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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사회]알 만큼 아는 사람들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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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사회]알 만큼 아는 사람들이 왜?

동아일보입력 2013-04-13 03:00수정 2013-08-31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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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적 눈감기/마거릿 헤퍼넌 지음/김학영 옮김/404쪽·1만5000원/푸른숲
묻지마 투자가 야기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도 뇌의 순응적 특성과 무관하지 않으며 똑똑한 사람일수록 의도적 눈감기를 할 가능성은 높아진다. 오른쪽 사진은 최근 부적절한 행위로 물의를 빚은 가수 고영욱(위)과 강동희 전 프로농구 감독. 동아일보DB
“안 되는 줄 알면서 왜 그랬을까.”

요 근래 포털사이트 검색어 상위권을 차지한 이는 가수 고영욱이었다. 그는 미성년자를 성폭행한 혐의로 징역형과 전자발찌 부착 명령을 받았다.

고영욱뿐만 아니다. 처음 만난 여성과 ‘좋은 감정을 가지고 마음을 나눴다’가 성폭행 혐의로 고소당한 톱스타 박시후, 돈 받고 승부 조작을 한 혐의로 기소당한 프로농구 스타 출신 강동희 전 감독도 너무나 당연해 보이는 윤리적 경계를 넘나들다 곤욕을 치르고 있다. 최근 성접대 파문에 연루됐던 고위층은 또 어떤가. 모두 세상 이치에 대해 ‘알 만큼 아는 사람들’이다. 설마 잘못이 낳을 결과를 예상하지 못했던 걸까.


아마도 이 책 ‘의도적 눈감기(Wilful Blindness)’의 저자라면 이렇게 말하지 않을까. “몰랐던 게 아니라 모른 척하고 싶었던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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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적 눈감기란 반드시 알아야 할 내용도 그것이 뇌의 본능과 어긋나면 고의로 무시해 버리는 현상을 말한다. 원래 법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모른 척하는 행위를 뜻하는 법률적 개념으로 많이 사용됐지만, 상사의 제안에 문제가 있어도 잠자코 있거나 건강검진을 미루는 것, 배우자의 불륜을 묵인하는 것도 모두 의도적 눈감기에 해당된다.

저자는 개인 혹은 집단이 자기 앞에 닥친 위협을 인지하지 못하는 원인을 우리 뇌의 ‘비겁함’에서 찾는다. 즉, 위험요소가 꽁꽁 숨어 있는 게 아니라 우리 뇌가 의도적으로 불편한 진실에 눈을 감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우리 뇌가 닮은 것을 더 선호하고, 사랑하는 대상이나 거대한 존재에 의존하고자 하며, 집단에 순응하고, 변화를 두려워하며, 권위에 복종하고, 따돌림당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특징을 지니기 때문에 의도적 눈감기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보고 싶은 것만 본다’ ‘인간의 이성은 완전하지 못하다’ 같은 주제는 이미 수많은 심리학책이 다뤄 왔다. 하지만 이 책은 아일랜드 성직자의 아동 성추행 사건과 미국 텍사스시티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 정유공장 폭발 사고 같은 사회적 현상을 뇌 과학을 적용해 설명한다. 예컨대 집단적 ‘묻지마 투자’로 야기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설명하면서 ‘개인은 진실과 별개로 집단의 의견을 따른다’는 1950년대 솔로몬 애시의 심리학 실험 결과와 이를 뇌 과학으로 입증한 2005년 그레고리 번스와 에모리대 연구팀의 연구 결과를 보여준다.

특히 똑똑한 사람일수록 의도적 눈감기를 잘한다는 지적이 흥미롭다. 인간의 뇌는 사회적 지위에 관계없이 잘못된 판단을 할 수 있지만 많이 배우고 똑똑하다고 자부하는 사람일수록 자신이 상황을 잘 안다고 믿으며 그런 실수의 가능성에 신경 쓰지 않는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그렇다면 인간은 뇌의 의도적 눈감기에 늘 농락당할 수밖에 없는 걸까. 꼭 그렇지는 않다. 침묵하는 조직에서 진실을 이야기하는 수많은 내부고발자가 있지 않은가. 이들을 ‘카산드라’(트로이전쟁의 예언자)라고 칭하는 저자는 “이들이 의도적 눈감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다”고 말한다.

물론 이를 위한 부단한 노력이 요구된다. 이 책은 이렇게 끝난다. “뇌가 아니라 우리 스스로 바꿔야 한다. 모든 지혜가 그렇듯, 보는 것은 단순한 질문으로 시작된다. 내가 알 수 있고, 알아야 함에도 알지 못하는 것이 무엇인가? 지금 여기서 내가 놓친 것이 무엇인가?”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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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적 눈감기#뇌#묵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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