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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조석 “날 움직이는건 댓글… ㅋㅋㅋㅋㅋ 보면 스트레스가 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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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조석 “날 움직이는건 댓글… ㅋㅋㅋㅋㅋ 보면 스트레스가 싹”

김기윤 기자 입력 2019-09-17 03:00수정 2019-09-17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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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장수 ‘마음의 소리’ 이어 신작 ‘행성인간’ 내놓은 웹툰계 시조새 조석 작가
조석 작가는 “최신 유행어를 빠르게 받아들여 활용하는 편이지만 ‘핵노잼’이란 말을 처음 접했을 때는 오글거려 거부감이 들었다”며 “저도 10대나 20대에겐 ‘옛날 사람’인지라 어쩔 수 없는 것 같다”고 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왕이 돌아왔다. 왕좌를 내려놓은 적은 없으나, 2년 만에 새로운 ‘왕관’을 들고 스스로 시험대에 올랐다. 웹툰계 시조새이자 역사인 조석 작가(36)가 최근 네이버웹툰 신작 ‘행성인간’을 선보였다. 그는 “5, 6년 전부터 상상만 하다 ‘설마 진짜 그리겠어’라고 생각하던 내용이 정말 웹툰으로 나와 버렸다”며 웃었다.》


조 작가가 새 작품을 내놓은 건 ‘조의 영역’ 이후 2년 만이다. SF스릴러 장르로 학교폭력 피해자인 주인공 ‘정황지’와 그의 몸속에 태어나 그를 ‘행성’으로 부르는 미지의 존재가 공존한다는 줄거리다. 벌써부터 댓글에는 “신작 들고 와줘서 눈물나게 고맙고 사랑한다”는 고백이 줄을 잇고 있다.

“식음 전폐해도 그리고 싶은 거 다 그릴 것”
‘행성인간’ 첫 회분을 공개한 뒤 10일 서울 용산구 작업실에서 만난 조 작가는 “신작은 소년만화의 문법을 따르되 최소 2, 3년 연재를 목표로 한 장편이 될 것”이라고 했다. 2006년 9월부터 연재하고 있는 최장수 인기 웹툰 ‘마음의 소리’와 병행 연재한다.

요새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도대체 잠은 언제 자느냐’다. 매주 작품 두 편의 콘티와 작화까지 홀로 완성하는데, 전문가에게도 너무나 힘겨운 극한 작업이다. 심지어 ‘어시’(보조작가)도 따로 두지 않는다. “한 컷마다 수제쿠키를 굽듯 장인정신을 담고 싶다”는 고집 때문. 그 대신 막대한 작업량을 감내할 수밖에 없다.


“매일 2, 3시간밖에 못 자요. 그런데 메시도 경기장에서 매주 실력을 증명하잖아요. 고 정주영 회장은 심지어 저보다 더 많이 주무시면서 ‘현대’를 만드셨더라고요. 고작 일주일에 만화 두 편 그리는 저는 식음을 전폐하고 일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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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행성인간’ 타이틀(왼쪽)과 3화의 한 장면.
이번 작품은 ‘마음의 소리’와는 판이하다. 초월적 존재, 인간관계라는 추상적 개념도 등장하고 그로테스크한 분위기가 이어진다. 그만큼 “하나부터 열까지 그리고 싶은 거 다 해봐야겠다”는 열망이 담겼다. 작품을 놓고 독자 해석도 다양하다. 조 작가는 “모든 디테일마다 상징적 의미를 넣은 건 아니다. 예를 들어 ‘행성인간’의 제목 글씨체를 두고도 의견이 많은데, 그냥 장인어른이 쓰신 글씨에 내가 쓴 글자를 하나 추가했을 뿐”이라며 웃었다.

연재기간을 2년 이상으로 잡은 건 장편을 끌고 가며 작가로서 성장하고픈 욕심 때문이다. 에피소드 위주의 작품을 하다 보니 ‘장편작가는 내가 갖지 못한 뭔가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부러움도 컸다고…. 유독 이번엔 “조석이 진짜 스토리 열심히 썼다”는 칭찬이 고프다.

그런 그를 움직이는 건 예나 지금이나 독자 댓글이다. “이전보다는 무뎌지고 쿨해졌다”지만 13년째 웹툰을 연재해도 떨리는 건 마찬가지다.

“종종 스토리 전체를 예측하는 댓글을 보면 ‘와, 이 사람 뭐지’ 싶을 때도 있어요. 그런데 제일 좋은 건 ‘ㅋㅋㅋㅋㅋ’처럼 그냥 재밌어하는 댓글입니다. 모든 스트레스가 사라져요.”

좋은 웹툰을 묻는 질문에 그는 최근 크게 한 방 먹은(?) 경험을 꺼냈다.

“얼마 전 ‘어? 어?’ 하다가 다른 웹툰을 끝까지 봐버렸어요. ‘아차, 당했다’는 생각이 스쳤죠. 억지로 보는 순간 작품의 생명력은 끝이 나요. 어영부영하다 끝까지 보게 되는 웹툰을 만들고 싶어요.”
“쳇바퀴 도는 삶이라도 작가인 게 행복해”
최장수 웹툰 기록을 가진 ‘마음의 소리’에 나오는 등장인물들. 네이버웹툰 제공
“고료 드릴 테니 새로 출시하는 게임에 맞게 만화 한 편 그려주시겠어요?”

어느 날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작가들이 원고료도 없이 인터넷 게시판에 만화를 올리던 시절. 당시 조 작가는 “만화 그리면 돈 주겠다는 제안이 사기 같았다”며 웃었다. 이후에도 한 부동산사이트에서 홍보용 만화를 그려달라는 제안이 있었다. “그걸 받아들였으면 네이버 연재는 아마 못 했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2006년 9월 네이버웹툰 ‘마음의 소리’가 탄생하기 전 한국 웹툰시장은 불모지에 가까웠다. 첫 연재 때도 독자는 많지 않았다. 하지만 건강상 휴재한 시기를 빼고는 지각이나 휴재 없이 13년째 한 작품을 밀고 나갔다. 이따금씩 ‘조의 영역’ ‘문유’ ‘조석축구만화’ 등을 병행했다. 그런 성실함이 그를 오늘날 한국 웹툰시장을 만들고 떠받치는 작가로 만든 게 아닐까. 그는 거창한 의미 대신 “그저 후배들을 안심시키고 싶다”고 했다.

“저처럼 그림을 못 그려도 만화로 먹고살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웹툰은 특정 장르가 인기면 쏠림현상이 심한데, 누구든 눈치 보지 않고 원하는 작품을 그려야죠. ‘타인은 지옥이다’가 인기라면 ‘타인은 지옥일까?’라는 개그만화를 해도 되는 풍토가 필요해요.”

매주 최장수 웹툰 신기록을 갈아 치우며 1200회를 앞둔 ‘마음의 소리’. 어느덧 연재기간도 큰 관심사다. “독자들이 그만하라 할 때까지”라고 공언한 적이 있지만, 최근 심경은 다소 복잡하다. 은연중에 ‘끝’이란 말도 나왔다.

“나이 먹고 공감이라는 게 생기면서 까불며 살지 못하겠어요. 앞뒤 생각 안 했던 제가 이제 생각이란 걸 하니 만화가 이전 같지 않다고 느껴져요. 내장까지 긁어내 억지로 연장할 작품은 아닌 것 같습니다. 언제가 될지는 몰라도 슬슬 끝날 때가 오지 않을까요. 독자의 사랑이 증오로 바뀌는 것도 한순간이잖아요?”

물론 조 작가의 웹툰 사랑이 식은 건 절대 아니다. 오히려 육아를 하며 사랑이 더 활활 타올랐단다. “장기휴재 중 아이와 보낸 시간이 정말 소중했다”면서도 “펜을 놓고 육아 스트레스로 초라해진 자신을 볼 땐, 작가로 쳇바퀴 도는 삶을 살던 시간이 정말 큰 행복이란 걸 느꼈다”고 했다.

그런 조 작가는 요즘 조금 ‘가벼운’ 목표가 생겼다고 한다.

“얼마 전 버스 뒷자리 학생들이 ‘걔 요즘 뭐하냐?’ ‘아프대’라고 안부를 묻는 대화를 하더라고요. 그런데 듣다 보니 그게 웹툰 주인공 얘기라는 걸 알고 엄청 웃겼어요. 일상에서 모두가 지인 얘기를 하듯, 제 웹툰 주인공을 걱정하는 날이 오면 좋겠어요.”

조석이라면 실현 가능해 보이긴 하나, 그리 쉽지만은 않은 도전일 터. 그때까진 계속 그의 마음의 소리를 듣고 싶다. 시원하게 낄낄대고 싶지만, 손으로 터지는 웃음을 콱 틀어막고서라도. 13년 곁을 지켜준 ‘반려’만화니까.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조석#마음의 소리#행성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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