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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이 책, 이 저자]‘살아남은 것들의 비밀’ 펴낸 이랑주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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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이 책, 이 저자]‘살아남은 것들의 비밀’ 펴낸 이랑주씨

동아일보입력 2014-05-10 03:00수정 2014-05-10 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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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래시장 생존비법은 ‘남 다른 특별함’… 해외 40개국 150곳서 그 비밀 캐냈죠”
이랑주 씨는 “전통시장을 되살리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어 책을 썼다”며 “완전히 바꿀 필요도 없다. 90도만 시각을 바꾸면 활로를 개척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샘터 제공
제목이 거창하지만 이 책은 시장 이야기다. 의류회사와 백화점에서 13년간 VMD(visual merchandiser)로 활동한 저자(42)가 해외 전통시장의 생존 비법을 둘러보고 정리했단다. VMD란 한마디로 “떡을 보기 좋게” 만드는 직업. 그래야 맛도 좋을 것 같아 더 많이 사게 되니까. 박사학위까지 따고 높은 연봉을 받던 전문직 여성이 외국 시장 뒷골목을 누빈 이유가 뭘까. 7일 서울 종로구 동아일보 본사에서 그를 만나봤다.

―화려한 명품관에서 일하다 시장에 관심을 가진 이유가 뭔가.

“2005년쯤일 거다. 집 근처 부산 좌동시장 과일가게를 보고 너무 안타까웠다. 홍시를 진열해뒀는데 전혀 먹음직스러워 보이지 않았다. 초록색 비닐 하나만 깔아도 분위기가 싹 바뀔 텐데…. 붉은 과일은 보색인 녹색에 진열하면 훨씬 싱싱해 보인다. 열심히 일하는 시장 상인들이 요령이 없어 고생하는 게 안타까웠다.”

―그럴듯하지만 실제로 소득에 도움이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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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경북 포항시 죽도시장에서 생선가게를 한다. 매출 걱정이 많기에 조언을 좀 해줬다. 생선을 사선으로 진열하고 백열등 대신에 형광등 조명을 쓰라고. 어땠을 것 같나. 그 친구, 아직도 고마워한다. 이미 많은 백화점이나 대형마트가 VMD를 고용해 큰 효과를 본다. 정말 그런 작업이 필요한 건 전통시장 아니겠나.”

―그럼 그런 노하우를 전하면 되지, 해외엔 왜 갔나.

“나름 소상공인을 위한 강연도 하고 카운슬링도 했다. 하지만 국내 재래시장은 해마다 15%씩 줄어드는데 미국은 오히려 매년 340개씩 늘었다. 도대체 왜 그럴까. 그걸 알면 더 도울 수 있을 거란 욕심이 생겼다. 남편을 설득해 함께 1년 동안 40개국 시장 150여 곳을 열심히 발품 팔았다.”

―가보니 어떻던가.

“결론은 ‘기본에 충실하자’였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길모어 파머스 마켓’은 허름한 시설에도 손님이 넘쳐난다. 바로 옆에 대형마트가 즐비한데도. 이유는 품질이었다. 상인들이 스스로 철저히 관리해 최상급 제품을 팔았다. 가격이 대형마트보다 비싸도 그 신뢰감이 고객을 끌어 모았다. 한국은 재래시장 하면 저렴함을 앞세우는데 생각을 바꿀 필요가 있다.”

―국내 시장은 현실적 제약이 많지 않나.

“서울 재래시장의 가장 큰 고민이 주차장이다. 해외 시장도 대부분 주차장이 없다. 그런데 왜 잘되냐고? 독일 뮌헨 ‘빅투알리엔 마르크’는 숲 공원과 연결돼 산책과 쇼핑을 함께 한다. 폴란드 ‘크라쿠프 중앙시장’은 거기 아니면 안 파는 물건으로 손님을 유혹한다. 현실만 탓하면 무엇도 바뀌지 않는다. 물론 정부도 좀 더 적극적이고 창조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

―당장 적용할 수 있는 비법은 없나.

“시장마다 특성이 있으니 그에 따른 대처가 중요하다. 일본 오사카 ‘구로몬 시장’의 한 과일가게는 꼭지를 그대로 남겨둔 딸기를 포장하지 않은 채 놓고 판다. 고객이 하나씩 직접 주워 담는다. 불편해 싫을 것 같다고? ‘직접 농장에서 따는 것 같아 재밌다’며 엄청 성황이었다. 경쟁력은 발상의 전환에서 비롯된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살아남은 것들의 비밀#이랑주#재래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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