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풍차를 향해 돌진한 돈키호테, 그가 옳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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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키호테, 부딪혔다, 날았다/서영은 지음/475쪽·1만4800원/비채

세르반테스가 감옥에서 집필해 1605년 처음 발표한 ‘재기 발랄한 향사 돈 키호테 데 라 만차’는 세상에 나온 지 400여 년이 지난 현재에도 우리의 삶 가까이에 들어와 있다. 소설 연극 뮤지컬 발레를 통해 돈키호테뿐 아니라 원작자 세르반테스도 친숙하게 느껴진다.

책의 저자인 소설가 서영은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다가 2011년 스페인 살라망카의 어느 기념품 가게의 진열장에서 낯설게 다가온 돈키호테를 만났다. 말을 탄 채 창을 높이 쳐들고 있는 작은 돈키호테 조각상이 갑자기 눈에 들어왔다. 마치 그가 들고 있는 오른손이 “일어나라, 부딪히더라도 날아라!”라고 말을 건네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돈키호테와 함께하는 ‘친숙하고도 낯선 여행’은 이렇게 시작됐다.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시작해 알칼라데에나레스, 몬테시노스 동굴, 엘토보소를 거친 여정에서 저자는 원작자 세르반테스가 돈키호테를 통해 구현한 기사도 정신을 자신의 종교적 신앙 안에서 풀어낸다. 20년 넘게 기독교 신자로 살아온 저자는 돈키호테의 여정을 따라가는 과정에서 만나는 그림, 조각, 교회 건물에서 종교적 의미를 찾아낸다.

콘수에그라의 풍차 앞에 선 저자는 돈키호테가 풍차를 거인으로 착각해 무작정 돌진한 것이 멍청한 짓인가에 대해 반문한다. 비록 넘어지고 꺾였을지라도, 불타는 심장을 가진 돈키호테와 이상을 외면하고 현실에 안주하는 우리의 쪼그라든 심장을 비교한다. 그리고 다시 종교적 결론으로 돌아와 인간이 영적인 이상을 펴기 위해서는 돈키호테처럼 신을 향해 순수한 열정으로 달려가야 한다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그는 “이 땅에 예수님은 인류의 죄를 대신 짊어지는 고통을 통해 십자가의 의미를 완성시켰다. 세르반테스의 불운한 삶 역시 (작품의) 의미를 완성시켜 가는 과정의 고통이었다”고 평한다. 저자가 돈키호테와 세르반테스의 삶을 따라가는 긴 여정에서 느낀 모든 것을 함축한 말이라고 볼 수 있다.

거의 모든 페이지마다 자연환경과 유적지 등 현지 사진이 담겨 있어 생동감이 전해진다. 하지만 여행기임에도 여행 코스를 표기한 정확한 지도나 날짜에 대한 설명이 빠진 점은 아쉽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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