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무의 오 나의 키친]〈41〉향이 짙어 잡내 줄이는 깻잎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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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깻잎 ‘시소’
일본 깻잎 ‘시소’
요나구니 스스무 일본 출신·‘오 키친’ 셰프
요나구니 스스무 일본 출신·‘오 키친’ 셰프

1964년 2월 영국의 록밴드 비틀스 멤버들이 뉴욕 존 F 케네디공항에 도착하던 날 10대 청소년들은 그들을 환영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약 4000명이 몰려 공항 경비는 마비됐으며 이전에는 없었던 일이라 세계적인 화제가 됐다. 2004년 4월 일본 하네다공항에서도 욘사마의 팬 5000∼7000명이 몰려 환호하는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다른 점은 일본 중년 부인들의 환호였다. 2003년에 발표된 TV 드라마 대장금은 비슷한 시기의 겨울연가와 함께 한국의 약용 음식과 문화를 알리는 데 크게 기여했다. 일본은 한국 드라마를 열광하며 한국은 모든 여성들의 여행 선호 지역 1위가 됐다.

욘사마를 가슴에 품고 장금의 아름다움과 한국의 문화에 반한 고이즈미 준이치로 당시 일본 총리도 팬이 됐다. 문화와 역사, 현지 한국 음식을 먹어보기 위해 일본인들은 줄을 섰다. 삼겹살, 간장게장, 양념치킨, 삼계탕, 생갈비, 냉면, 보쌈, 곱창, 죽, 궁중요리가 최근 한국을 방문한 일본인들이 인기순으로 뽑은 10대 한국요리다. 상추쌈을 곁들여 먹는 삼겹살은 한국의 음식을 대표했지만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깻잎에 대해서는 오랫동안 쉽게 적응하지 못했다. 깻잎은 일본의 시소와 같은 종류에 속한다. 일본에서는 생선회와 곁들여 나오는 고급 재료다. 15년 전 내가 한국에 와서 요리를 가르치던 시절 깻잎을 처음 먹어 본 수강생들이 했던 말은 향수 냄새처럼 강해 비위가 상한다는 것이었다.

2011년 3월 일본 후쿠시마에서 발생된 원전 사고로 피해 지역 주민들은 이웃 마을에서 피난생활을 했다. 가장 피해가 많았던 미나미소마 지역 주민들의 생활이 방송에 자주 보도되면서 ‘야채십년무침’이라는 이름의 향토요리가 소개됐다. 이 지역에서는 오래전부터 ‘들기름을 먹으면 수명이 10년 연장된다’라는 말이 있었고, 그래서 들기름을 ‘10년’이라 부른다. ‘10년 미소’라는 고가의 된장은 볶은 들깨를 넣고 된장과 섞어 완성한다. 특수식 재료를 파는 가게에서 구할 수 있다. 무침과 주먹밥, 두부, 곤약에 곁들여 먹는다. ‘신고로’라는 향토요리는 밥을 지은 후 반 정도를 으깨 차지게 만들어 섞은 다음 덩어리로 뭉쳐 10년 미소를 바른다. 대나무 꼬챙이에 끼워 화로에서 구워낸다.

일본의 들기름 역사는 길지만 15, 16세기 카놀라 오일의 사용이 늘면서 거의 찾기 힘들어졌다. 하지만 미나미소마 지역에서 들기름과 깻잎 등이 향토요리에 사용되고 있었던 것이 방송을 통해 알려지면서 많은 사람이 놀라워했다. 일본에는 태어난 지 넉 달 된 돼지의 사료로 들깨를 먹인다. 이 돼지는 육질이 부드럽고 맛이 있어 고가에 팔린다. 일본인 관광객 중에도 처음에는 좀 부담스러워했던 깻잎 맛을 이해하고 사랑에 빠진 사람이 많다. 삼겹살을 먹는데 상추만 있으면 깻잎을 달라고 요구하는 이가 많아졌다. 비슷한 모양인 시소를 먹어 본다면 깻잎에 레몬향을 더한 것처럼 느껴지는 맛에 빠질 듯하다. 이제 깻잎과 시소를 나란히 한일 양국의 야채가게에서 볼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다.

요나구니 스스무 일본 출신·‘오 키친’ 셰프
#스스무의 오 나의 키친#요나구니 스스무#깻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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