌가 끊겼다”며 “병승 형은 전화 통화를 할 때마다 자신은 그런 일을 한 적이 없다고 항변했고 자신의 무고를 입증할 방법을 찾고 있었다”고 대신 억울하다는 주장을 펼쳤다.

고양경찰서와 유족에 따르면 24일 오전 경찰, 119구조대와 함께 고인이 혼자 지내던 집에 들어갔다가 숨져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사망한지 최소 15일이 지난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 평소 황씨는 알코올 중독 증세를 보이는 등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확한 사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고인은 서울예대 문예창작과와 추계예대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하고 2013년 파라21에서 시를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여장남자 시코쿠’ ‘트랙과 들판의 별’ ‘육체쇼와 전집’ 등을 펴냈고 미당문학상, 박인환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빈소는 가톨릭대학교 의정부성모병원 장례식장 3호실에 마련되며 25일 오후 1시부터 문상을 받는다. 발인은 27일 오전 8시30분이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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