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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예술]셰익스피어, 이 다리에서 줄리엣을 만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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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예술]셰익스피어, 이 다리에서 줄리엣을 만났을까

동아일보입력 2013-04-20 03:00수정 2013-09-06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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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의 이탈리아 기행
리처드 폴 로 지음/유향란 옮김/452쪽·2만 원/오브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셰익스피어의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의 배경이 된 이탈리아 베로나. 오브제 제공
영국이 낳은 세계적인 작가 윌리엄 셰익스피어(1564∼1616)의 생애는 또렷이 알려져 있지 않다. 이 때문에 수수께끼 같은 이 작가를 둘러싸고 세계 학계는 오래 논쟁을 벌여 왔다. 대표적인 쟁점은 워릭셔 주의 작은 마을 스트랫퍼드어폰에이번에서 장갑 제조업자의 아들로 태어난 셰익스피어가 그 위대한 희곡과 소네트를 쓴 작가가 맞느냐는 것이다. 또 하나는 셰익스피어가 평생 한 번도 영국을 떠나본 적이 없다는 통설과 달리 그가 몸소 이탈리아를 여행한 뒤 이 지역을 배경으로 한 작품을 남겼다는 주장이다.

셰익스피어의 희곡 중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10편은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쓰였다. ‘로미오와 줄리엣’ ‘베니스의 상인’ ‘오셀로’ ‘한여름 밤의 꿈’ 등이다. 많은 학자가 이 작품들에 이탈리아의 역사적, 지리적 사실과 다른 점이 많다며 셰익스피어가 이탈리아에 가보지도 않고 썼다고 주장해왔다. 반면 이탈리아 에르네스토 그리요를 비롯한 몇몇 학자는 그가 분명 이탈리아를 여행했을 것이라는 새로운 주장을 펼쳤다.

셰익스피어 연구가이자 변호사인 저자는 “셰익스피어의 이른바 ‘이탈리아 희곡’에 나타난 설명과 묘사는 통설과 달리 놀라울 만큼 구체적이고 정확하다”며 “셰익스피어의 정체가 누구였든 간에 분명 이 희곡의 작가는 이탈리아를 직접 가봤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 책이 가치 있는 이유는 저자가 문헌 연구에만 치우치지 않고 30여 년간 이탈리아 방방곡곡을 발로 뛰면서 작품 속 현장을 답사했기 때문이다.

줄리엣의 집에는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책은 ‘로미오와 줄리엣’의 배경인 베로나부터 훑는다. 로미오의 어머니인 몬태규 부인은 조카 벤볼리오를 만나 로미오가 어디 있을 것 같으냐고 묻는다. 벤볼리오는 “시가지 서쪽 단풍나무 숲 아래서 이른 새벽에 산책을 나온 로미오를 보았다”고 답한다. 저자는 베로나의 서쪽 성문 3개 중 하나인 포르타 팔리오의 바깥에서 단풍나무를 발견한다. 또 줄리엣의 아버지가 줄리엣을 패리스 백작과 결혼시키려고 하면서 결혼식 장소로 언급했던 성 베드로 교회도 찾아낸다. 955년 베로나에 세워진 산 피에트로 인카르나리오 교회는 중세에 성 베드로 교회라 불렸고 16세기에는 줄리엣의 교구 교회였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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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베니스의 상인’에서 안토니오가 사업을 위해 앤드루호를 비롯한 외국 선박만 사용한 데에도 주목한다. 앤드루호의 이탈리아어 표현인 안드레아호는 르네상스 시대 제노바의 장군이었던 안드레아 도리아가 소유한 배였다. 베네치아 상인들이 외국 배를 소유하거나 빌릴 수 없는 것은 오랜 관습이었고, 16세기에 유럽에는 이 사실이 잘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셰익스피어는 베네치아에 새로운 경향이 생기고 있음을 작품에서 내비쳤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탈리아의 소도시 사비오네타를 방문했다 이 고장의 별명이 ‘작은 아테나’이며 도시의 정문 격인 포르타 델 라 비토리아의 아치문 통로는 ‘공작의 떡갈나무’라고 불린다는 얘길 듣고 놀란다. ‘한여름 밤의 꿈’의 배경이 아테네인 데다 작품에 ‘공작의 떡갈나무’라는 대사가 나오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작 그리스에는 공작이 한 명도 없었고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에는 공작이 많았다는 설명도 덧붙인다.

셰익스피어 작품을 웬만큼 읽어보지 않았다면 세세한 대사에서 실마리를 찾아 미스터리를 추적하는 여행기가 버겁게 느껴질 수도 있다. 주장의 타당성은 학계에서 검토해야 할 과제지만 셰익스피어에 미친 사람의 이런 ‘오타쿠(마니아)’ 같은 여행이 학계의 논의를 풍부하게 하는 것만큼은 사실이다.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로미오와 줄리엣#셰익스피어#이탈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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