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세상을 지배하려는 타락천사와 그에 맞선 천사학자의 사투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1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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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학(전 2권)/대니얼 트루소니 지음·남명성 옮김/각 319쪽, 355쪽/각 권 1만2000원/문학동네

인간에게 신의 메시지를 전하고, 악마의 유혹에서 인간을 지켜 주는 수호자. 기독교 성경을 통해 익숙한 천사의 이미지는 이런 게 아닐까. 하지만 이 책에서 그려지는 천사는 이런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 이들은 영적 존재가 아니라 흰 피부와 배꼽 없는 배, 금발 머리에 날개를 가진 육체를 하고 지상에 머무르며 인간을 지배하려 한다. 인간과 관계를 맺으며 반인간-반천사를 낳고 심지어 죽기도 한다.

이들은 성경에도 등장하는 천사와 인간 여성 사이에 태어난 네피림의 후예다. 인간을 감시하러 내려왔다가 인간을 지배하려는 욕망에 빠진 타락천사의 후손인 것이다. 이들의 목표는 인간과의 이종교배 때문에 천사들 사이에서 번지고 있는 날개가 썩는 병을 치료하고 인간 세상을 지배할 힘을 얻는 것. 네피림의 음모와 이를 막으려는 천사학자들의 사투가 이 책을 관통하는 큰 줄거리다.

소설의 주인공은 미국 뉴욕 프란체스코수녀회의 젊은 수녀 에반젤린. 그는 우연한 기회에 할머니의 편지를 읽고 자신의 부모가 인간과 천사 사이에 벌어지는 비밀전쟁에 참여한 천사학자이며, 어머니도 네피림에게 살해됐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후 소설은 에반젤린이 사는 밀레니엄을 앞둔 1999년의 뉴욕과 1940년대의 프랑스 파리를 오가며 하늘과 땅의 운명을 건 전쟁을 그려 낸다.

소설에서 그려진 것과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천사와 타락천사로서 악마의 계보에 대한 연구는 기독교 역사만큼이나 오래됐다. 2006년 베트남전쟁 참전의 후유증 탓에 폭력적으로 변한 아버지를 이해하는 과정을 그린 자서전 ‘땅 속으로 떨어지다’를 펴낸 작가는 기독교에서 실제로 전해지는 천사 관련 자료에 상상력을 가미해 이 소설을 썼다. 2010년 미국에서 책이 출간된 뒤 뱀파이어의 뒤를 이을 매력적 몬스터의 탄생이라는 반응을 끌어냈다. 원제 ‘Angelology’.

우정렬 기자 passion@donga.com
#천사학#타락천사#천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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