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GPS도 없이 바다를 정복한 고대 뱃사람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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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대항해/브라이언 페이건 지음·최파일 옮김/520쪽·2만4000원·미지북스

수십 분 거리의 약속장소를 찾는 데도 인터넷 지도에 길을 묻고 휴대전화의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으로 내 위치를 확인하지 않으면 불안한 현대인의 희미해져버린 모험본능에 불을 댕기는 책이다.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고고학과 인류학을 전공한 저자는 이 책에서 남태평양과 북대서양, 지중해와 인도양, 북해, 동태평양에서 이뤄진 고대 인류 대양 횡단의 역사를 풀어놓는다. 별을 보며 카누나 뗏목의 방향을 정하고, 바람과 물빛의 미세한 변화를 읽어 나아갈 때와 돌아갈 때를 정하며 ‘세계의 끝’을 넓혀 나갔던 고대 뱃사람의 여정이 눈앞에 펼쳐진다.

특히 기원전 1200년경 오세아니아 연해에서 시작해 피지와 사모아, 통가를 지나 남태평양의 끝 이스터 섬까지 진출한 폴리네시아인의 여정은 오늘날 우주 탐사 못지않게 흥미진진하다. 아라비아와 인도까지 쉼 없이 항해한 그리스인 이야기에서 신에게 바칠 땅을 찾아 북대서양으로 나아갔다 아이슬란드를 발견한 아일랜드 수도사의 이야기로 안내하는 저자의 글 솜씨는 경험 많은 선장처럼 능숙하다. 저자가 여덟 살부터 아버지와 함께 무동력 어선을 타고 영국 해안 곳곳을 누비면서 얻은 경험이 책 곳곳에 녹아 있어 더 잘 읽힌다. 원거리 항해를 낳은 배경이나 그것이 후대에 미친 영향에 대한 인류학적 고고학적 분석도 정밀하다.

두께가 500쪽이 넘지만 연대기적 서술이 아닌 지역별(대양별) 서술 방식이라 순서대로 읽지 않고 관심 있는 바다부터 읽어도 무방하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원제 ‘Beyond the Blue Horizon’(2012).

우정렬 기자 passion@donga.com
#인류의 대항해#고대 인류 대양 횡단#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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