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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감추고 싶은 욕망… 억누를 수 없는 질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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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감추고 싶은 욕망… 억누를 수 없는 질투

동아일보입력 2014-06-07 03:00수정 2014-06-0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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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의 영역/사쿠라기 시노 지음·전새롬 옮김/384쪽·1만4000원·아르테
일본 최북단 홋카이도(北海道) 동남부 항구도시 구시로(釧路)의 겨울을 본 적이 있다. 눈 덮인 도시의 풍경은 수묵화 같았다. 구시로가 배경인 이 소설에는 묵향이 흐른다.

이름을 떨치고 싶지만 적당한 재능만 가진 서예가 류세이. 어머니가 물려준 초라한 서예교습소를 운영하지만 가족의 생계는 보건교사인 아내 레이코가 도맡았다. 부부의 생활은 치매에 걸린 반신불수 어머니를 중심으로 짜인다.

이들 사이에 유능한 젊은 도서관장 노부키, 서예에 천부적인 재능을 가졌지만 발달장애를 지닌 그의 여동생 준카가 등장하면서 미세한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새로운 관계가 생겨나면서 묵향을 가로지르며 엇갈리는 시선과 은근한 욕망, 억누를 수 없는 질투가 움튼다.

류세이는 아내가 건네는 용돈이 치욕스럽다. 레이코는 무기력한 남편을 지원하고, 병상에서도 아들에게 집착하는 시어머니를 수발하며 삶에 대한 기대를 접었다. 남편이 서예교습소에 다니는 준카에게 끌리는 걸 알면서도 감정이 동요하지 않는 스스로에게 놀란다. 레이코와 노부키는 서로 끌리지만 준카를 핑계 삼아 무심한 듯 위장한 문자메시지만 주고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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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세이는 아내에게 털어놓지 못한 비밀을 하나둘씩 간직한다.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만, 아내가 도서관장에게 관심 있다는 걸 눈치 채고는 불쾌감 뒤에 숨어 손뼉 치며 웃는 자신의 모습을 본다. 결말에 다다르면 이들 사이에 숨겨진 또 하나의 이야기가 드러난다.

비슷한 일상 속에서 천변만화하는 내면의 감정을 집요하게 그려낸다. 초연한 듯하면서 성공을 갈망하고, 관심 없는 척하면서 찔러보고, 재능을 아끼는 것처럼 보이지만 질투에 이글거린다. 제목처럼 순수의 영역에 머무른 이는 오직 준카뿐이다.

작가는 지난해 ‘호텔 로열’로 나오키상을 수상한 여성. 이 소설은 나오키상을 받은 뒤에 펴낸 장편으로, 국내에 소개되는 작가의 첫 작품이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순수의 영역#소설#욕망#질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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