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새콤달콤 사과 얘기… 동심 주렁주렁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1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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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가 주렁주렁/최경숙 글·문종인 그림/36쪽·1만1000원·비룡소

비룡소 제공
비룡소 제공
나뭇가지가 휘어질 듯 매달린 사과가 표지 가득 선명합니다. 언뜻 새콤달콤한 사과 맛이 생각나 침이 고입니다. 담벼락 아래로 굴러 온 사과 덕에 풍뎅이와 벌, 작은 벌레들도 잔치를 합니다. 곧 사과는 썩고, 씨는 흙 속에 묻혔습니다. 사과의 한살이가 시작되었습니다.

이 책은 그간의 생태그림책들에서 한 단계 진화한 형태로 볼 수 있습니다. 정보성 강한 텍스트에 생동감이 덜한 세밀화 위주의 몇몇 생태그림책들에 비해 스토리텔링에 좀 더 기대어 있다고 할까요? 참나무, 호박, 무당벌레, 거미, 어름치까지 ‘물들숲 그림책’ 시리즈 전반이 그렇습니다. 이번엔 사과가 주인공인 모양입니다.

글을 쓴 최경숙은 아이들이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자신이 어렸을 때 뛰어놀던 산과 들, 바다에 숨어 있는 이야기들을 찾아내는 중이랍니다. 작품마다 산과 바다를 뛰놀던 시절이 큰 자양분이 되어 독자들에게도 따뜻하게 전해집니다.

화가 문종인의 그림에서 읽을 수 있는 이야기는 말로는 못다 할 감동을 더합니다. 사과가 굴러들어온 시골집 마당 풍경만 보아도 알 수 있습니다.

돌담 옆 장독대와 채반에 말리는 고추, 장대로 떠받친 빨랫줄, 거기 앉은 잠자리, 절구통과 절굿공이, 싸리 빗자루와 멍석에 널어놓은 고추, 나무 평상과 그 위에 놓인 키…. 마루 위 요강과 늙은 호박이 정겹습니다. 아! 사과가 어디서 굴러떨어진 것인지 이제야 알 수 있습니다. 마루 위 사과가 담긴 대야를 고양이가 건드린 것 같군요. 깜짝 놀라 엉거주춤하는 고양이와 댓돌 위에 엎어진 빨간 대야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사과가 떨어진 자리에 핀 온갖 들풀들, 지렁이가 헤집어 놓은 흙더미, 흙 속에서 막 나오려는 땅강아지…. 모든 것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한겨울 굳건히 버텨 내고 맞은 봄, 물오른 가지 끝마다 연두로 피어난 새순들은 부드럽고 여린 느낌이 손끝에 전해질 듯 생생합니다. 잎눈과 꽃눈이 따로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됩니다.

사과 한 입 통째로 베어 먹으며, 아이들과 함께 읽어 보세요!

김혜진 어린이도서평론가
#사과가 주렁주렁#동심#물들숲 그림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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