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식기전에 빨리 빨리… 흘릴라, 천천히”… 알쏭달쏭한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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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3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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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빠르게/이사벨 미노스 마르틴스 글/베르나르두 카르발류 그림
임은숙 옮김/32쪽·1만 원/걸음동무

누구에게나 하루 24시간은 똑같습니다. 오차가 있긴 해도 거의 정확한 시계를 따라 째깍째깍 틀림없이 정해진 시간을 살게 되지요. 책 속 꼬마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또는 학교에 들어간 친구들에게 주인공의 하루는 남 얘기로 들리지 않을 것입니다. 시간 따위 상관없이 무엇이든 느긋하게 지내던 시절은 다 지나갔습니다. 아이들은 지금 주어진 시간 안에 해야 할 일들 중 어떤 것은 빨리, 또 다른 일은 천천히 해야 한다는 걸 배워가고 있습니다. 그것을 알려주는 일은 순간순간 함께 있거나 만나게 되는 어른들 몫입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시간에 맞춰야 하니까 빨리빨리 하거나, 시간에 맞춰서 하되 천천히 하라고 합니다.

아침에 자명종에 맞춰 빨리 일어나 밥이 식기전에 얼른 먹되 우유는 흘리지 않도록 천천히 마셔야 합니다. 서둘러 옷을 입되 단추는 천천히 잘 끼워야 하고 신발을 신느라 너무 많은 시간을쓸 겨를도 없습니다. 스쿨버스를 놓치지 않으려면 빨리빨리 달려도, 일단 버스에 올라타면 천천히 자리에 앉아야 합니다. 빨리빨리라고 말하는 엄마가 가리키는 곳을 바라보면 아빠를 발견하게 되고, 일과가 끝난 후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은 천천히 즐겨야 하지요.

포르투갈 리스본 출신의 두 작가가 만든 이책은 아이들의 일상에 ‘빠르게’와 ‘느리게’가 어떻게 관여하고 있는지를 모두가 공감할 만한 상황으로 보여줍니다. 두 작가는 같은 학교를 다녔고 둘이 함께 환경 문제를 다룬 ‘두 가지 길’이란 책을 냈습니다. ‘느리게 빠르게’는 함께 만든 두 번째 작품입니다. 색깔과 형태를 제한해 주제에 최대한 집중할 수 있도록 했고, 시간에 대한 생각을 담은 첫 장면 외에는 글도 아주 짧습니다. 자유로워서 경쾌한 선들이 빠르거나 느리게 흘러갑니다. 아이들 낙서처럼 보이지만 얼마나 많은 훈련을 통해 나올 수 있는 선인지 모릅니다. 주인공의 하루를 아이들과 함께 들여다보며, 너무 서둘러서 실수한다거나 지나치게 느긋하다뒤처지게 되는 일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면 좋겠습니다.

김혜진 어린이도서평론가
#느리게 빠르게#두 가지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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