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작가 ‘미역의효능’ “이런 만화가 무료라니… 이런 댓글에 가장 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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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오늘의 우리만화’에 선정된 ‘아 지갑…’ 그린 작가 ‘미역의효능’

“우리 사회가 점차 여성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결과라고 생각해요. 이런 관심이 현실적인 문제 해결로 이어졌으면 좋겠어요.”

‘돈이 안 되는 주제’라 생각했기 때문에 수상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는 웹툰 작가 ‘미역의효능’(29)은 ‘2017 오늘의 우리 만화’에 선정된 소감을 이렇게 전했다. 그는 본명 대신 대학 시절 쓸모가 있다고 생각해 지었다는 필명을 쓰고 있다.

그의 작품 ‘아 지갑 놓고 나왔다’는 성폭력과 낙태, 미혼모 등 무거운 주제를 판타지로 풀어내 웹툰의 다양성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는다. 7월 ‘2017 부천만화대상’ 대상에 이어 두 번째 수상이다.

이 작품은 어릴 때 성폭행을 당한 뒤 정신이상 증세를 보이는 미혼모 선희가 교통사고로 딸을 잃으며 시작된다. 이야기는 이승과 저승,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전개된다. 무기력하던 선희는 죽은 딸 노루의 영혼 덕분에 자신의 무의식과 화해하며 상처를 극복한다. 그때서야 ‘지갑 놓고 나왔다’며 10년 전 가출했던 엄마의 집으로 돌아간다.

고려대에서 사회학과 심리학을 전공한 작가는 “대학 시절부터 전공 수업을 들으며 자연스럽게 청소년, 미혼모, 여성 등의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했다. 인물의 심리와 행동 묘사를 위해선 심리학 서적을 참고했다. 전문 미술 교육을 받은 적도 없다. 그 덕분에 그만의 독창적인 그림체가 나오게 됐다.

“선희와 그 가족들의 상황에 처하거나 혹은 관련 사회 문제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주 독자층이에요. ‘이런 만화를 무료로 볼 수 있어 기쁘다’는 댓글에 가장 힘이 났고요.”

작가는 8월 위암 초기 진단으로 수술을 받은 뒤 요양 중이다. 현재는 개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투병기 만화를 게재하고 있다. 그는 앞으로 건강이 허락한다면 노인 문제를 다룬 만화를 그리고 싶다고 했다. “폐지를 주워야만 입에 풀칠하는 어르신들의 상황이나 심정, 그들을 부양해야 하는 다음 세대와의 관계에 관심이 가요. 삶이 허락한다면 약자의 만화를 더 많이 그리고 싶네요(웃음).”

조윤경 기자 yunique@donga.com
#웹툰#미역의효능#아 지갑 놓고 나왔다#부천만화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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