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아이 안 낳는 시대… 인류가 감당할 미래는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6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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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빈 지구/대럴 브리커, 존 이빗슨 지음·김병순 옮김/368쪽·1만6500원·을유문화사

출산율 감소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심각하다. 세계는 고령화로 인한 노동력 감소, 경기 침체, 연금 수요 증가 등 커다란 문제를 마주했다. 동아일보DB
출산율 감소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심각하다. 세계는 고령화로 인한 노동력 감소, 경기 침체, 연금 수요 증가 등 커다란 문제를 마주했다. 동아일보DB
지난 반세기 동안 인구는 가장 뜨거운 주제였다. 국경 불문 분야 불문, 전문가를 자처하는 이들이 인구 문제에 핏대를 세운다. 하지만 인구의 어떤 점이 왜 문제인지 명확하게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영화 속 악당들은 “인구가 늘면 지구가 망한다”며 악행을 저지르고, 뉴스에서는 ‘고령화 문제 심각’ ‘출생률 감소 심각’이라고 보도하고. 판이한 주장이 판을 치기 때문이다.

인구 증가와 감소. 인류에게 어느 쪽이 재앙일까. 국제적인 여론 조사기관 최고 경영자와 캐나다 유명 저술가인 두 저자는 논문, 통계, 석학의 식견, 개인 인터뷰를 근거로 인구는 감소할 거라고 주장한다. 인구라는 개념의 탄생, 인류가 겪어온 규모의 변화, 미래 인구 시나리오, 인구 감소에 대한 대비책이 이어진다.

7만 년 전 수마트라섬 토바 화산이 폭발했다. 당시 인류에게 빙점 이하의 기온을 견디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대폭발로 인해 수천 명으로 줄어든 인구는 1차 농업혁명을 거치며 500만∼1000만 명, 서기 1300년 동·서양의 문명이 부흥하면서 4억 명까지 늘었다. 하지만 화려한 시절은 짧았다. 흑사병, 기근, 전쟁으로 1700년 세계 인구는 6억 명을 넘지 못했다.

1800년경 10억 명을 돌파한 것은 식생활 개선, 의학 발달, 농업·상업 혁명 덕분이었다. 20세기에 들어 기대 수명은 늘었지만 출생률 하락으로 인구 증가세는 더뎌졌다. 앞으로 인구 증감 시나리오는 어떨까. 책은 전문가들의 의견을 근거로 70억∼80억 명 전후를 유지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여성들이 교육을 받고 직업을 갖도록 사회화되는 순간, 그들은 가족을 더 작게 꾸리려고 합니다.” “2040년 80억 명으로 정점에 이르렀다가 하락할 거예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사이에 출산율과 기대 수명의 간극이 좁혀지고 있습니다.”

각국의 당면 과제인 고령화도 입체적으로 분석했다. 일본 유럽은 물론 개발도상국과 중동 아프리카의 출생률도 줄고 있다. 도시화와 여권 강화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그리고 감소 트랙에 올라선 인구가 방향을 틀기란 쉽지 않다. 출생률이 1.5 미만인 상태로 한 세대 이상 흐른 사회는 저출산이 정상적이고 보편적인 상태로 정착하면서 그 흐름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인구 감소가 낳은 노동력 감소, 경기 침체, 연금 수요 증가 등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인구가 줄어들면 더 많은 일자리, 더 싼 주택을 안길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아이를 낳는 남녀 쌍의 수가 준다는 것은 주택 구매자의 수가 줄면서 주택 가격이 하락하고 저축할 돈이 없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민자를 둘러싼 밀고 당기기를 서술한 부분도 인상적이다. 각 사회는 밀려오는 이민자를 달갑게 수용하지 않는다. 저자는 이민은 이민자와 원주민 모두에게 이익을 안긴다고 주장한다. “합법적 이민자가 고도의 숙련 노동력 부족을 메우고 기업가적 추진력으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했다. 기존의 일자리를 두고 이민자와 본토박이 간 경쟁은 거의 없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텅 빈 지구#대럴 브리커#존 이빗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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